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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Aug 01. 2023

신은 존재하는가? - 연극 <라스트 세션> 리뷰

끝나지 않을 논쟁, 그럼에도 봐야 하는 이유

연극 <라스트 세션>을 보고 왔다. 무신론자 프로이트와 유신론자 C.S 루이스의 논쟁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내게 궁금한 작품이었다. 아무리 연극이라지만 약 90분이라는 시간 내내 논쟁을 담는다고? 텍스트의 양이 얼마나 될까?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게다가 오랜 시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가진 배우들의 열연이 보장되어있기까지 했다. 그리고 공연을 보고 난 지금, 이 기대는 꺾이지 않았다.

연극 <라스트 세션> 포스터 (출처 : 인터파크 티켓 예매 페이지)

끝나지 않는 논쟁,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고 재밌었던 이유     


연극 <라스트 세션>은 프로이트가 루이스를 초대하면서 시작된다. 철저한 무신론자인 자신의 주장을 믿었던 루이스가 어떻게 유신론자가 될 수 있었는지, 그 이야기가 듣고 싶었던 프로이트는 루이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극은 두 사람의 핑퐁이 반복되며 진행된다. 프로이트는 신이 없다는 자신의 주장을, 루이스는 신이 있다는 자신의 주장을 근거를 들어 역설한다.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그들의 주장을 계속 듣는 것은 놀랍게도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웠다. 프로이트는 철저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관객들을 설득할 만한 이야기를 하고, 루이스는 프로이트가 ‘현실’ 안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에 정곡을 찌른다. 어느 순간에는 프로이트에게 끄덕였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루이스에게 끄덕이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참고로 나는 신을 믿었던 과거가 있는, 현재는 무신론자다.)


(근데 솔직히 이런 번지르르한 말들을 다 집어치우고 얘기하자면 그냥 싸움 구경이 재밌었다. 프로이트랑 루이스랑 말로 싸우는 데 그게 얼마나 재밌던지.)     

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사진 (출처 : 파크컴퍼니 트위터 공식 계정)


결론 없는 논쟁,

그럼에도 우리가 이를 봐야 하는 이유     


프로이트와 루이스, 이들의 논쟁에는 결론이 없다. 그 말은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갈등의 결말도 없다는 말이다.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손을 잡고 ‘그래 네 말도 맞고 내 말도 맞다’라고 화해를 한다든가 하는 상황을 벌어지지 않는다. 그저 논쟁을 왕창 벌이다가 ‘네가 틀렸고 내가 맞다’라는 입장이 유지되다가 끝난다. 그래서 명확한 결말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 작품은 조금 허무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작품을, 이 논쟁을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사진 (출처 : 파크컴퍼니 트위터 공식 계정)

루이스가 믿는 그리스도교의 신은 인간을 창조했고,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했으며 인간은 그를 바탕으로 행동한다. 따라서 ‘신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또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즉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신이란 존재하는가?’이기도 하지만, ‘인간이란 무엇인가?’이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이다.


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사진 (출처 : 파크컴퍼니 트위터 공식 계정)

     

탄탄한 연기와 노력하는 연기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의 연기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필자가 보러 간 날 프로이트 역할을 맡았던 배우는 연기 내공이 깊은 배우였다. 그의 연기 내공은 공연 내내 느껴졌다. 그는 프로이트가 된 것처럼 자연스럽고 현실적이었다. 특히 프로이트가 구강암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연기를 했어야 했는데, 이 또한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루이스 역할의 배우는 연극을 많이 한 배우는 아니라 조금 어색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그날 나는 기립박수를 쳤다. 그의 노력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작품을 보고 나니 루이스의 어마어마한 대사량을 암기하는 것에 더불어 대사를 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됐는데, 이를 전부 해냈다. 게다가 소위 말하는 ‘디테일’도 보였다.


최근 연기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간 것으로 안다. 나는 연기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연기에 진심인 배우, 그리고 그것이 드러나는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라스트 세션>의 루이스 역 배우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수고했다는 의미로, 그리고 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아무튼, <라스트 세션>은 좋은 극이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기에도 좋고, 생각할 것들도 많이 남긴다. 여러 가지 요인 등으로 자리가 많지는 않지만(...) 가능하다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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