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같이 떠나자옹
나는 늘 무엇으로부터 떠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물건을, 감정을, 집을, 사람을 떠나 올 때마다
버리고 정리해야 할 삶의 조각들이 나에겐 버겁기만 했다.
여행은 다시 돌아온다는 전제하에 떠남이기에
좀 쉬울 줄 알았는데.
왜 떠나기 전에는 늘 한바탕 난리가 나는 건지 모를.
무엇보다도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지금의 내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일은
나의 고양이를 부탁하는 일이다.
나의 고양이, 두 마리. 오리(5세) 삼동이 (4세)-수컷
이 녀석들이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여행을 간 동안 청소를 하고 전화를 받고
밥 챙겨먹고 화장실은 알아서 치우고.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집사라면 응당 한 번쯤은 해보는 부질없는 상상.
몽골 여행을 앞두고
지병-2년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널뻔함-이 도진 삼동이와 고양이계의 베르테르 오리의 예민함을 부탁할
지인에게 사정이 생겼을 때, 암담함이란.
어찌어찌하여
녀석들을 고양이 호텔을 수소문하여
무사히 맡기고 나는 떠났다.
떠나고 나서는 모든 걱정 근심은 우주 저 멀리...
역시 사람은 가끔 떠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