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하여 서해안고속도로와 새만금 방조제를 거쳐서 고군산군도에 도착했다. 본래 군산도라고 불렀으나 현재의 군산에게 이름을 물려주고 자기 스스로 '옛 군산'의 의미로 고군산군도라고 칭하니 진정으로 양보할 줄 아는 어른 같은 섬이다. 고군산군도는 크고 작은 63개(유인도 16개, 무인도 47개)의 섬으로 선유도, 대장도, 장자도 등이 연륙교로 이어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섬이 선유도이다. 섬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신선이 놀았다고 하여 선유도라고 불린다.
우리 부부는 드라이브 수준의 고군산군도 여행을 마치고 바로 군산시내로 진입했다. 군산은 일제 수탈의 아픔과 항거의 역사를 가진 도시로 근대문화유산이 잘 보존되어 걷다 보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은 느낌을 준다고 한다.
필자도 이와 같이 1930년 근대군산 시간여행을 느끼고자 ①옛 군산세관(호남관세박물관)-②장미갤러리-③근대미술관-④근대건축관-⑤진포해양테마공원-⑥근대역사박물관- ⑦해망굴-⑧한일옥(점심)-⑨초원사진관-⑩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히로쓰가옥)-⑪동국사-⑫일제강점기 군사역사관-⑬이성당 빵집-⑭경암동 철길마을-⑮미도리횟집(저녁) 순으로 여행을 했다.
근대군산 시간여행의 첫 발걸음이자 상징적인 건물이 있는 옛 군산세관은 1908년 지어진 국내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서울역사, 한국은행 본점과 함께) 중에 하나이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건물인데 당시 독일인이 설계하고 벨기에 벽돌을 수입했다고 한다. 필자가 알기에는 당시 일본인들은 유럽 여러 나라의 건축물을 벤치마킹하고 자재도 수입해서 건물을 지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근대 건축물도 대부분 이와 같은 형태로 지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내부에는 당시 압수된 밀수품, 관세원들의 제복, 사무실 등을 재현하여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용도나 기능을 확인할 수 없는 건축물이었으나 2013년 에 보수하여 예술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자료 재인용). 필자가 방문할 때에는 군산의 피카소로 불리는 고 하반영(1918-2015) 화백의 "삶을 담은 미술 언어"를 주제로 작품을 전시 중에 있었다.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이 있었던 자리에 2013년 보수하여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에 본사를 두고 있던 은행으로 숫자 18은 은행 설립인가 순서를 의미한다고 한다.
방문 당시에는 "숲을 노래하라"라는 주제로 고 이용휘(1937-2016) 화백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고 이용휘 화백은 한국화의 맥을 이은 대표적인 산수화가이며 화백의 작품은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있어 보고 있노라면 마치 숲 속 한가운데 서서 경이로운 숲의 기운을 받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군사근대역사박물관 자료 재인용).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1922년 신축)으로 일제강점기 침탈적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은행이었다고 한다. 2013년 보수 복원 과정을 거쳐 근대 건축 및 은행 관련 자료, 경술국치를 추념하기 위한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군사근대역사박물관 자료 재인용).
#진포 해양테마공원(뜬다리 부두)
고려말 1380년(우왕 6년) 금강하구의 진포에 침입해 온 왜구들을 고려의 최무선장군이 화포를 이용하여 격퇴한 "진포대첩"을 기념하는 테마공원이다. 당시 사용했던 화포와 현재 우리 군에서 사용하다 퇴역한 군함(위봉함), 대포, 장갑차 등을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원은 옛 군산 내항으로 일본인들이 1899년 개항 이후 수출입 화물 작업의 용이성을 위해 수위에 따라 상하로 움직이는 부잔교(뜬다리)를 설치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볼 때 이왕이면 더 빠른 시간에 더 많은 것을 수탈하기 위해 고안된 시설로 악랄한 일본인들의 속셈을 짐작할 수 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역사는 미래가 된다'는 모토로 과거 무역항으로 해상물류유통의 중심였던 옛 군산의 모습과 전국 최대의 근대문화자원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곳에는 해양물류역사관, 어린이체험관, 기증자 전시실, 독립영웅관, 근대 생활관, 기획전시실 등이 있다.
군산 해망굴은 1926년 군산 중앙로와 수산업 중심지 해망동을 연결하기 위해 만든 토목 구조물이다. 구조물은 높이가 4.5m. 길이가 131m에 이르는 반원형 터널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이곳 가까운 곳에 군산신사, 신사광장, 공회당, 도립군사의료원, 안국사(현 흥천사) 등이 있어 교통의 요충지가 되기도 하였다. 한국전쟁 중에는 해망굴 안에 북한군 지휘본부가 자리하였는데 그 때문에 이곳은 연합군 공군기의 공격을 받았다. 그때의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이곳은 군산의 근현대사를 보여 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군산시 안내문 전문 인용).
#초원사진관
1998년에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주연 한석규, 심은하)의 촬영지로 당시 주차단속원(심은하)과 사진관 사진사(한석규)와의 애틋하고 잔잔한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이다. 불치병에 걸린 사진사는 담담하게 삶을 정리하는데 어느 날 주차단속원을 알게 된다. 당돌하고 생기발랄한 주차단속원에게 사진사는 점점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건강이 급속하게 나빠지자 주차단속원을 멀리하게 된다(이하 중략). 지금도 당시 주차단속차량인 경차(티코)가 주차되어 있다. 지금도 많은 젊은이들이 초원사진관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일본인 히로쓰가 지은 집이라고 '히로쓰 가옥'이라고 불린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 지주의 생활상과 이들의 수탈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으로 최근 실내 공사를 완료했다. 이곳은 '장군의 아들', '타자' 등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식객 허양만의 백반기행'에서 허영만씨와 게스트 정혜선씨가 만나는 장소로 방영되기도 하였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일본식 사찰로 유일하게 남아있다. 사찰 지붕도 일본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일본식 지붕으로 우리의 절과 많이 다르다. 앞마당에는 군산시민들의 성금으로 건립한 평화의 소년상에 있다.
동국사 바로 옆에 일제강점기 역사관이 있다. 방문 당시에는 '그리운 금강산'을 주제로 사진, 엽서류, 도서류, 지도류 등 총 57점을 전시하고 있었다. 금강산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필자는 일제강점기의 금강산 여행을 유심히 살펴봤다. 조선총독부 철도국에서 1935년에 발행한 금강산 안내서는 매우 정교했다. 일제는 1919년 금강산 전기철도주식회사를 세워 금강산 관광과 자원수송을 병행하였고 1931년에는 조원학자 다무라 츠요시 주도로 국립공원화 사업인 '1931 금강산 풍경계획'을 세우기도 하였으며 철원-내금강 116km 길이의 전기철도를 개설하여 스키장, 산장 등 많은 관광명소를 개발하여 막대한 이윤을 창출해 내었다. 이때의 편도요금이 7원 60전으로 쌀 한 가마니 값이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자료재인용).
필자는 이 글을 여기에 옮기면서도 소름이 돋았다. 지금도 거의 하기 어려운 것들을 우리나라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리면서 대단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하니...
군산에는 경암동 철길마을(진포 사거리-연안 사거리, 약 400m 구간)이 있다. 지금은 폐시설로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 사이로 70-80년대 레트로 감정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80년대 교복도 대여하고 있어서 당시에 입었던 교복을 입어보고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젊은이들이 옛날 교복을 입고 한껏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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