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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한댁 Oct 14. 2019

잘 지내고 있니?

동생에게 들려주는 남한 이야기


희야 안녕~

너와 제일 친했던 사촌 언니야. 잘 지내고 있니?

이 편지를 네가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의 얼굴을 본지도 이제 20년이 넘어간다. 너도 많이 변했겠지? 어릴 적에는 그렇게 많이 싸우고 살았는데 이제 그런 싸움은 고사하고 얼굴도 볼 수 없고, 만날 수도 없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슬픈 일인 것 같아. 그나마 내가 위로받는 건 너에 대한 그리움을 글로 자유롭게 기록해 놓을 수 있는 곳에 산다는 거야. 

아주 중요한 거지. 자유!

너와 나는 어릴 적에 헤어졌고 자유라는 것에 대해 모르고 살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너는 자유가 없는 곳에서, 나는 자유가 있는 곳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며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었네.

우리의 인생이 이렇게 달라질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야. 그곳에 있을 때 너와 나는 말도 안되는 세뇌교육을 받으며 같은 체제에서 살던 소녀에 불과했기에 우리의 정서는 닮아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

너와 나의 정서가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궁금하고 우리가 서로 마주한 모습은 어떨지.

어떤 대화를 먼저 할지 궁금해.


희야. 내가 사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많이 궁금하지? 그곳에도 한류 열풍이 분다고 하는데 한국 드라마는 보고있니?

나는 그곳의 소식을 각종 언론이나 북한 사람을 통해 수시로 듣는데 너는 내가 사는 한국에 대해 제대로 들을 수 없겠지? 그런데 말이야. 어느 날 갑자기 문득, 내가 쓰는 글을 왠지 네가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오늘부터 나는 너에게 편지로 남한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 궁금하고 기대되지? 북한 이야기도 그곳에 사는 네가 이렇게 편지로 써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야무진 생각도 해보지만, 그건 꿈같은 일이라 그저 마음속에 품어본다. 내가 쓰는 글을 네가 볼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은 나를 너무 설레게 해!

한국에 사는 사촌 언니가 들려주는 남한 이야기! 나는 글쟁이니까 너에게 분명 재밌고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거야. 아마 이 편지는 너와 내가 만나게 되는 그날까지 이어지겠지? 아닌가? 어쩌면 우리는 저세상에서 먼저 만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너와 내 아이들에게는 남과 북의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글이라도 남겨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너와 내 아이들이 만났을 때 서로에게 너무 낯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나기도 해.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 너에게 한국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잘 읽어야 해 알았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편지가 될 테니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안녕~

                                                                                                                              

                                                                                                                              남한으로 시집 온 언니가...


이 글은 남한에 시집 온 언니가 북한에 사는 사촌 동생에게 "전하고 싶은 편지"라는 매거진으로 발행 될 첫 내용입니다^^

남한에 북한을 알리는 글은 많아도 북한에 남한을 알리는 글이라든가 책은 없기에 지금 당장은 전할 수 없는 글이지만 쓰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남과 북에 꼭 필요한 가이드같은 책이 되지 않을까요?

저의 발길이 닿는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이야기는 동생에게 쓰는 편지가 될것이고 그 글들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서 북한에 있는 동생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과연 보낼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제가 쓴 편지가 모인 책을 동생이 받을 거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브런치 독자님들께서도 남과 북에 사는 언니와 동생의 편지를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읽어주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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