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듀본, 새를 실물 크기로 그려 넣다!
도대체 새를 실물 크기 그대로 그리는 일도 상상하기 힘든데, 그런 그림을 모아 책으로 만들겠다고 누가 생각이라도 했을까요?
그런데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긴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의 조류학자이자 화가인 존 제임스 오듀본John James Odubon(1785~1851)인데,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새’ 하면 떠올리는 인물입니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조류를 연구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의 화가 다비드에게 그림을 배운 그는 스무 살 무렵 미국으로 건너가 자연 속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무렵 그의 눈을 사로잡은 존재가 '새'였습니다.
미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새들을 그리겠다는 필생의 뜻을 세운 그는 35살 되던 해에 한 자루 총과 그림 도구만을 챙겨 미 대륙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보는 새가 눈에 뜨이면 직접 새를 잡았고, 그렇게 잡은 새는 목재 틀에 핀으로 꽂아 고정시킨 다음 완벽한 모습으로 그려냈습니다. 특히 그 전까지 사람들이 모든 자연물을 그리던 방식과는 달리 새뿐만 아니라 배경까지 자연 그대로 그려 넣었습니다.
물론 새의 원래 크기 그대로 그리겠다는 그의 뜻이 쉽게 이루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림의 재능이야 스스로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작업에 필요한 자금은 스스로 조달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재산을 털어 작업을 추진했고, 완성한 작업량을 가지고 후원자를 모집하기 위해 영국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다행히 그곳에서 영국 왕 조지 4세로부터 출판 자금을 후원받은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앤드루 잭슨 대통령으로부터도 후원을 받기에 이릅니다.
그때부터 장장 12년에 걸쳐 《북미의 새》4권을 완성하기에 이르는데, 현재 모든 삽화가 포함된 세트는 고작 120종만 전합니다.
《북미의 새》는 그 시대에는 물론이고 오늘날까지 인류가 완성한 책자 가운데 가장 큰 형태로 전하는데, 책의 높이가 1m에 달합니다. 책을 그렇게 크게 만든 까닭은 당연히 새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독자에게 전하려는 오듀본의 뜻을 구현하기 위해서입니다.
책에 수록한 그림 또한 단순하지는 않은데, 손으로 새긴 동판화에서 복제한 파스텔화, 그리고 수채화를 적절하게 조합해 인쇄했습니다. 그리하여 그가 남긴 삽화들을 보면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눈을 의심할 정도로 정교합니다.
《북미의 새》에는 모두 497종의 새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25종은 그 무렵 알려지지 않은 새였으니 그는 조류학자로서도 큰 업적을 남긴 셈입니다. 오늘날에도 미국 전역에는 그의 이름을 붙인 유명한 자연보호단체인 국립 오듀본협회가 활동하고 있으니, 그가 미국에 남긴 업적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