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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 Aug 29. 2021

도재학의 행복과 시련, 둘은 왜 함께 오는가

아이와 엄마, 선택하지 않아도 돼요. - 임신성 유방암, 항암치료 OK

"교수님, 교수님이 우리 부부에게 왜 아이 안 가지냐고 묻지 않는 유일한 사람인 거 알아요?"


41살 아직 싱글인 흉부외과 과장 준완(정경호 분)과 그의 단짝, 이제 막 흉부외과 전문의가 된 마흔 살 후배, 도재학(정문성 분) 

재학은 어느 날, 갑자기 그들 부부가 결혼 후 한참이 되었음에도 아이가 없는 이유, 그리고 아이를 좋아하지만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사연을 준완에게 이야기한다. 준완이 별 표정 없이 그걸 왜 궁금해야 해 라고 하지만, 그건 무뚝뚝한 겉바속촉 준완의 배려라는 건 또 나중에 밝혀질 일인 거고, 오늘 이야기는 어쩌면 재학 부부의 이야기겠구나 하고 짐작을 할 뿐이다. 

 그걸 왜 궁금해하지? 난 내 일만으로도 바쁜 걸. 겉바속촉인 그 김준완의 또 다른 명언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우리 와이프 저랑 동갑이에요. 아이를 좋아하지만 딩크족으로 살기로 한 도재학 부부의 이야기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오랜 기간(사시 6수를 포함해 공부만 10년을 했고, 그리고 의전원, 또 인턴, 레지던트 쓰고 보니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 바친 세월도 10년을 넘는다) 공부하는 남편, 그를 대신해 양가에 용돈이며, 생활을 전담했던 동갑내기 아내의 이야기, 아이를 좋아하지만, 그로 인한 부담감으로 아내 효주(양서빈 분)가 더 이상 상처 받기를 원하지 않는 도재학 선생님이다. 


지금은 그저 전공의 때 보다, 시간은 좀 여유가 생겼고(단지 환자의 레귤러 체크업이 없을 뿐, 책임은 더 늘어나고 스스로 판단해야 될 부분이 많아진 만큼 마냥 편하진 않을 거란 광현의 말처럼 아직 펠로우 초반이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이렇게 아내와 함께 점심(비록 장소는 병원이지만)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는 그다. 그렇게 밥을 먹던 중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는 아내 효주(양서빈 분). 

남편인 재학과의 식사 중 복통을 호소하는 효주(양서빈 분)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병원에서 아파서 다행이라는 그녀는 지금 응급실에서 수액 맞는 중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병원에서 아파서 다행이라고 했던 그녀의 병명은 장염. 여름철이라 음식 탓에 장염 환자가 요즘 좀 많다는 말처럼, 그런데 응급실에선 어떤 질병이 있을지 모르기에, 응급실 내원 시엔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무조건 한다. 환자가 검사에 응할 수 있는 컨디션이라면 말이다. 


그도 불안할 테지만, 아내 효주의 곁에서 괜찮을거야 라고, 힘을 북돋아 준다. 흉부외과 전문의지만, 지금 이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Urine HCG Positive 야

엄청난 듯 이야기했지만 뜯어보면 소변 중에서, 임신한 여성의 태반에서 분비되는 사람 융모 성성선 자극 호르몬(HCG)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말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임신 테스트기 또한 이 HCG를 검출해 내는 간이 검사 방식이다. 임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Urine HCG positive 야, 담담히 임신 가능성을 전달해 주는 봉광현 교수님(최영준 분)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뭔 이상한 게 positive 라니, 효주(양서빈 분)는 불안하다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렇게 부부는 오늘 마침 외래 진료가 있는 석형(김대명 분)의 진료실에 나란히 앉아 아이가 그들을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포기했었는데, 지금 나는 마흔인데(마흔이 어때서, 물론 의학적으로 미국 주산기 의학회는 35세 이상을 고령 산모로 정의하는데, 이는 태아 다운증후군의 위험과 양수천자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나이가 35세 이상이기 때문이다) 갖은 생각이 들지만, 제태기간 11주째로, 지금 기관을 형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내 출산을 하기로 결심하고, 예정일은 언제인지, 엽산은 언제부터 먹으면 되는지를 적극적으로 묻는다. 이렇게 여자 장효주(양서빈 분)는 어느새 엄마의 얼굴을 한다. 

석형의 진료실을 찾은 부부, 산과 진료실답게 PACS에는 초음파 사진이 떠 있다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딩크족으로 살기로 결심했는데,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 아이, 만감이 교차한다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엽산은 언제부터 먹으면 되죠?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출산을 결심한 효주는 자신에게 찾아온 몸의 변화들을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가슴이 아프고 멍울이 만져지는 것도 임신 때문인 가요?" 
한쪽만요? 양쪽 다요? 
언제부터요? 

석형의 질문이 많아지고, 임신 중기 이후라면 유선조직의 발달로 그러할 수 있지만, 아직 11주인 효주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혹시 모르니 유방외과 진료를 권하는데... 

한쪽 가슴만 아파요. 임신 11주와 함께 혹시 가슴통증이 임신으로 인한 것인지를 묻는 효주(양서빈 분), 어째 불안하다.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남의 일에 굳이 관심 가져야 하냐고 할 땐 언제고, 재학이 진료 끝났나라며 안절부절못하는 준완(정경호 분), 이게 그의 매력이다.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날, 진료를 보고 생검(조직검사) 결과를 들으러 온 부부. 

아 왜, 불안한 예감은 꼭 틀리지가 않는 건지, 


영상 의학적 검사를 모두 해볼 수는 없었지만, 현재 상태는 유방암 2기, 세부 아형은 TNBC(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삼중음성 유방암)로 현재 크기는 작지만, 미세 전이를 잘하는 암종의 유형을 감안해, 선행 항암 화학요법(Neoadjuvant Chemotherapy : 수술에 앞서 종양의 크기를 줄이거나, 미세 전이를 먼저 억제할 목적으로 수술 전 앞서서 시행하는 항암치료)을 시행 후, 수술을 할 것을 권한다. 다만, 문제는 현재 임신 중인 상태로 약물 치료를 위해서는 적어도 임신 중기(2nd trimenester)는 넘어야 이 같은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 


유방외과 진료, 결과를 듣는 부부의 표정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유방암 2기로 생각됩니다. 임신 중이어서 다른 검사를 다 해본 건 아니지만, 조직 생검 결과, 삼중음성 유방암으로...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어쩌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선고를 들은 효주(양서빈 분). 

생각이 많아 보인다. 아마도 아이와 암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겠지. 

그리고 남편인 재학(정문성 분)은 당장 임신 종결하겠으니, 하루라도 빨리 항암치료를 하겠다고, 얼른 혈액종양내과 예약 잡아달라고 이야기한다. 그가 보는 심장은 암이 잘 생기지 않는 장기지만(드물게 Angiosarcoma 등을 제외하고) 그도 의사이기에 암 치료의 시급성에 대해 인지 했기 때문에, 또 아내가 소중하기 때문 아니었을까. 


10년을 더 기다려 찾아온 아인데, 내가 유방암이란다. 어쩌지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혈액종양내과 외래 잡아주세요. 임신 종결하고 항암 하겠습니다는 남편 재학(정문성 분)과 조용히 그의 손을 잡는 아내 효주(양서빈 분)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생각해 보고 결정해도 되죠?" 

효주의 말에서 어쩌면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아서 일까, 어쩐지 슬퍼 보이는 재학의 표정. 왜 이 착한 부부에겐 이렇게 시련이 따라오나 싶지만. 


실망하거나 슬퍼하기는 이르다. 

처음 진단 시에 유방암 2기, 현재 임신 주수는 11주, 즉 3주만 더 기다리면 항암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임신 중기가 되는 시기라는 암시가 있지 않았던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을까? 아이를 낳고 싶다고? 아내를 바라보는 눈에 눈물이 가득한 도재학(정문성 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엄마는 강하다. 어느새 엄마의 얼굴이 된 아내는 혹시 모를 위험에 남편의 간청을 거절한다. 제발, 치료받자고 애원하는 도재학(정문성 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남편의 거듭된 간청에도, 아이는 낳을 거고 항암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효주


"선생님, 저는 죽어도 좋아요. 아이만 건강하게 낳게 해 주세요" 
"아이가 엄마 보려고 나왔는데, 엄마가 없으면 어떡합니까? 방금 전 그 말은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그렇다. 


임신 중 유방암이 드물지만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꼭 아이와 산모 자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믿는다. 오늘의 에피소드는 그럴 필요 없다고. 엄마와 아이 둘 모두 함께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주는 듯했다. 이제는 회사원으로 살아온 시간이 더 길지만, 언젠가의 36 병동, 45 병동에서 만났던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던, 혹은 이제 막 엄마가 되었던 환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이런 것들을 더 많이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임신성 또는 임신 관련 유방암은 임신 중, 출산 후 첫 해, 또는 수유 중 언제든 진단된 유방암으로 정의되는데, 특히 임신 중 발생하는 유방암은 모든 치료 계획에서 산모와 태아 모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 결정이나 계획이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 전향적 연구는 어렵기에, 매우 적고 대부분은 후향적 증례 보고 혹은 연속 증례 연구(Case Series)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암 중 갑상선 암을 제외하고 발생률 1위의 암이다. 이것은 임신한 여성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1990년대 말의 연구지만(MSKCC) 이에 따르면, 30세 미만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유방암의 20%가 임신과 관련되어 있다. 그렇지만 연령을 조금 넓혀 폐경전 여성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하면 임신 관련 유방암의 비율은 5% 미만으로 아주 높은 수치는 아니다. 특히 임신 중 진단되는 경우는 출산 후 발생하는 경우보다도 드문 편에 속한다. 또 현재까지 알려진 후향적 연구에 따르면, 호르몬 수용체 발현 여부는 임신 관련 유방암에선 약 20% 대라면, 임신과 관련되지 않은 유방암에서는 50~60%로 훨씬 높다고 한다. 효주처럼 임신 중 진단된 유방암의 경우, 호르몬 수용체 발현 가능성이 5명 중 1명 꼴로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이고, 효주 역시 삼중음성으로 진단된다.  

저 그런데 항암치료는 안 할래요. 무슨 약을 어떻게 쓸 줄 알고요. 항암 안 하고 아기 낳을래요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만약 병기가 더 위중했다면, 환자분께 선택지 드리지 않습니다. 나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나요"


엄하게 꾸짖는 듯한 석형(김대명 분)의 목소리에 그제야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는 재학 부부. 


아마도 대부분 산모들의, 가족들의 모습일 것이다. 

"임신하면 약 먹으면 안 된다던데요"와 같은 말 때문에, 어떤 약도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치료를 참아내는 모습이 상상되면서. 


임신 중 약물 복용은 최소한으로 신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어떠한 약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가령 예를 들면, 진통제의 경우도, 임신의 단계에 따라 복용할 수 있는 약물이 다른 것이지,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때문에 임신 중인 환자의 약물 사용에 있어, 이런 경우 대부분 태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산과에 협진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위험/이익 비례 모형에 따라 치료를 결정한다. 필요하다면, 약물 치료도 고려하고, 실제로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FDA는 최근 들어 일률적인 단계 부여는 2015년 이후 중단했다고는 하지만, 이르게 임신 시 약물 사용에 대한 것을 범주화하여 A, B, C, D, X의 5단계로 나누었고, 이는 의약품의 허가 시 사전에 평가되어야 하는 지표다. 동물실험에서의 최기형성, 배태자 독성 등을 참고하고, 약물의 시판 후 결과에 따라 이 단계가 조정되기도 한다. 호주의 의약품청도 이와 같은 범주를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 의약품도 임신 및 수유부에의 약물 사용 위험도를 허가 시 평가한다. 


임신은 연속적인 이벤트로, 3분위법으로 나눈다. 대개 임신 초기는 0~12주, 중기 13~24주, 후기(3기)는 25주~분만 시로 나누는데, 이 시기에 따라 복용할 수 있는 약물이 달라진다. 앞서 얘기했던 진통제의 경우, 아세트 아미노펜은 최근 ADHD 등의 우려가 제기되긴 했지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임신 전반에 거쳐 단기간 투여하는 것은 가능한 약제로 알려져 있고, 통증이나 발열 치료를 위해 이부프로펜을 포함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를 사용할 때의 위험과 이점은 용량, 재태 연령 및 치료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저용량 아스피린 이외의 NSAIDs를 48시간 이용 사용하는 경우, 임신 중 자궁 내 동맥관 수축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특히, 임신 후기에는 양수과소증을 유발할 수 있어, 사용이 제한된다. 때문에 병원에선 분만 이후의 환자에게 통증 및 염증 제어를 위해 이부프로펜을 처방하면 해당 환자 임산부로 임신 중 금기 약물이라는 주의가 뜬다.

아이가 엄마 보려고 나왔는데, 엄마가 없으면 어떡해요. 부드러운 듯 엄한 믿음의 곰돌이, 석형(김대명 분)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렇게 효주(양서빈 분)와 같이 임신성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 임신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암 치료가 지연되어서는 안 되지만, 또 반드시 임신 중단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임신 중단이 치료 과정상 불가피하게 고려될 수는 있지만, 임신 중단이 유방암의 치료 경과를 개선하는 것을 입증하진 못했기 때문이다.(Nugent P, O'Connell TX et al, Arch Surg. 1985;120(11):1221) 


항암치료와 관련해서는 대개 임신 중기, 즉 첫 3개월이 경과하고 나서 임신 중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를 투여하는 편이 안전하며, 대부분의 결과가 정상 출산을 나타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들은 대개 3주 주기의 안트라사이클린(일명 빨간약) 기반 항암 화학요법에 관련된 것이다. 그리고 일천한 내 경험에 따른다면, 아마도 효주(양서빈 분) 역시도 안트라사이클린 기반의 선행 치료를 받게 될 것이다. 


유방암이 있는 임산부에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요법이 AC(독소루비신+시클로포스파마이드) 또는 FAC(플루오로우라실 + 독소루비신 + 시클로포스파마이드)이고, 현재까지 알려진 후향적 보고들은 임신 2기 및 3기 동안의 항암요법으로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이들 약물은 모유로 이행되기에 출산 후 모유 수유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만약 내 여동생이라면, 석형의 진심에 울음을 터뜨린 부부. 그렇지만 함께 치료도 하고 아이도 낳을 거다. 반드시.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다행인 것은 효주(양서빈 분)의 유방암 치료에 허셉틴으로 대표되는 HER2 표적 치료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호르몬 제제도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병기가 2기로 비교적 빨리 발견했다는 것. 


허셉틴류나 호르몬 제제는 태반을 통과하고, 태아의 성장발달 및 내분비 체계에 영향을 주기에 투여할 수 없다. 또 병기가 상당히 진행됐다면, 적극적 치료를 해야 하기에 분만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3주를 기다리는 이유 또한 태아의 기관 형성과 관련이 있다. 첫 진료에서 거의 장기들이 다 형성됐다는 말을 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임신 첫 3개월 동안의 화학요법 노출은 기관(Organ) 형성 기간에 해당하는 이 시기 동안 선천성 기형, 염색체 이상, 사산 및 유산의 위험이 가장 크고, 이미 주요 기관이 형성된 이후인 임신 2기나 3기에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경우 선천성 기형의 발생률이 낮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금 빨리 태어나거나, 체중이 조금 덜 나갈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면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옳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이를 만나기 위해 부부가 걸어가야 할 길은 멀다. 

선행 항암요법을 4-6 cycle을 진행하면, 아마도 임신 중기를 넘어, 후기에 들어서고, 그때부터는 아이의 폐 성숙이 비교적 완료되는 34주 이후 언제라도 빠르게 분만을 하고, 바로 유방암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 


수술 당시의 판단에 따르겠지만, 전절제 혹은 부분 절제에 따라 방사선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또 보조 항암요법을 시행해야 할 수도 있다. 이번 고비를 넘긴다고 해서 끝은 아닌 셈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을 버텨내고 난 뒤 그다음에 올 일들이 더 큰 파도일 수도 있다. 


나야 아이야 같은 유치한 질문은 하지 말자. 
또 무슨 약이 어떻게 아이에게 영향을 줄지 모르니 치료를 안 받을래요. 약은 안 먹을래요 같은 어리석은 말도 말자. 


임신성 유방암도 치료할 수 있고, 약물 치료도 할 수 있다는 것. 

임신했다고 해서, 아이 때문에 치료를 자신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오늘 주려고 했던 울림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내가 오늘 급하게 이 글을 쓰는 이유기도 하다. 


착한 사람에게 오는 시련이 아니라, 어쩌면 도재학 선생님(정문성 분)이 정말 아끼고 평생을 함께 하고픈 아내(양서빈 분)와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으라고, 그래서 찾아온 선물 같은 존재 말이다. 

마침 오늘 병원에 왔기에 그 멍울도 발견한 것이 아닌가. 아이가 아니었다면 2기가 아니라 더 진행되어 암을 발견했을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모든 항암제가 그런 건 아니지만, 독소루비신은 치료 효과만큼 독성도 특이적이고, 견뎌야 할 것들이 많다. 독소루비신의 특성상 머리도 빠지고, 구역질도 심하고, 백혈구도 떨어질 테니, 상상 이상으로 힘든 치료과정일 것이다. 지금처럼만 곁에 있어주길. 시즌이 끝나기 전에 어쩌면 행복한 도재학-장효주 부부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양석형(김대명 분) 교수님께 감사한 남편 도재학(정문성 분). 울어도 괜찮다. 이제 치료받을 테니까.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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