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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ze 헬스케어 Apr 10. 2020

애플 하트 스터디: 애플워치4와 심방세동

2018년 출시된 애플워치 시리즈 4는 심방세동을 측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많은 관심을 모아 왔습니다. FDA에서 의료기기로서 clearance를 받기도 하였고요. 그래서 애플워치가 얼마나 정확하게 심방세동을 측정할 수 있느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였습니다.


애플 하트 스터디 (Apple Heart Study)는 애플워치가 과연 심방세동을 측정할 수 있느냐를 알아보기 위해 스탠포드 연구진이 애플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 연구입니다. 총 419,297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고, 연구의 결과가 지난 11월 14일 저명한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실렸습니다. 연구 과정과 결과를 간단히 요약해보겠습니다.





1. 연구 과정


이 연구에서는 자기가 심방세동을 앓고 있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 419,297명이 애플워치를 차고 8달 동안 생활했습니다. 여기서 애플워치가 비정상적인 심장 신호를 감지한 사람들은 원격진료를 통해 심전도 패치를 배달받았습니다. 사람들은 받은 심전도 패치를 7일 동안 착용하고 지내야 했고요. 


연구진은 참여자가 7일간 착용한 심전도 패치를 회수하여 분석하고, 해당 참여자에게 심전도가 실제로 있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2. 연구 결과


420,000명에 달하는 참여자들 중 0.52%에 해당하는 2161명의 참여자들에서 애플워치가 비정상적 심장 리듬을 감지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심전도 패치를 받아 7일간 차고 지내야 했죠. 


이 중 심전도 패치 450명만이 패치를 돌려줬습니다. 회수율이 20%밖에 안되네요.


연구진은 돌려받은 패치 450개를 확인한 결과 이들 중 34%인 153명에서 심방세동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심전도 패치를 차고 있는 도중 애플워치가 비정상적 심장 신호를 감지한 86명 중 72명에서 심방세동이 확인되어 해당 군을 상대로는 84%의 양성 예측도 (애플워치가 심방세동이라 했을 때 실제 심방세동일 확률)를 확인했다 보고했습니다. 연구를 주관한 페레즈 교수는 이 결과가 애플워치가 성공적으로 심방세동을 관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야기하는데요. 


이러한 결과들로 미루어 애플워치가 심방세동을 감지할 수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과 잘 감지한다는 건 다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결과는 애플워치가 최초 비정상적 심장 리듬을 감지했던 450명의 사람들 중 66%인 297명의 사람들엔 심방세동이 없었다는 사실에는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또 논문은 84%라는 양성 예측도를 올려놓았는데요. 이 84%라는 양성 예측도는 '심전도 패치를 차고 있는 도중 애플워치가 비정상적 심장 신호를 감지한' 86명이라는, 전체 참여자의 아주 작은 부분집합을 대상으로 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또한 이 86명은 이미 애플워치에서 이상신호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 심장질환을 앓고 있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들이었죠. 즉 해당 군에서의 심방세동 유병률이 높다는 건데, 유병률인 높아지면 따라서 높아지는 양성 예측도의 특성상 해당 84%라는 수치에 큰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의료용 검사의 유용성을 증명하는 수치들에는 양성 예측도 말고도 많은 수치들이 있습니다. 민감도 (얼마나 많은 환자들을 양성이라 맞췄는가?) 혹은 특이도 (병이 없는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병이 없다 맞췄는가?) 같은 수치들이죠. 다만 이 연구는 설계상 이 두 수치의 계산이 불가능해 아쉽습니다. 추후 이런 수치들을 측정할 수 있는 연구들이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4. 결론

그래도 연구의 결과대로 애플워치가 심방세동을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은 확실해 보입니다. 또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한 이런 대규모의 선별검사는 전례가 없는 만큼, 애플워치에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의학적 검사에 대한 기준을 들이대기보단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할 필요도 있을지 모릅니다.


또한 해당 연구에서 심방세동이 있다 확인된 153명 중 20%는 지속적 심방세동이 있었고, 20명은 응급 상황으로 빠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합니다. 이 20명 중 18명은 심박수가 200 bpm을 넘어가고 30초 이상 지속되는 심방세동을 갖고 있었고, 1명에서는 6초보다 짧게 심장이 멈추는 상황이 발견되었습니다. 나머지 한 명에서는 6초 이상 지속되는 심실빈맥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이번 연구를 통해 애플워치를 통한 모니터링을 받지 않았다면 (본인이 심방세동이 없다 알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이러한 질환들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로 미루어 이 연구는 웨어러블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건강 모니터링을 할 시 생길 수 있는 이점과 의료기기로서 애플워치가 가진 앞으로의 과제를 모두 보여주는 연구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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