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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은 Jun 04. 2023

봄꽃을 보며 한 혼잣말

애써 구조한 길고양이가 시한부라니?!


아래는 아기 고양이를 구조했던 2년 전의

기록이다...


처절했던 그 봄의 기록을 꺼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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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한 셋째 고양이를 치료하면서

건강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진통제를 먹어야 잠이 들 수 있을 정도로

온몸이 아팠지만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보채는

아기 고양이를 달래고 약을 먹였다.


아픈 몸도, 병원비로 궁핍해진

경제 사정도 괜찮았다.


가장 힘든 것은

이 아기 고양이의 생명이 끊어질지 모른다는 사실과

이 독한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할지 모르는

가녀린 아이를 바라봐야 하는 시간이다.


아이를 낳지 않았지만

밤새 아픈 아기 고양이를 돌보는 날이면

아픈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혹독한 겨울에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고 가족을 찾아주는 기쁨대신


잔인했던 4월이 지났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너무도 찬란했던 봄이 가고 있었다.


작디 작은 한 생명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세상 어떤 생명도 고통없이

그냥 오고 가지 않음을 체감 하고 있다.


나는 답답한 저녁이면 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공원을 찾았다.




그 아름답던 꽃들이 속절없이 지는 것을 보며

유독 예쁜 아기 고양이를 생각했다.


혹독한 겨울을 길에서 지내고 드디어 평생 가족을 만나려는데

왜 그 아이의 운명은 그토록 가혹한 건지.

아이가 무슨 죄로 그런 병을 가지게 된 건지.

유독 이쁜 목련을 보며 눈물만 주룩주룩 났다.


어두운 밤,

허공으로 지는 꽃나무를 보며 속삭였다.

아니 기도했었다.


꽃나무도

아기 고양이도

우리 이 세상에서 너무 빨리 지지는 않기로 해.


지지만 않는 다면

내가 이렇게 바라봐 줄게.



————————————————


누군가 이 기록을 읽는다면

어떤 반응일까?


가족들은 당시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길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일상이 무너지는 것을 한심하게 여겼다.


하지만 지난 글을 읽으며

내 인생의 소중한 계절을

온통 한 존재로 채울 수 있었던

나의 무모함이 소중하다.


다시 아픈 어미 없는 고양이를

보면 또 구조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확답할 수 없지만

그냥 지나 칠 거라 확답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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