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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Mar 18. 2021

[뚜벅뚜벅, 다시 제주] 어른이 놀이터에 가다

(첫째 날 #02) 어른이가 테마파크에서 노는 법

버스에서 내려 약 1KM 남짓 걸어가면 9.81 PARK가 나온다.

예전부터 도심 주행에는 관심이 전혀 없지만 레이싱에는 관심이 있었는데 최근 넷플릭스에서 [F1]을 보고 나니 너무너무 하고 싶은 거다.

9.81 PARK는 방주교회-본태 박물관 코스를 짜다 보니 우연히 알게 됐는데 레이싱 어트랙션이 있다고 해서 제발 비가 안 오길 바라며 여행 코스에 넣었다.

변덕스러운 제주 날씨는 새벽까지도 비가 온다고 했다가 안 온다고 했다가 결국 안 와서 마음 놓고 9.81 PARK로 향했다. (물론 그래도 아침에 전화는 한 번 했다. 전화하면 오늘 어떤 기구를 운행하는지 알려준다.)


9.81파크에는 실외 어트렉션(레이스 981, 하늘그네)과 실내 어트렉션(갤럭시 아레나, 레이스 VR, 링고, 스포츠랩), FLEX&RELEX (고잉메리, 라운지 X 등)이 있다.

나는 그중에 레이스 981 3회, 스포츠랩 3회 이용권을 39,500원에 구매했고 다 이용한 후에는 추가로 하늘그네 1회권을 8,000원에 구매했다.

여럿이 온다면 갤럭시 아레나 (서바이벌 총 게임), 링고 (범퍼카)를 이용해도 재밌을 것 같았지만 나는 혼자 왔기 때문에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 중심으로 이용했다.

사실 스포츠랩은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임방의 고급 버전 정도라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레이스 981 3회권과 레이스 981+스포츠랩 3회권 가격이 엇비슷해서 끼워팔기인가 하며 구매했다.

오전 9시까지 9.81파크에 갈 수 있다면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한정 레이싱 자유이용권을 구매했을 텐데 아쉬웠다.

가장 먼저 기대하던 GR을 세 번 연달아 탔다.

9.81 파크 전용 앱을 설치하고 내 티켓을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나의 주행 기록과 랭킹을 확인할 수 있고 고프로로 찍은 나의 주행 장면을 볼 수 있다.

조작 방법이 워낙 단순해서 쉽게 생각했는데 잘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처음에는 7위였는데 한 시간 정도 지나고 나니 10위권 20위권으로 점점 밀렸다.

스포츠랩은 양궁과 트램펄린, 승마게임을 했는데 기대를 안 하기도 했고 그저 그랬다


한동안 아이폰 XR의 대용량 배터리에 익숙해져서 이번 여행에는 보조 배터리를 두고 왔는데 아이폰 SE2는 배터리가 닳는 게 눈에 보였다.

아직 오후 일정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잠시 1층에 자리한 카페 LOUNGE X에 충전을 부탁하고 음료를 마셨다.

바리스타 기계가 있는 나름 미래지향적 컨셉의 카페였는데 나는 아직까진 사람이 내려주는 커피가 더 좋아서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카페 바깥에 너른 잔디밭이 있었는데 날이 따뜻할 땐 카페에서 피크닉 용품 렌트도 해준다고 하니 잔디밭에서 뒹굴어도 꽤 좋을 것 같았다.

제주 카페에는 우도 땅콩, 또는 그냥 땅콩 라테가 많은 것 같았고 먹어보니 괜찮았다.

다음 목적지로 가기 전 핸드폰이 얼마나 충전될까?

약간은 걱정을 하며 하늘그네를 타러 갔는데, 단연코 9.81 파크에서 하늘그네가 제일 재밌었다.

사전에 유튜브에서 미리 영상을 본 터라 꼭 하늘그네를 타야지 하고 갔는데 의외로 아무도, 단 한 명도 하늘그네를 안 탔다.

내가 그날의 첫 타자였는데 직원에 '아무도 안 타러 오나 봐요'하고 물으니 동절기에 운행을 안 하다가 오늘 정말 오랜만에 운행을 재개했다고 한다.

발목을 고정하고 허리에 안전장치를 착용한 후 약 1분 정도 기구를 타는데 최대 180도까지 그네를 탈 수 있고 180도가 되면 자연히 한 바퀴를 돌게 된다.

워낙 손님이 없었기 때문일까.

직원이 100도! 110도! 120도!!! 올라간다!!! 한 바퀴 갈 수 있어요!!! 힘내세요!!! 하고 추임새를 엄청나게 넣었고 나 역시 한 그네 타는 편이라 쭉쭉 올라가니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나는 141도까지만 올라갔는데 솔직히 하나도 안 무섭고 너무 재밌다가 중간에 살짝 페이스를 놓쳐서 아쉽게도 한 바퀴를 돌지는 못했다.

직원도 아쉬웠는지 예정된 1분이 지난 것 같은데도 시간이 끝났다고 하기보다는 나한테 힘드냐고 몇 번 물어봤다. 솔직히 완전한 전신 운동이라 곧 '어휴 힘드네요'하고 내려왔다.

그네에서 내린 뒤 카페에 맡긴 폰을 찾아 나가는 길, 핸드폰은 슬프게도 단 1퍼센트도 충전이 안 됐지만 입구에 하늘그네에 사람들이 줄을 선 걸 보니 괜히 뿌듯해졌다.


혼자서 짧고 굵게 두 시간 반 정도 놀고 다음 행선지로 향하는 길,

그동안 테마 파크라고 하면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곳이었는데 9.81 파크에는 커다란 놀이기구는 하나도 없다. 대신 핸들을 꼭 붙잡고 맞바람을 맞으며 달린다거나 하늘이 뒤집히도록 그네를 탄다.

물론 작년 7월에 오픈해서 스포츠랩은 아직 다양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몸을 쓰며 놀다 보니 금방 시간이 간다.  커서 이렇게 쓰며   얼마만이더라. 내일은 아마 근육통이 생기겠지만 즐거울 따름이다.


all photos taken with the X100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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