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 Feb 02. 2020

프로들의 세계

일찍 일어나는 상인이 하루 장사를 좌우할 싱싱한 농산물을 살 수 있다

누군가는 잠드는 시간, 버스가 다니지 않는 컴컴한 밤길을 더듬거리며 엄궁동을 찾는다. 육중한 화물차들이 부대끼던 서부산의 공장들도 깊은 잠에 든 듯하다. 면적이 15만 4190㎡나 되는 시장이라고 했지만 입구가 어딘지도 몰라 헤매던 와중에 텅 빈 트럭들이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저곳이구나! 차들을 쫓아 들어선 시장 건물 사이 도로에 접어들자 여기저기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타는 냄새가 정겹게 느껴진다. 한겨울에나 쓸 법한 녹슨 난로들은 새벽마다 뜨거운 불과 함께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다. 상인들은 불을 쬐며 배추를 손질하다 노란 속을 꺼내 나눠 먹으며 웃고 있다. 난로 위 주전자에 끓는 차는 일하는 사람들 몸속까지 덥혀줄 것이다. 사람들의 열기가 벌써 느껴진다. 


감상에 젖는 것도 잠시, 거인국에 온 듯 커다란 시장 건물 네 동이 눈에 들어온다. 시장 하나를 다 둘러보기도 벅찰 것 같은데 사람들은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동문 서문 남문 북문 수많은 입구 중에서도 자신만의 동선으로 능숙한 스텝을 빠르게 밟는다. 일찍 일어나는 상인이 그날 하루 장사를 좌우할 싱싱한 농산물을 살 수 있고 발품을 팔아서 좋은 물건을 사려면 발을 대신할 이동수단이 필요하다. 프로들의 세계에는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하다. 짐을 싣는 규모에 따라 카트, 자전거, 대차, 엘카, 지게차, 오토바이, 트럭, 트레일러 모두 있다. 이동수단이 다양한 만큼 구석구석 뻗어 나간다. 경매가 열리는 짧은 시간 동안 빨리 물건을 채우기 위해 카트를 매단 오토바이가 가장 많이 보이는데 평소에 볼 수 없는 이동수단들이 시장을 종횡무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계절 인사를 보내는 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