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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하 Nov 24. 2020

축제는 끝날 거예요

사람들은 근면하게 살아가요.

그들은 제 안에 곳간을 채우죠.

누군가는 많이 저금하고,

또 누구는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살아가죠.

그러나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어요.

막연한 미래를 보면서 말이죠.

왜 사는 줄도 모르면서.


축제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막연한 미래를 위해서라고.

살다 보면 나아질 거라고.

그렇게 말하던 사람들이

곧 축제를 위해서

모이겠죠.


사람들은 예의 바르게 살아가요.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내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고

그 선을 넘지 않아요.

선을 넘게 되면,

책임져야 하니까요.

그래서 예의라 믿으며

보이지 않는 선을 두고 살아가죠.

외로운 줄도 모르고서.


축제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우리는 여기까지라고.

그게 서로를 위하는 거라고.

그렇게 말하던 사람들이

곧 축제를 위해서

모이겠죠.


그렇게 축제는 시작될 거예요.


사람들은 술을 따르겠죠.

그들에게는 술이 필요해요.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미래가 무엇인 줄도 모르면서

미래를 위해서만 살았고,

자신이 외로운 줄도 모르면서

그렇게 홀로 살아왔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술을 따르겠죠.

그리고 음악을 틀 거예요.


사람들은 음악이 필요해요.

그들은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이 누군가를 어떻게 즐겁게 해주는지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고 살아왔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술을 따르겠죠.

그리고 음악을 틀 거예요.

그리고 노래를 부르겠죠.

그리고 대화를 시작할 거예요.

예의랄 것들은

어느새 녹아 사라지고,

사람들은 욕설을 시작할 거예요.

그것에 놀란 사람들은

자리를 뜨기는커녕

더 많은 술을 마셔댈 거예요.

그리고 깔깔 웃어버리고

다시 또 노래를 부르겠죠.


사람들은 소비를 시작해요.

막연히 미래를 위해 살아간다 말하다가

오늘을 위해서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래서 그들은 음악을 틀고,

술을 따르고, 노래를 부르고,

사랑을 할 거예요.


보이던 선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고,

선들이 사라지자

제 안에 있던 욕심들이

마구마구 흘러나와

주체하지 못하게 되죠.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하고,

그래서 술을 따르고

그래서 음악을 틀고

그래서 노래를 할 거예요.


모든 금기들은

그 안에서 생겨난

새로운 규칙들에 의해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마치 하나의 제사처럼

거나하게 거행되고

사람들은 갑자기 알게 된

삶의 의미에 놀라게 되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가장 작은 공간에,

그리고 가장 짧은 순간에,

온갖 즐거운 것들과

좋은 것들이

가득한 것 같다가.


그 작은 평방미터와

그 작은 한나절이

끝나갈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겠죠.

그 사실은 축제를 멈추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그 사실이 축제를 과열되게 만들죠.

사람들은 끝이 두려워 술을 따르고

끝을 생각하기 싫어 음악을 틀고,

안녕을 말하기 싫어 노래할 거예요.

그리고, 이별이 두려워 사랑하겠죠.


하지만,


축제는 끝날 거예요.


술에 취해 잠든 날에,

그리고 눈 비비며 일어난 날에,

우리에게 쏟아지던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우리 엉망진창.


천천히 상을 치울 거예요.

쏟은 술을 닦을 거예요.

하릴없이 돌아가던 음악을 멈출 거예요.


축제는 끝날 거예요.

우리는 다시 삶으로 돌아가야 하죠.

다시 갖춰 입고 내일을 살아가겠죠.

또 예의 바르게 안락한 규칙 안으로 돌아가겠죠.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믿으며

다시 살아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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