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0조(변제제공의 방법) 변제는 채무내용에 좇은 현실제공으로 이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채권자가 미리 변제받기를 거절하거나 채무의 이행에 채권자의 행위를 요하는 경우에는 변제준비의 완료를 통지하고 그 수령을 최고하면 된다.
오늘부터는 제6절, [채권의 소멸]을 살펴볼 것입니다. 채권도 사람처럼 태어나고 또 없어집니다. 채권이 태어나는 방법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미 공부했었지요. 당사자 간의 '계약'에 의해서 발생할 수도 있고, 나중에 공부할 '불법행위'에 의해서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사무관리'와 '부당이득'이 채권의 발생원인이 될 수 있는데, 뒤의 3개는 차차 나중에 알아볼 것입니다.
태어난 채권은 몇 가지 사유로 인해 소멸합니다. 우리 민법에서는 제6절을 '채권의 소멸'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 밑에 6개의 관을 두고 있습니다. 변제, 공탁, 상계, 경개, 면제, 혼동의 6개가 그것입니다. 그 첫 번째, 변제에 대해서 지금부터 알아보려고 합니다.
*변제에 관한 제1관에서는 사실 대물변제(제466조)에 대한 조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변제와 대물변제는 좀 다릅니다. 하지만 민법에서는 대물변제를 별도의 '관'으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자면 민법이 명시하는 채권의 소멸사유는 위의 6개에 대물변제를 포함하여 총 7개라고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교과서도 그렇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변제란, 채무자(또는 제3자)의 급부행위에 의하여 채권이 만족을 얻어 채권이 소멸되는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법률요건을 말합니다(박동진, 2020).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빚을 갚아서 빚이 없어지는 것"인 셈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변제라는 개념에는 중요한 요소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1)먼저 채무의 이행행위가 있어야 하고, (2)그로 인하여 급부결과가 실현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나부자에게 1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철수가 나부자에게 그 채무를 이행하여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려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치면 됩니다. ①철수는 변제기(돈을 갚기로 한 날)에 나부자를 찾아가, 자신의 지갑에서 100만원의 현금을 꺼내어 나부자에게 건네줍니다. ②나부자는 철수가 준 돈을 받아 자신의 지갑에 넣습니다. 그러면 철수는 나부자에게 빚을 갚은 것이 되고, 나부자의 100만원 채권은 소멸하게 됩니다. '변제'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①단계에서 철수가 돈을 주기는 줬는데 50만원만 줬다거나(채무의 일부만 제공), 혹은 현금으로 갚기로 약속했음에도 쌀 100가마니를 준다거나 하면, 채무의 이행이 제대로 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철수는 100만원을 현금으로 잘 줬지만 ②단계에서 나부자가 뜬금없이 돈을 받는 것을 거절하고 집으로 가버린다면, 이 역시 '변제'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게 됩니다. 변제는 채권의 만족, 즉 급부결과가 온전히 실현되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나부자가 100만원을 받았다는 '결과'가 실현되지 않았으니까 변제는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은 너무하지 않습니까? 철수는 최선을 다했는데, 나부자가 돈을 안 받은 것을 갖고 변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철수에게 너무 잔인한 일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 민법은 새로운 개념을 하나 더 도입합니다. 바로 '변제제공'이라는 개념입니다. 즉, 변제제공(또는 이행제공)이란 채무의 이행을 위해 채권자의 협력이 필요한 경우, 채무자가 일단 자신이 해야 할 행위를 마치고 채권자에게 협력을 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박동진, 2020: 470면). 우리 민법은 채무자가 변제제공까지 했는데도 채권자가 그 수령을 거절하여 '변제'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 채무자의 책임을 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변제제공에 관한 기본적인 방법을 다룬 것이 바로 오늘 공부할 제460조입니다.
제460조 본문에서는 "변제는 채무내용에 좇은 현실제공으로 이를 하여야 한다."라고 합니다. '채무의 내용에 좇다'라는 것은 변제를 하는 사람이나 변제의 물체, 장소, 시기 등 여러 관점에서 채무의 내용에 부합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하지요. 위의 사례에서 철수가 100만원을 갚기로 해놓고 50만원만 갚는 것은 채무의 내용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현실제공'이란 현실적으로 채권자의 수령이나 협력이 있으면 바로 변제가 완료될 수 있을 정도로 채무자가 변제를 위해 필요한 행위를 완료하고 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김용덕, 2020: 23면). 예를 들어 변제 기일에 철수가 직접 나부자를 찾아가 지갑에서 100만원을 꺼내어 건넨 경우, 나부자는 그 돈을 받아 지갑에 넣기만 하면 되므로 철수는 현실제공을 마무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현실제공은 채무자가 금전을 이행장소에 가져가서 언제든지 지급할 수 있는 상태면 되고, 굳이 금전을 채권자의 면전에 제시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김준호, 2017: 1187면). 여기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한 사례를 제시한 것입니다.
이제 제460조 단서를 봅시다. 여기서는 채권자가 미리 변제받기를 거절하거나 채무의 이행에 채권자의 행위를 요하는 경우에는 변제준비의 완료를 통지하고 그 수령을 최고하면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변제기가 되기 전 나부자가 철수에게, "요즘 너의 행동거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일모레 변제기가 되어도 네가 갚을 돈은 안 받는다.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이자가 쌓여도 나는 알 바 아니다." 이렇게 말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철수는 나부자가 미리 변제를 거절하였으므로, 제460조 단서에 따라 100만원의 돈을 준비하고(변제 준비 완료) 나부자에게 "돈은 이미 준비되었으니 받아가라"(수령의 최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제460조 단서에 따라 이행을 제공하는 것을 (말로 한다고 하여) 구두제공이라고도 부릅니다.
구두제공은 채권자의 거절 외에도 채권자의 선행적인 행위가 있어야 채무자가 이행을 할 수 있는 경우에도 허용됩니다. 여기서 채권자의 행위란, '수령 이외의 협력', 즉 단순한 수령이 아니라 채권자가 꼭 뭔가를 해줘야 하는 행위를 뜻합니다(양창수·김재형, 2015).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나부자가 지정하는 장소에서 반드시 돈을 갚기로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었다면, 철수의 입장에서는 나부자가 어디서 만날 것인지 얘기를 해줘야 돈을 갚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부자가 변제기가 될 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장소를 말해주지 않는다면, 철수는 돈은 준비되었으니까 가져가라고 하여 구두제공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변제제공의 방법과 효과에 대해서 사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철수와 나부자의 사례를 다시 새롭게 구성해 보겠습니다.
철수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조각상을 하나 갖고 있습니다. 나부자는 철수의 조각상을 마음에 들어합니다. 그래서 그 조각상을 1천만원에 사기로 합니다. 철수와 나부자는 1월 1일 계약을 맺고, 철수가 조각상을 1월 3일 오후 3시에 나부자의 집으로 가져다 주면 그 자리에서 나부자가 1천만원을 주기로 약정하였습니다. 이제 1월 3일이 되었을 때, 3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엄밀히는 조각상 매매계약이 이루어진 것이고, 철수도 나부자도 채무자이자 채권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수는 나부자에게 조각상을 인도할 의무(채무)가 있고, 나부자는 철수에게 대금을 지급할 의무(채무)가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서로('쌍'으로) 대가적인 채'무'를 부담한다고 하여 '쌍무계약'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는 변제제공을 해야 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채무자라고 하면 철수, 채권자라고 하면 나부자를 뜻하는 것으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철수는 1월 3일 오후 3시 조각상을 들고 직접 나부자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나부자는 집에 없었다.
(2) 1월 3일 오후 3시가 되기 전 철수는 나부자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부자는 철수가 평소 하는 행동이 요즘 마음에 안든다고 하면서, 내일 자신은 조각상을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3) 1월 3일 오후 3시가 1월 3일 오후 3시가 되기 전 철수는 나부자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부자는 철수가 평소 하는 행동이 요즘 마음에 안든다고 하면서, 조각상을 안 사겠다고 하면서 이사를 가버렸습니다(!)
극단적인 사례들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니 양해 바랍니다. (1)의 사례는 철수의 변제제공, 그 중에서도 현실제공이 이루어진 건입니다(제460조 본문 참조). (2)는 채권자가 미리 수령을 거절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3)과는 차이가 있는데, (2)는 조각상을 아예 안 사겠다고까지 말한 것은 아닌 것에 비하여, (3)은 아주 명백하게 그 조각상을 안 사겠다고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나부자가 아예 이사까지 가버렸으니까요.
(2)의 경우, 제460조 단서에 따라 철수는 굳이 현실제공을 하지 않고 구두제공만 하여도 됩니다("채권자가 미리 변제받기를 거절하거나 채무의 이행에 채권자의 행위를 요하는 경우"에서 채권자가 미리 변제받기를 거절한 경우에 해당). 따라서 철수는 나부자에게 다시 연락하여, 조각상은 완전히 준비되었고 어서 조각상을 받아가라고 말하여 '구두제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하여도 변제제공의 효과가 발생합니다.
(3)의 경우는 조금 특별합니다. 민법에서는 이에 대해 따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 대법원은 (3)과 같은 경우 "민법 제460조 단서는 전에 수령을 거절한 채권자라도 그 후 번의하여 수령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그 경우에는 신의칙상 채무자는 변제준비의 완료를 통지하고 그 수령을 최고하는 소위 언어상의 변제제공방법을 하여야 할 의무 있음을 규정한 취지이고 변제를 수령하지 않을 의사가 명백하여 전의 수령거절의사를 번의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까지 구두의 변제제공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채무자는 위의 소위 언어상의 변제제공을 아니 하더라도 채권자에게 채무불이행의 책임이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라고 하여(대법원 1976. 11. 9., 선고, 76다2218, 판결) 구두제공조차 하지 않아도 채무불이행책임을 지지 않는 특수한 사례라고 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 제460조 단서가 있는 이유가 뭘까요? 채무자가 계약대로 준비를 다 했는데, 채권자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약속 장소에 안 나타난다거나 수령을 거절하면 괘씸합니다. 위 (2)의 사례에서 나부자는 괘씸한 사람입니다. 굳이 채권자가 안 받겠다고 하는데, 채무자가 바리바리 조각상을 싸들고 가서 채권자 집 문을 두드리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서 우리 민법은 이처럼 수령을 미리 거절하거나, 아니면 선행적으로 필요한 행위를 안 하는 괘씸한 채권자에게까지 채무자가 '현실제공'을 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하여, 현실제공 대신 '구두제공'으로도 갈음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것입니다.
그런데 (3)의 사례는 더합니다. 나부자는 아예, 영구적으로 수령거절의 의사를 명백하게 표시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장래에도 수령을 할 가능성이 0%라면, 철수가 굳이 구두제공조차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인 것입니다. 구두제공은 혹시라도 나중에 채권자가 마음을 바꿔서 다시 수령을 하고자 하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니까요. 그런 가능성이 없다면, 구두제공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즉, 채무자는 구두제공도 안 했지만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하게 됩니다(채권자지체의 성립과는 별개, 추후 제461조에서 설명).
오늘은 변제의 개념, 그리고 변제제공이란 무엇인지 살펴보았습니다. 내일은 이어서 변제제공의 효과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하의 내용은 심화학습이므로, 꼭 이해하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논의에서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만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변제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학설의 논란이 있습니다. 또, 변제의 개념에서 '채무자'에 의한 급부의 실현만 포함되는 것인지, 채무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해서도 변제가 가능한 것인지도 견해의 대립이 있었습니다(김용덕, 2020).
학계의 지배적 견해는, 변제에는 언제나 변제의 의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변제의 법적 성질은 법률행위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러한 견해에서는 '변제' 그 자체와 변제를 위해 이루어지는 행위(예를 들어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건네는 행위), 즉 변제행위(이행행위, 급부행위)는 다른 개념이라고 봅니다. 변제행위는 법률행위일 수도, 사실행위일 수도 있지만, 변제 그 자체는 법률행위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변제행위는 법률행위인 경우 대리도 가능하고, 착오, 제한능력 등의 이유로 취소도 가능하지만 변제는 법률행위가 아니므로 취소가 안 되는 것입니다(박동진, 2020: 469면).
*변제행위(이행행위)는 보통 사실행위일 것이지만, 드물게 법률행위인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임계약에서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자신 소유의 부동산을 팔아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변제행위가 법률행위가 됩니다. 수임인이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김대정·최창렬, 2020).
그런데 학계에서는 변제가 법률행위는 아니라는 점에 의견이 거의 일치하지만, 그렇다면 변제가 법률행위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냐,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좀 갈립니다. 이에 관하여 준법률행위설, 사실행위설, 목적적 급부실현성 등의 여러 학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학계의 다수설은 준법률행위설입니다. 먼저 준법률행위의 개념을 다시 한번 간단히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전에 [민법총칙]에서 공부하였듯, 준법률행위는 적법행위 중에서 법률행위(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요건)가 아닌 것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즉, 표의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법률에 따라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준법률행위인 것입니다. 그러나 준법률행위에도 당사자의 '의사의 작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준법률행위는 다시 표현행위와 사실행위로 나뉘는데, 표현행위는 우리가 그동안 공부한 의사의 통지(제15조, 제88조 등), 관념의 통지(제71조, 제168조제3호 등), 감정의 표시(제556조제2항)이 있고, 사실행위는 가공, 선점, 유실물습득, 매장물 발견, 인도 등의 행위가 있습니다. 이 중 표현행위는 표의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정한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의사표시 그 자체는 아니지만(예를 들어 제한능력자와 거래한 사람이 제한능력자의 법정대리인에게 거래를 추인해 줄 것을 물어볼 수 있는데, 그 사람은 민법상의 촉구(최고)에 대해 전혀 모르고 그에 따른 법적 효과를 노린 것도 아니지만, 법률에 따라 대리인이 정해진 기간 동안 답변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추인이 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사실행위보다는 좀 더 의사표시에 가까운 것이라고 볼 수는 있습니다. 따라서 준법률행위 중에서도 일부는 의사표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사표시에 관한 규정(제107조 이하)이 유추적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백태승, 2021). 결국 우리가 굳이 복잡하게 준법률행위의 개념을 만들고 공부하는 이유는, 엄밀하게는 의사표시가 아니지만 준법률행위 중에서도 의사적 요소를 갖는 것을 추출하여, 민법 제107조 이하의 의사표시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를 정하자는 것에 있습니다(김준호, 2017).
*대표적인 예로, 원칙적으로 '대리'는 법률행위에 인정되는 것이지만, 준법률행위 중에서도 의사의 통지, 관념의 통지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대리의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통설적인 견해입니다(송덕수, 2022).
그렇다면 이제 '변제'를 준법률행위로 보면 얻게 되는 이점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은 법률행위가 아니니까 변제의사가 필수적인 요소라고 굳이 보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변제행위(이행행위)가 만약 법률행위라면, 변제에 대해서도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준법률행위 중 일부에는 의사표시에 대한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니 말이지요.
그러나 준법률행위설이 항상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것만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김대정 교수님의 경우, 급부행위가 법률행위라면 그 급부행위에 대하여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 것은 이론상 당연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준법률행위설은 변제의 법적 성질에 대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있는 무의미한 이론이라고 지적하면서 변제를 계약으로 보는 견해를 제시하였던 바 있습니다(김대정·최창렬, 2020: 339, 343-345면). 자세한 내용은 참고문헌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심화학습 파트에서 다룬 내용은 다소 지나치게 이론적인 측면이 있어, "도대체 왜 이런 걸 알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학자들도 바보는 아니고(?), 변제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지는 나아가 채권의 소멸이라는 중요한 문제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학자들은 이러한 논의를 해왔던 것입니다. 복잡하다 싶은 내용은 무시하시고, 그냥 이런 논의가 있구나 하고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참고문헌
김대정·최창렬, 「채권총론」(전자책), 박영사, 2020, 327면.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4(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3-6면(정준영).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203면.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469면.
백태승, 「민법총칙(제7판)」(전자책), 집현재, 2021, 296면.
송덕수, 「신민법강의(제15판)」(전자책), 박영사, 2022, 149면.
양창수·김재형, 「민법 1 계약법」, 박영사, 2015, 3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