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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461조, "변제제공의 효과"

by 법과의 만남
제461조(변제제공의 효과) 변제의 제공은 그때로부터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하게 한다.


우리는 어제 변제제공의 개념을 공부하였습니다. '변제제공'과 '변제'는 다른 개념이라고 했습니다. 채무자의 변제제공이 이루어지고(예를 들어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직접 찾아가서 지갑에서 돈을 꺼내 주는 것), 채권자가 이를 수령하면(채권자가 돈을 받아서 자기 지갑에 넣는 것), '변제'가 이루어지고 채권은 소멸합니다. 문제는 채권자가 수령을 받지 않는 경우이지요.


제461조는, 변제제공이 있으면 그때부터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한다고 정합니다. 즉 어제 살펴본 대로 변제제공(현실제공 또는 구두제공)이 있으면, 채무자는 채무불이행 책임을 질 필요가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계약에 따른 적법한 방법으로 돈을 건네주었는데도 채권자가 돈을 받지 않는다면, 채무자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예를 들어 지연배상)을 할 필요도 없고, 혹시 질권이나 저당권 등이 걸려 있다고 하더라도 담보권이 실행될 걱정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 변제제공이 도대체 어떤 이득을 채무자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지, 제461조에 나와 있지 않은 효과까지 해서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예시는 어제 공부한 그 사례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례1] 철수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조각상을 하나 갖고 있다. 나부자는 철수의 조각상을 마음에 들어 한다. 그래서 그 조각상을 1천만원에 사기로 했다. 철수와 나부자는 1월 1일 계약을 맺고, 철수가 조각상을 1월 3일 오후 3시에 나부자의 집으로 가져다주면 그 자리에서 나부자가 1천만원을 주기로 약정하였다. 그런데 당일, 철수가 조각상을 들고 찾아갔지만 나부자는 집에 없었다.


1. 채무자는 이행지체 책임을 면하게 된다.

제461조에서 말하고 있는 그 내용입니다. 만약 철수가 그냥 1월 3일 오후 3시에 조각상을 갖다 주지 않았다면, 철수는 원칙대로라면 이행지체에 빠지게 되고, 나부자에게 지연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례에서 철수는 변제제공(현실제공)을 했으므로, 제461조에 따라 이와 같은 이행지체 책임을 면하게 됩니다.


다만, 주의할 것은 제461조에서 말하는 '채무불이행의 책임'은 '이행지체' 책임에만 한정되는 것으로, '이행불능'의 책임까지 모두 면제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박동진, 2020). 일단 나부자가 조각상을 수령을 안 한 거니까, 철수에게 "기한을 넘겨서 조각상을 전달하지 못한 책임"은 없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만약 철수가 나부자가 없는 것에 화가 나서 조각상을 부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철수에게는 "영원히 조각상을 전달하지 못하게 된 책임"도 없는 걸까요?


채권자가 수령을 안 했다고 해서 채권 자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변제'가 있으면 채권이 소멸하는데, 철수가 한 것은 '변제제공'이지 '변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념의 구분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나부자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나부자의 채권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그런데 철수가 목적물인 조각상을 부숴 버렸다면, 철수의 채무는 이행불능이 되고, 철수는 이행불능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합니다. 즉 나부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줘야 합니다.


2. 채권자에게 채권자지체가 성립한다.

예전에 공부한 채권자지체, 기억하십니까? 철수는 현실제공을 했으나 나부자가 수령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과 나부자는 채권자지체에 빠집니다. 기억이 잘 안 나는 분들은 제400조를 복습하고 오셔도 좋습니다. 거기서 사실 제460조를 살짝 언급했던 적이 있었지요.

제400조(채권자지체) 채권자가 이행을 받을 수 없거나 받지 아니한 때에는 이행의 제공있는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제401조(채권자지체와 채무자의 책임) 채권자지체 중에는 채무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이 없다.


채권자지체 상태에서는, 채무자는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면 불이행에 따른 책임이 없습니다. 즉,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철수가 (나부자의 수령거절 후) 고의로 화가 나서 조각상을 부순 경우는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철수가 경과실 또는 과실 없이 조각상을 넘겨주지 못하게 된 경우는 제401조에 따라 책임을 피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나부자가 수령을 했다면 끝났을 문제니까요. 예를 들어 아래 [사례2]를 봅시다.

[사례2] 나부자가 집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철수는 힘없이 조각상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더니, 갑작스러운 벼락이 떨어져 철수의 조각상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사례2]의 경우, 이는 철수의 무과실로 인한 목적물의 멸실이므로 제401조가 적용될 것입니다. 따라서 조각상을 건네주지 않아도 철수가 책임질 일은 없습니다.


그러면 그걸로 끝일까요? 벼락으로 조각상이 타 없어지고, 끝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401조에서 공부한 것을 한번 돌이켜 보세요(채권자지체의 효과). 거기서 우리는 채권자지체의 효과 중 "쌍무계약에서의 위험 이전"이 발생한다고 공부하였던 바 있습니다. 사실 나중에 제538조에서 공부할 내용이기는 한데, 여기서 살짝 맛만 보도록 할 겁니다.


본래 우리 민법은 쌍무계약에서 누구의 잘못도 없이 이행불능이 발생하면,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하여, 원칙적으로 '채무자 위험부담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제537조). 즉 원래대로라면, 철수는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상대방(나부자)의 이행(매매대금)도 청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철수는 조각상을 잃고, 나부자는 그냥 아무것도 잃지 않고, 그러고 끝인 거죠.

제537조(채무자위험부담주의)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당사자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런데 위 [사례2]에서는 나부자가 이미 채권자지체에 빠져 있었죠. 채권자지체 중에는 얘기가 좀 다릅니다. 제538조 후단을 보면, 채권자가 수령지체를 하는 동안,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이유로 이행불능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예외적으로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538조(채권자귀책사유로 인한 이행불능) ①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채권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에 당사자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도 같다.
②전항의 경우에 채무자는 자기의 채무를 면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때에는 이를 채권자에게 상환하여야 한다.


따라서, [사례2]에서 철수는 "너에게 조각상을 갖다 주려고 갔다가 네가 없어서 돌아오는 길에 벼락을 만나 조각상을 잃었다. 너 때문이니까 약속했던 1천만원은 줘라."라고 주장할 수 있으며, 나부자는 조각상을 손에 넣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3. 약정이자가 있더라도 채무자는 줄 필요가 없다.

앞서 1.에서 지연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여기서는 지연배상(지연이자)가 아니라 약정이자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약정이자의 개념에 대해서 기억이 잘 안 나는 분들은 제379조 파트를 복습하고 오셔도 좋습니다. 지연이자는 사실 손해배상금의 성질을 갖는 것이므로 5% 이렇게 비율이 붙기는 하지만 엄밀히는 이자보다 배상의 개념에 가까운 거고요, 약정이자는 예를 들어 돈을 빌려준 거 자체에 대해 붙이는 이자입니다. 돈을 빌려주고 월 1%씩 이자를 붙이기로 했다면, 변제기가 되어서 돈을 갚을 때 원금+이자로 갚아야 합니다. 이때의 이자는 (돈을 늦게 갚아서 물게 되는 손해배상금이 아닌) 약정이자인 것입니다. 약정이자를 당사자 간에 정했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수령을 안 한 것이므로 채무자가 약정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부분은 제402조에서 공부한 바 있습니다.

제402조(동전) 채권자지체 중에는 이자있는 채권이라도 채무자는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4. 채권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상실한다.

이것은 모든 경우에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쌍무계약에서 인정되는 것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계약이 쌍무계약이다보니 매우 중요하긴 하지요. 나중에 제536조에 가면, '동시이행의 항변권'이라는 것이 나옵니다. 그때 어차피 공부할 것이니 여기서는 간략하게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제536조(동시이행의 항변권) ①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그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 까지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채무가 변제기에 있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먼저 이행하여야 할 경우에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전항 본문과 같다.


동시이행의 항변권이란, 아주 단순하게 얘기하면 "네가 하기로 한 걸 안 했으니, 나도 내가 하기로 한 걸 안 할래."라는 겁니다. 즉, 동시에 이행한다는 것을 근거로 상대방에게 따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536조에서는 이를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그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항변권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 법조문에서 '채무이행'이라고 하지 않고 '채무이행의 제공'이라고 표현한 점에 주목하세요.


원래대로라면, 나부자는 철수가 아직 자신에게 조각상을 넘겨주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매매대금을 철수에게 줄 수 없다고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즉,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쓸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채무자인 철수가 변제제공을 하게 되면 나부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잃게 되고, 그에 따라 철수에 대한 매매대금 지급 채무의 지체책임을 지게 됩니다. 나부자는 철수에게 돈을 줘야 하는 거죠.


다만, 우리의 판례는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먼저 한 번 현실의 제공을 하고, 상대방을 수령지체에 빠지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이행의 제공이 계속되지 않는 경우는 과거에 이행의 제공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방이 가지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시적으로 당사자 일방의 의무의 이행 제공이 있었으나 곧 그 이행의 제공이 중지되어 더 이상 그 제공이 계속되지 아니하는 기간 동안에는 상대방의 의무가 이행지체 상태에 빠졌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 이행의 제공이 중지된 이후에 상대방의 의무가 이행지체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도 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하여(대법원 1995. 3. 14., 선고, 94다26646, 판결), 변제제공이 1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변제제공의 방법(제460조), 그리고 변제제공의 효과(제461조)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변제제공이라는 제도를 우리 민법에 두는 이유는 결국 무엇일까요? 현실적으로 채무를 이행하는 데에도 채권자의 협력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말 열심히 이행을 노력한 채무자가 채권자의 협력이 없어서 변제를 못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이와 같은 제도의 취지를 아신다면, 조문을 더 깊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변제제공의 제도까지 있다고 해도 여전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결국 채무자인 철수는 조각상 들고 나부자에게 찾아가야 하고, 아니면 계속 구두제공이라도 해야 상대방에게 돈을 받을까 말까 한 거네?"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변제제공이 있어도 변제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채무자는 여전히 유효한 채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 채무자를 위해서 우리 민법이 마련해 둔 제도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변제공탁'입니다. 이 제도는 나중에 제487조에서 따로 살펴볼 건데요,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채무자가 채권자를 직접 안 만나고도, 공탁소에 물건이나 돈을 맡겨 놓음으로써 변제와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제487조(변제공탁의 요건, 효과)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아니하거나 받을 수 없는 때에는 변제자는 채권자를 위하여 변제의 목적물을 공탁하여 그 채무를 면할 수 있다. 변제자가 과실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같다.


오늘은 변제제공의 효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특정물의 현상인도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47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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