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구조한 길고양이가 시한부라니?!
아래는 아기 고양이를 구조했던 2년 전의
기록이다...
처절했던 그 봄의 기록을 꺼내보았다.
------------------------
구조한 셋째 고양이를 치료하면서
건강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진통제를 먹어야 잠이 들 수 있을 정도로
온몸이 아팠지만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보채는
아기 고양이를 달래고 약을 먹였다.
아픈 몸도, 병원비로 궁핍해진
경제 사정도 괜찮았다.
가장 힘든 것은
이 아기 고양이의 생명이 끊어질지 모른다는 사실과
이 독한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할지 모르는
가녀린 아이를 바라봐야 하는 시간이다.
아이를 낳지 않았지만
밤새 아픈 아기 고양이를 돌보는 날이면
아픈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혹독한 겨울에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고 가족을 찾아주는 기쁨대신
잔인했던 4월이 지났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너무도 찬란했던 봄이 가고 있었다.
작디 작은 한 생명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세상 어떤 생명도 고통없이
그냥 오고 가지 않음을 체감 하고 있다.
나는 답답한 저녁이면 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공원을 찾았다.
그 아름답던 꽃들이 속절없이 지는 것을 보며
유독 예쁜 아기 고양이를 생각했다.
혹독한 겨울을 길에서 지내고 드디어 평생 가족을 만나려는데
왜 그 아이의 운명은 그토록 가혹한 건지.
아이가 무슨 죄로 그런 병을 가지게 된 건지.
유독 이쁜 목련을 보며 눈물만 주룩주룩 났다.
어두운 밤,
허공으로 지는 꽃나무를 보며 속삭였다.
아니 기도했었다.
꽃나무도
아기 고양이도
우리 이 세상에서 너무 빨리 지지는 않기로 해.
지지만 않는 다면
내가 이렇게 바라봐 줄게.
————————————————
누군가 이 기록을 읽는다면
어떤 반응일까?
가족들은 당시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길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일상이 무너지는 것을 한심하게 여겼다.
하지만 지난 글을 읽으며
내 인생의 소중한 계절을
온통 한 존재로 채울 수 있었던
나의 무모함이 소중하다.
다시 아픈 어미 없는 고양이를
보면 또 구조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확답할 수 없지만
그냥 지나 칠 거라 확답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