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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나무 Jan 24. 2023

어느 상담사의 두 얼굴

상담사가 되기 전에 인간이 먼저 되자.

 지난 연말 즈음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심리적 불편감 속에서 나는 조금씩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사소한 사건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장시간 나를 무력감 속으로 밀어 넣을 만한 일들은 결코 아니었다. 사실 그 이유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으나 애써 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나는 눈치가 그다지 빠르지 않고, 상황파악 능력 또한 느린 편이었다. 그러나 상담 일을 시작한 지도

시간이 꽤 흐른 데다, 직업적 특성뿐만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직관력 그리고 개인적 관심까지 더해지자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심리적 기제와 행동의 이면에 가려져 있던 결핍과 욕구들까지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담사로서의 장점들이 내담자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용으로 이어졌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내면에서는 타인에 대한 판단의 잣대나 평가의 도구들로 작동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뭔지 모르게 안개가 낀 듯 불명확한 상태로 불편한 심기를 내내 느끼고 있던 가운데 문득, 평소 마음속으로 은근 비난하며 조소하던 이들보다 내가 아주 조금도 나을 게 없다는 아니 그들보다 훨씬 더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 안의 오만불손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도대체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어떤 자아상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어제 오후 호흡을 하며 명상을 하던 순간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다. 아주 단정하게 손질된 금발의 긴 생머리. 그리고 흰 정장 재킷에 베이지 컬러의 H라인 스커트를 입고, 라인이 돋보이는 하이힐을 신은 한 여성이 당당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옆에 도깨비인지 괴물인지 성별조차 알 수 없는 형상을 한 망나니 같은 몰골의 생명체가 아름다운 여성의 오른쪽에 나란히 서 있었다.


그 괴생명체를 보는 순간 나는 너무나 두려웠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그쪽으로 다가가자 왼쪽에 있던 아름다운 여성이 갑자기 레고처럼 작고 딱딱하게 변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괴생명체는 오히려 크기가 조금 더 커지는가 싶더니 이내 옆에 서 있는 여성과 함께 딱딱하게 굳었다. 여전히 두려운 감정이 느껴지고, 불편했지만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그 괴생명체 안에 숨겨져 있던 아이처럼 장난스러운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나는 눈물 속에서 이전보다 편안해진 상태로 눈을 떴다.


 내가 본 이미지에서처럼 나는 금발의 긴 생머리도 아니고 하이힐도 즐겨 신지 않는다. 그러나 단정하고 아름다워야 하며 예의바르고, 도덕적, 양심적이어야 한다고 다그치는 나의 초자아가 만들어낸 '페르소나이자 이상적 자아'가 그러한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반면 괴물, 혹은 도깨비와 같은 형상은 나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그림자이자, 무의식적인 나의 진짜 모습에 가까울 것이다. 지금까지 실제 나의 모습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온 그 아름다운 여성과 평생 그 누군가의 손길이 한 번도 닿지 않은 것처럼 엉망진창인 괴물 사이의 간극이 너무나 커서 여전히 두렵고 당혹스럽다.

그러나 이 둘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출발점이자 최선의 방법은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그래야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사랑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주문처럼 되새긴다.

나는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받아들인다.

나는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받아들인다.

나는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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