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수술의짝꿍,혈액응고 방지제 와파린,에녹사파린(저분자량 헤파린)
시한폭탄을 가슴에 달고 있는데, 점점 초가 다가오는 느낌이네요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은지 살려서 나오고 싶어요
어쩐지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야기를 쓸 때면 꼭 김준완(정경호 분) 선생님 이야기가 주가 되곤 한다. 아무래도 '심장'이란 장기가 주는 무게감 때문이 아닐까?
세상 까칠해 보이지만 외로움도 많이 타고, 전형적 겉바속촉이라는 율제병원 흉부외과 과장, 김준완 교수님에게, 친구 99즈에게 몇 번이나 이야기할 만큼 아픈 손가락이 있다. 은지라고 있는데, 라는 말 만으로 "알아, 네가 몇 번이나 이야기했잖아"라는 답이 돌아올 만큼.
본격 등장은 시즌 2, 4화 에서였지만, 은지가 왜 입원했는지를 보려고, 시즌 2 1회부터 다시 정주행을 하다 보니, 첫회 C line(중심정맥관)을 뽑기 전에 peripheral line을 잡으려고 하는데, 잘 잡히지 않는다는 전화에 먹던 음식을 뒤로하고, 준완을 달려 나가게 했던 그 어린이 환자가 은지였다. 은지는 심장이식을 기다리고 있고, 심실 보조장치인 바드(VAD)를 부착한 채 소아 중환자실에서 살고 있다. 은지의 질환명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심실 보조장치 또는 ECMO를 통한 중장기 기계적 전략이 필요하고, 궁극적으로는 심장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소아 심부전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환자를 위하는 맘으로 저 흉부외과 가고 싶다는 어쩌면 의대생 시절의 준완을 닮아있는 홍도의 숙제라는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VAD(심실 보조 장치)에 대한 설명을 처리한 것도, 자막 방식보다 훨씬 더 이해를 도왔다.
VAD는 오직 심장기능만을 보조하는 장치로 단측 또는 양측 모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흐름(flow design)에 따라 여러 장치가 존재하고 펌프의 위치는 환자에 따라, 전달 방식에 따라 상대적이다. 성인의 경우 이식형이 가능하니,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소아의 경우 중환자실에 전원 공급장치를 이식하는 장치가 없어 중환자실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홍도의 합격 숙제 그대로다. 이런 VAD는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주로 쓰이고, 좋은 경과를 연장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보스턴 어린이 병원에서 시행한 등록연구(J Heart Lung Transplant. 2018;37(1):38) 에 따르면, VAD 이식한 소아환자 364명 중 72%가 6개월까지 생존했고, 거의 50%가 결과적으로 심장이식을 받았다. 청소년 환자(11~19세)는 더 높은 생존율을 보였고, 반면 1세 미만의 영아의 경우 생존율은 47% 였다. 흔하면서도 심각한 이상 사례는 감염, 출혈, 경색을 포함한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경우 VAD 옵션이 제한적인 건 아이들이 너무 작기(body size) 때문에 해부학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성인의 경우에 비해 옵션이 적을 수밖에 없다.
선생님, 은지가 깨어났는데 좀 이상해요. 왼팔을 잘 못 움직여요.
여느 때와 같이 소아중환자실에 들른 도재학(정문성 분) 선생님을 전력 질주하게 했던, 은지. 이런 VAD를 달고 있는 은지이기에, 경색이나 출혈, 등 다양한 이상 사례가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반응들이 생명에 직결되기에 오늘도 도재학 선생님은 달린다.
은지가 상태를 파악했으니 다음 순서는 역시나 주치의인 김준완 교수님께 노티(Notify, 보고)하셔야 할 때다. 시점상 아마도 이제는 전문의 시험을 앞둔 혹은 전문의로 옷을 갈아입은 즈음이지만, 아직은 보고가 우선이다. 외과의의 사정이란 모두 그렇겠지만, 수술, 외래진료, 병동 진료, 연구, 교육 모두를 담당해야 하는 대학병원 교수의 삶이란. 김준완 교수님은 여기에 더해 흉부외과 과장으로 회의와 행정 업무까지 해야 하니 매우 바쁠 밖에.
오늘도 그는 예정 수술을 위해 수술실 입실 준비를 하며 손을 소독하고 있다.
작은 미생물에도 예민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몸을 침습적으로 열어, 외부의 장벽(피부, 막)으로 부터 보호 기능을 무력화시킨 상태이니, 절대로 오염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소아외과인 안정원(유연석 분) 선생님의 전화를 1화에서 "안정원 교수님 휴대폰입니다. 수술 중이라 전화 못 받으세요"라고 수술실 간호사 선생님이 받아 스피커 폰으로 전해주던 광경을 생각하면, 같이 수술을 준비하러 왔지만, 아직은 손을 소독하지 않은 익준(조정석 분)이 전화를 들어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렇게 수술을 앞두고 조심하고 있는데, 전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은 좋지만은 않다.
앞서 본 대로, 은지의 양측 모터(Motor, 운동성)가 각각 Grade 2와 3으로 떨어져 있다는 것을 전해온다. 은지를 늘 걱정해오고 마음에 담아온 준완은 놀랄 밖에...
은지 PT 어때?
INR 2.8입니다.
PT와 INR은 심장을 다루는, 항응고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용어다. PT는 프로트롬빈 타임, INR은 그 혈액응고 시간에 대해 정해둔 국제적 표준 수치다. 일종의 SI 단위인 셈인데, 시약이나 측정 방식에 따라 PT가 달라질 수 있으니, INR이라는 국제 표준을 정해두고, 이를 통해, 치료 목표를 정한다. 이런 치료 목표가 중요한 이유는, 와파린이라는 혈액응고에 쓰이는 대표적 약물 때문이다.
와파린은 원래 쥐약으로 개발되었고, 치료역(Therapeutic Window)이 굉장히 좁다. 일종의 양날의 검인 셈이다.
이 좁은 치료역을 적절히 통제하기 위해서 혈액응고검사의 지표가 필요하다. 혈액은 피다. 피는 몸속에서 잘 흘러야 한다. 그리고 상처가 나서 몸 밖으로 흐를 때는 잘 굳어야 한다. 이 과정 중 어딘가 고장 나서, 몸속에서 피가 굳어도, 출혈이 있는데 피가 멈추지 않아도 문제다. 이를 어떻게 모니터링해야 할까에 대한 답은, 짝꿍처럼 같이 다니는 PT/INR이 이와 같이 혈액응고 반응을 측정하는 검사 수치다.
이런 PT/INR은 항응고 치료의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출혈의 평가, 파종성 혈관 내 응고(DIC)의 진단, 항응고제 치료 이전 기저 수치의 확립, 간의 합성 기능의 측정을 위해서도 쓰인다.
수술에 들어가기 직전, 폭탄과도 같은 환자 상태를 노티 받았고, 그 환자는 바드(VAD)라는 기계장치를 달고 있다. 원형 통에 들어가 자기장의 공명을 이용해 찍는 영상인 MRI는 진단을 위한 최적의 조치라 해도 은지에게는 시행할 수 없다. 고육지책으로 다른 영상의학 검사인 CT를 찍고, 컨설트를 받으라 지시를 했었다.
그러니, 이제 그 경과를 확인해야지. 발견이 빨랐던 덕분일까. 은지는 거의 회복이 되었고, 다만 아마도 오늘 이 모터가 떨어지는 현상의 원인일 것으로 예측되는 미세 혈전(microembolism)의 생성 여부는 확진할 수 없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상황 파악을 했으니, 이제는 처방이 이어질 차례다.
어제 와파린 얼마 줬니?
1 mg입니다.
1.5mg으로 올리고 바로 안 오를 테니, 에녹사파린 같이 주자.
준완은 뚝딱뚝딱 두 가지 약물을 처방한다. 와파린의 용량을 올리고, 에녹사파린을 추가 처방한다.
와파린과 에녹사파린 둘 다 항응고제(Anti-coagulant)다.
환자들에게 복용 약을 설명할 땐 피떡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혹은 피를 묽게 하는 약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아무리 크기가 작아도 혈전은 혈전, 흘러야 할 피가 흐르지 못하고, 뭉쳐 덩어리 졌으니, 이를 녹여주는 응고 방지제를 써야 할 때다.
와파린은 간에서 혈액응고에 필요한 응고 물질들을 만드는 데에 필수적인 비타민K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응고를 방해하는 약제다. 가끔 의학드라마에서 청국장을 먹어서, 시금치를 먹어서 비타민K를 과도하게 먹음으로 와파린의 작용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사례들이 꼭 한 번씩은 나오곤 한다. 약에 대한 지식이 없는 보통 사람이 몸에 좋다며 먹어 쉽게 실수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해, 늘 똑같은 말이지만, 꼭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 주의를 알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약 이기도 하다.
와파린의 적정 용량은 (다른 일반 약들과 달리) 환자마다 다르다. 체중이나 체표면적에 기반하는 약들과도 다르다. 오직 검사 결과에 따라 같은 환자에게서도 용량이 달라지기도 한다.
은지의 경우, INR은 2.8이었다.
정상인 즉, 혈액응고장애가 없는 사람의 경우의 기준치를 1로 봤을 때, 와파린을 복용하는 소아심장질환 환자의 경우, 개별적으로 다 다르지만 대개 target은 2-3 사이다.
목표로 하는 INR 보다 수치가 더 높으면 응고 기능이 너무 많이 억제된 것, 즉 쉽게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상태를 말하니 와파린의 용량을 줄여야 하고, 수치가 이보다 낮으면 응고 억제 효과가 부족한 것이므로, 용량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수치가 능사는 아니어서, 은지처럼 미세 혈전이 생겼다면, 혈전 예방의 목적으로 용량을 올려야 한다. 혈전이 더 많이 생기게 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김준완 교수님도 은지의 와파린 용량을 1에서 1.5로 올렸다.
그리고 하나의 약물을 더 추가하는데, 저분자량 헤파린(LMWH, Low Molecular Weight Heparin)인 에녹사파린이다. 에녹사파린은 제네릭(generic)이 출시되어 다양한 회사에서 공급하지만, 오리지널은 사노피아벤티스 사에서 출시한 크렉산으로 주사제다. 은지의 경우, 스스로 주사할 수 없지만, 프리필드 제형으로 이를 자가주사 형태로 처방받아 마치 인슐린 펜처럼 직접 주사하기도 한다.
Enoxaparin은 heparin의 중합체를 잘라 소분 자화 한 약제다. 그래서 저 분자량 헤파린인데, 이런 종류들은 factor Ⅹa 보다 트롬빈을 억제하는 능력이 더 많이 소실돼 factor Ⅹa억제작용이 우세한 편이다. 그런데 이런 저분자량 헤파린은 제제마다, 분자량이 또 몸 안에 들어갔을 때 약이 흡수되고, 대사 되는 과정인 약동학적 성질이 달라 임상적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즉, 어떤 환자가 크렉산으로 투여를 시작했다면, 프라그민(화이자, 달테파린, Dalteparin)으로 약을 바꿔서 투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헤파린이나 에녹사파린과 같은 저분자량 헤파린 모두, 주사약이다. 정맥주사 혹은 피하(피부 아래, SC, subcutaneous) 주사로 투여하며, 위의 약동학적 차이 때문에 용량 결정, 투여 중 모니터링 방법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헤파린은 정맥 및 피하주사로 투여할 수 있는데, 정맥주사는 정맥 혈관에 바로 찔러 넣으므로, 생체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생체이용률이 낮은 피하주사는 정맥주사 대비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용량을 투여해야 하고, 효과에 대한 반응 시간도 길어지다 보니, 응급 상황에서는 같은 헤파린이라 해도 피하 대신 정맥 주사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또 이러한 헤파린은, 체내에서 많은 혈장 단백질과 결합하기 때문에, 같은 용량을 준다고 해도, 환자별로 항응고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이 항응고 효과를 aPTT(activated partial thromboplastin time)를 측정해 모니터링하고, 용량도 조절한다. 반감기(T1/2)는 용량에 따라 달라서 소아의 경우 체중당 25 Unit을 썼을 때, 30분, 100 Unit에서는 1시간, 400 Unit에서는 150분, 약 2시간 30분이다. 경구약제보다는 훨씬 짧은 편이다.
그런가 하면 에녹사파린은, 평균 분자량은 4500 달톤 정도로, 헤파린이 결합하는 혈장 단백질에 결합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항응고 효과가 예측이 가능하고, 그래서 헤파린처럼 시간별 aPTT 모니터링이 필요하지 않다. 피하로 주사했을 때, 피크 효과는 약 3~5시간 시점에 나타나고, 40mg을 투여한 경우 지속 시간은 약 12시간 정도, 반감기는 혈장에서는 헤파린의 약 2~4배로 용량에 관계없이 일정한 편이다. 반감기가 긴 편이다 보니, 하루에 1~2회만 투여하면 되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은지는 와파린을 복용 중이면서, 에녹사파린은 추가하는 격이라, 정기적인 PT/INR 모니터링은 시행되어야만 한다.
어쨌든, 도재학 선생님(정문성 분)의 빠른 조치와, 김준완 교수님(정경호 분)의 적절한 판단 덕분에 은지는 간신히 또 붙들었다.
은지를 붙들었으니, 이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설명해야 할 차례다.
늘 밝아 보였던 PICU의 슈퍼우먼 은지 엄마도 긴병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잔뜩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지친 나머지, 은지의 생존 가능성을 잠시나마 의심하는, 그런 은지 엄마에게 준완은 조용히 진심을 전한다.
어머니만 포기하지 않으시면, 은지 저희가 먼저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응원은 응원이고, 그래도 환자 상태는 설명해야겠지.
준완이 지금 설명하고 있는 마이크로 엠볼리즘, 미세 색전증이란 세동맥(가늘 '세'자를 쓴다)이나 말초 동맥을 막는 작은 색전(혈관을 막아 색전증을 일으키는 물질, 혈관 내에서 피떡이 생겨 막히는 내인성이 있고, 외부에서 들어온 지방, 종양, 공기, 세균 등으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공기로 인해 생긴 색전, 그로 인해 증상이 나타난다면 공기 색전증인 식이다)이 생기는 병인데, 이 색전이 혈관을 막아 순환 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색전이 뇌로 간다면, 뇌색전증, 폐로 간다면 폐색전증으로 불리고, 이 색전이 혈관을 막아, 혈류가 차단됨으로써 해당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고, 심각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사실 와파린은 항응고제, 즉 혈전 색전을 예방하기 위한 약이다. 그런데 이런 약물의 대표적 부작용이 출혈이고, 또 마이크로 엠볼리즘도 약의 부작용 중 하나다. 색전을 막으려고 썼는데, 미세 색전이 생기다니, 이 얼마나 어려운 약인가. 와파린이 대표적 TDM(Therapeutic Dose Monitoring) 대상 약물인 이유다.
치료약물농도 모니터링이라 불리는 이 작업은 치료역(치료 범위)이 좁은 약물 치료에 널리 쓰인다.
면역억제제인 Cyclosporin, Tacrolimus(FK506, 프로그랍), 항생제인 반코마이신, 심장약인 디곡신, 오늘의 주제였던 와파린 까지,
치료 효과를 보이는 농도범위가 정해져 있어, 해당 농도 이하에서는 치료효과가 없고, 농도범위를 상회하면, 부작용 확률이 높아지므로, 농도를 낮춰야 한다. 이는 피 속에 해당 약물이 얼마의 농도로 녹아있느냐에 따라 정해지니, Through 농도(약물 복용 직전의 농도)를 잘 모니터링해야 한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은지는 예외지만, 외래로 판막 수술 후, 폐색전 증을 예방할 목적으로 와파린류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외래 진료를 보기 전에 아침 약을 먹지 않은 채 와서 피검사부터 하고, 그 결과가 나올 때 즈음 외래를 보고 용량을 조절하는 식이다.
그래야 부작용 없이 이 약을 제대로 먹고, 효과를 볼 수 있다.
본래 쥐약으로 개발되었던 만큼, 다루기가 여간 까다로운 약이 아니지만, 그래도 심장질환자에게 이만한 약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해, 채산성이 나오지 않는다며, 그만 만들겠다는 회사들에게 장려금을 줘 가며 생산과 판매를 유지시킨다.
까다롭기 그지없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충분한 약이다.
이런 어려운 약물을 쓴다는 것,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즉 의료진의 일은 많아진다는 뜻 이기도 하다. 그리고 김준완팀은 그런 어려움과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노력에 응답한 것일까.
그런 은지가 드디어 심장 이식을 받게 됐다.
4살 언저리의 은지에게 11살, 40kg의 심장은 크다.
그래도 우리는 무조건 받는다.
은지에게 남은 시간, 그리고 (기증자와 조직적 합성이 맞아떨어지고, 1순위로 받게 될) 기회는 별로 없어서다.
병원은 참 좁다. 적은 사람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의료진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니,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은지가 이식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아마도 중환자실에서는 부산하게 이식 준비에 들어갔겠지. 검사도 해야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의료진들 하며, 아마 정확히는 몰라도 무슨 일이 있구나는 쉬이 알 수 있고, 안면이 있다면 무슨 일이에요 한마디면, 아마도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장기 환자, 그리고 그들의 보호자라면 더더욱. 이 경우 좋은 일인데, 쉬쉬할 까닭도 없지 않은가.
아마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였겠지.
늘 미안해서 눈치만 보던 민찬 엄마. 은지의 소식을 듣고 왔다. 민찬이는 VAD를 늦게 달았지만 먼저 심장 이식을 받았고,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민찬 엄마, 아빠는 교수님께 한국에서 제일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을 할 만큼 회복이 되었다. 식당에서 마주친 은지엄마, 홀로 밥을 꾸역꾸역 삼키는 은지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는 보지만, 차마 말은 걸지 못했었던, 민찬엄마는 경황없던 자신에게 민찬이가 먼저 이식을 받는 다는 말에도 축하한다며 인사를 건네던 은지 엄마를 기억했다.
VAD에서는 투병에서는 은지 엄마가 선배였지만, 그래서 민찬이가 먼저 심장을 받아 미안한 마음에 눈치만 봤지만, 이제 이식 후 간병에 대해서는 민찬 엄마가 더 먼저 겪어봤기에, 은지 엄마를 이끌어줄 수 있다.
한달음에 달려온 민찬 엄마. 눈치를 보기도 잠시, 얼른 은지 엄마를 안아주고, 손을 내민다.
어쩌면 이것이 아픈 아이를 둔 엄마들의 동지애일까.
이런 모두의 마음이 전해져서 일까. 이 수술 꼭 성공할 것이라는 준완의 다짐처럼, 마침내
네, 어머니, 은지 이제 살았습니다.
란 말을 전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물론, 심장이식을 받았기에, 심방세동의 위험은 여전하고, 그때와는 다른 목적으로 또 와파린을 비롯한 혈액응고 방지제를 일정기간 먹어야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심장을 받았기에 생기는 거부 반응은 필연적인 것이라, 면역 억제제도 먹어야 한다. 면역억제제의 경우는 이식한 심장을 가지고 살아가는 내내 계속.
면역억제제도 와파린처럼 대표적인 TDM 대상 약물이라, 병원에 올 때마다 채혈실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되겠지만, 그래도 어떠한가.
살아났는걸. 살아있는걸. 은지가 VAD를 떼고 퇴원해 함께 집에 갈 수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