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없이 일본 여행 간다'라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동두천 '니지모리 스튜디오'에 달려갔다. 무지개의 숲이라는 뜻을 가진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말 그대로 영화 촬영지이다.
경기도에는 프랑스 분위기의 프로방스 마을도 있지만 여기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일본 현지와 거의 흡사하게 만들어서 진짜 일본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많은 젊은이들이 잠시나마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면서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는 것 같다.
아직 1월 중순의 날씨는 차갑기만 하다.
일본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는 오랫동안 줄을 서야 구입할 수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길게 서있고 스산하게 부는 찬바람에 옹기종기 모여서 모닥불 가운데서 타코야기나 야키토리를 먹으며 데이트하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일부는 일본식 가옥 안에 비치되어는 난로 곁에서 추위를 녹이는 커플도 많았다. 나무를 땔감으로 써서 주위에 퍼지는 연기 냄새도 예스럽다.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들
따듯한 난로가 있는 일본식 가옥 커피와 차를 파는 카페는 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다. 정말 옛날에나 경험했던 '합석'요청도 들어왔다.
어렵게 잡은 자리라서 나는 조금 짜증 났지만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온 두 딸의 효심을 보고 흔쾌히 옆 두 자리를 허락했다. 물론 나보다 마음이 넓은 아내의 보이지 않는 시그널을 즉시 감지하고 한 것이지만...
세 모녀의 다소 소란스러운 목소리와 주변 사람들의 알 수 없는 대화 음성으로 카페 내부는 몹시 시끄러워 정작 우리 부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대화도 없이 두리번 거리다가 문득 실내 가구와 의자들이 너무 다른 것들로 배치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본식 가옥 내의 소파와 의자는 전혀 일본스럽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가구들은 남들이 쓰다가 밖으로 버린 폐가구들 같았다.
마치 세상 잡동사니 폐가구로 만들어 유명한 강화도 조양방직 카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내에게 "요즘 이렇게 폐가구를 재활용하는 것이 트렌드인가 봐!"하고 말하자 아내는 "재미있는 현상이네"라고 짧게 말한다.
일본가옥 내에 있는 카페 스튜디오 골목에는 남녀 커플들이 일본의상을 착용하고 사진 촬영에 한창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반일의 기치를 높이 들고 일본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여기 니지모리 스튜디오를 찾은 많은 젊은이들은 일본 의상을 빌려 입고 일본 여행을 조금이나마 간접 체험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싫다고 무조건 멀리한다면 언제 가는 아무것도 모른 체 당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기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일본 관서지방인 교토, 오사카, 나라 등 주요 도시를 다녀온 경험과 대학(방송통신대)에서 일본학과를 전공한 필자의 생각으로 볼 때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이 일본 여행을 다녀오지만 실질적으로 일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표면적인 일본문화(음식, 관광지 등)는 잘 체험해 보지만 그들의 깊은 의식세계는 웬만해서 알지도 못한다. 사실 알려주지도 않는다. 참으로 일본은 알기 어려운 이웃국가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니지모리 스튜디오를 병원 교육용으로 만든 플라스틱 인체모형과 같이 일본을 더욱 알 수 있는 교재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최근 짧은 기간 내에 나는 아내와 함께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인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와 군산시내의 근대화거리의 일본인 적산가옥, 목포의 근대화 적산가옥을 연속적으로 여행한 적 있다.
꼭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단지 우리나라 근대의 시간여행을 해보고 싶어서이다.
그래도 시간여행 속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일본에 대해 미리미리 대비태세가 있었다면 이 땅에 이런 적산가옥이 없었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다.
저녁으로 돈코츠 라멘을 먹고 나오니 벌써 노을은 지고 알알이 걸린 다채로운 빛깔의 일본 전등은 더욱 밝아졌다.
일본이 아닌 동두천의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뭔지 모르는 바쁜 일과(?)를 마무리하고 깊은 밤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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