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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467조, "변제의 장소"

by 법과의 만남
제467조(변제의 장소) ①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변제장소를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특정물의 인도는 채권성립당시에 그 물건이 있던 장소에서 하여야 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특정물인도 이외의 채무변제는 채권자의 현주소에서 하여야 한다. 그러나 영업에 관한 채무의 변제는 채권자의 현영업소에서 하여야 한다.


제466조에서는 뜬금없이 대물변제가 등장하더니, 제467조는 다시 변제와 관련된 문제로 돌아옵니다. 제467조는 "변제를 어디서 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대답합니다. 즉, 장소에 관한 조문입니다. 제1항을 보면, 채무의 성질이나 의사표시로 변제의 장소를 확실히 정해 두지 않았다면, 일단 특정물의 인도는 '채권이 성립할 당시'에 그 물건이 있던 장소에서 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나부자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귀중한 조각상을 팔기로 했다고 합시다. 계약은 했는데, 철수가 그 물건을 어디서 인도할 것인지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조각상 인도채무의 변제가 이루어질 장소는 계약이 체결될 당시 조각상이 있었던 곳, 즉 철수의 집이 될 것입니다. 물론, 보통은 계약할 때 철수가 나부자의 집에 조각상을 배달한다는 등 별도의 내용을 합의하겠습니다만, 여기서는 어디까지나 그러한 합의가 없었던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합의한 게 있으면, 그에 따르면 됩니다.


제2항을 봅시다. 제1항은 특정물에 관한 것이었는데, 제2항은 특정물 인도가 아닌 채무, 즉 불특정물(종류물)의 인도나 '하는 채무' 같은 것은 채권자의 현재 주소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영업에 관한 채무의 변제는 채권자의 현재 '영업소'에서 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나부자에게 맥주 10박스를 넘겨주기로 계약을 했다고 합시다. 별다른 합의가 따로 없었다면, 맥주 인도채무의 변제가 이루어질 장소는 채권자인 나부자의 집(현재 주소)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현 주소'라는 건, 채무를 이행할 당시의 주소를 의미합니다(송덕수, 2022). 그러니까 계약을 체결할 때 나부자가 A에 살았는데 맥주를 넘겨줄 시점에는 B에 살고 있다면, 철수는 B에 가서 맥주를 인도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채무자가 목적물을 채권자의 주소지나 합의된 제3지에서 급부하여야 하는 채무를 지참채무라고 합니다. 제467조제2항은 특정물인도채무 이외의 채무에 대하여 지참채무의 원칙을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채권자가 채무자의 주소지 또는 합의된 제3지에 와서 목적물을 변제받아야 하는 채무를 (채권자가 와서 추심해야 한다고 해서) 추심채무, 채무자가 목적물을 채권자의 주소지나 합의된 제3지에 송부하여야 하는 채무를 송부채무라고 부르는데요(김용덕, 2020), 참고로 알아 두시면 되겠습니다.


다만, 쌍방이 모두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변제장소를 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텐데요, 예를 들어 철수가 맥주 인도채무를 지고, 나부자는 맥주 매매대금을 지급하는 채무를 지고 있다면, 철수는 나부자의 집에 맥주를 갖다 주고, 나부자는 철수의 집에 다시 가서 매매대금을 주어야 하는 걸까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럴 필요는 없고, 민법 제586조는 매매계약의 경우 목적물이 인도되는 장소에서 바로 매매대금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김준호, 2017).

제586조(대금지급장소) 매매의 목적물의 인도와 동시에 대금을 지급할 경우에는 그 인도장소에서 이를 지급하여야 한다.


오늘은 변제장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변제기 전의 변제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4(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62면(정준영).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203면.

송덕수, 「신민법강의(제15판)」(전자책), 박영사, 2022, 99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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