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의 추천 옵션: 통번역사 vs 공무원
나 역시 통번역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2가지 옵션을 두고 고민했는데
그 중 하나가 통번역사였고, 다른 하나가 공무원이었다.
그 당시 나는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3-4년차 정규직 직원이었으나 지랄맞은 상사와 미래가 보이지 않는 회사 생활로 인해 퇴사 후 다른 길을 모색하고 싶어졌고, 그 당시 만나던 남자가 추천해준 게 통대와 공무원 시험준비였다.
(신기한 게 주변 통번역사 중에 전남친 추천으로 통대온 사람 은근 있음 주의)
내가 살면서 정규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제약회사뿐만 아니라 (나는 퇴사 후 이 회사 이름을 절대 제대로 불러주지 않는다.) 통번역사가 된 후 다니던 정규직 회사도 어쩜 신기하게 지랄맞고 지랄맞은 상사만 걸리는지 신기할 뿐이다. 이것도 다 사주에 관성이 많은 관다녀나 관살혼잡인 여성의 경우, 안정적인 직장을 들어가게 되어도 '나를 극하는 관성'으로 인해 나를 괴롭히는 상사를 만나게 된다는 걸 잘 보여주는 예시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정규직으로 들어가는 회사마다 신기하게 지랄견같은 상사들이 있었고, 그들이 나를 극하였는데, 계약직이나 프로젝트로 들어간 회사의 상사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우호적이었다.
여담이지만 내가 정규직으로 다니던 회사는 몇 년 동안 여전히 자주 채용공고를 올리고 있는데, 다른 통번역사들 역시 그 지랄맞음을 견디지 못하고 6개월을 채우지 못한 채 퇴사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 회사에서는 팔다리만 성하면 70세가 넘어서도 고용 안정을 보장하므로 다른 나라의 지사에는 70세가 넘은 통번역사들도 꽤 있다고 했는데..
팔다리가 아플 때까지는 무슨, 한국지사는 그 상사때문에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제약회사 역시, 지랄맞기로 소문난 상사 2명이 유명했는데 한 명은 '심'씨였고 또 다른 한명은 '장'씨였다. 다른 직원들 모두 입을 모아 그 심씨와 장씨 두명 때문에 '심장병'이 걸릴 것 같다고 했을 정도였다.
암튼 그 시절인연이던 남자는 내가 영어를 좋아하는 것을 알았고, 공무원 시험은 준비하다가 떨어지면 그 시간이나 그 동안 공부했던 내용이 무용지물이 되어 다 날라가지만, 통번역대학원은 떨어져도 입시 기간 동안 쌓은 영어실력은 남는다라는 말로 나를 설득시켰다.
데이트했을 때의 일화가 생각나는데
지나가다가 "늘푸른 고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를 본 적이 있다.
그 남자가 "늘푸른 고등학교네? 영어로 뭐라 하지?"이러는데
내가 1-2초만에 바로 "에버그린이자나"
그 남자는 대학도 미국에서 나온 자였지만 에버그린을 생각하지 못하고 나에게 감탄을 했었고, 아마 이런 소소한 일화들 때문에 나에게 통대를 추천했던 듯 하다. 사실 별 거 아닌 일화들이긴 한데 암튼 그 남자는 나보다 그런 영어-한국어 치환이 느렸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