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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인간 Mar 23. 2022

생각 격리

코로나로 인한

거스를 수 있을 것 같던 코로나가 가족에게 찾아왔다. 호기롭게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탓일까? 둘째는 연일 39.5도에서 40도에 육박하는 고열을 품어대며 괴로워했다.


일단 가족이 아프니까. 사랑하는 자녀가 아프니까. 만사가 다 뒷전이었다. 회사도 일도 와이프의 학원도 돈도 욕심도 기대도 혁신도 사색도 볼품없이 느껴졌다. 시름하는 둘째의 잠든 얼굴을 보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지극히 공포스러웠다.


밤낮없이 집안일을 했다. 둘째는 조금씩 호전되었지만 이내 와이프와 첫째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비교적 완만한 육체운동이 가능했던 내가 집안 빨래며 청소며 육아에 가사까지 도맡아 했다. 멀찍이 날 보는 와이프의 눈에서 약간의 고마움이 느껴졌다. 난 그저 그것이 내 가족을 위한 일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다 싶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면 늦은 새벽시간을 맞이했다. 약을 챙겨 먹이고 일시적 안정이 찾아오면 공허하고 고요한 새벽에는 잠을 쫓기 위해 생각 격리를 시작했다. 생각 격리는 별거 없다.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간혹 아이들의 기침소리. 핸드폰에 맞춰진 알람 소리. 시간이 되면 약을 먹이고 느닷없이 활자를 읽어댔더니 어느새 책 3권을 다 읽어버렸다. 한 권은 심리학 책이었고 한 권은 기획에 대한 책이었으며 한 권은 사색에 대한 책이었다.


독서와 생각 격리 끝자락에 분주한 격리생활을 끝내고 나면 남는 게 뭘까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는 정신이 없지만 과거처럼 불현듯 마음의 뇌리에 꽂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무의식처럼 생겨났으나 희미한 한편의 상념은 격리생활이 끝나고 찬찬히 돌아보기로 했다.


가족 중에 유일한 무증상자의 격리 일기는 2주 후에 미루도록 하자. ‘뭣이 중헌데’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던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도 곧 봄맞이 청소를 해야 하나 싶다.


오늘은 모처럼 낮이 따뜻했고 별 탈 없이 분주했기에 만족한다. 내일모레쯤이면 정상을 되찾을 수 있겠지. 잠깐의 공포로부터 안심할 수 없는 일주일. 이것도 기회라 생각하며 맘껏 생각 격리. 사색해보자.


잠든 애들 열을 재라는 알람소리가 울린다. 깨기 전에 빨리 재봐야지. 내일도 별 탈이 없길 기대해본다. 얼른 낫자.


(번외지만 지금까지 끄적인 바로는 별도 맞춤법 검사 없이 글을 쓸수 있는 실력이 되어야하는데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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