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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이 아빠 Oct 16. 2023

DNA 검사의 진화 그 끝은 어디인가?

20년의 억울한 옥살이와 25년을 기다린 진범

미국 아이다호 폴즈에 막 18살이 된 앤지 닷지.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되어 가까운 곳에 집을 얻어 독립했다. 하지만, 1달 후, 직장에도 나오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 그녀가 걱정되어 찾아온 친구는, 평생 잊지 못할 끔찍한 모습의 앤지를 목격하게 된다. 침대에 겁탈 당한채 끔찍하게 살해당한 모습이었다. 이 사건은 조용한 시골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고, 경찰은 범인 검거에 총력을 다했다. 하지만 수사에 진척이 없자,  작은 지역사회의 여론은 더 악화되고 민심은 흉흉해졌다.


경찰은 다급해졌고, 앤지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탐문하고, 100명 이상의 DNA를 채취하여 검사하였다. 그러던 중, 경찰은 엔지가 어울리던 친구 중 하나였던, 17살 청소년 크리스토퍼 탭에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크리스토퍼는 약간은 말썽도 피우던 전형적인 틴에이저였다. 불쌍하게도 크리스토퍼는 경찰들이 왜 자신을 경찰서의 심문실에 넣어두고 수많은 질문들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크리스토퍼는 순진했고, 경찰들의 의도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경찰들의 지시에 순응하고 따랐다. 이후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가 실시되었다. 결국, 경찰은 크리스토퍼를 범인으로 간주하고, 그에게 자백을 하던지 다른 공범자를 밝히라고 강요하였다. 나중에는 자백하지 않으면 사형을 당할 수도 있다는 협박과도 같은 강요에, 공포에 질린 크리스토퍼는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 자백하기에 이른다. 1997년 1월, 경찰은 크리스토퍼의 자백을 토대로, 그를 강간 및 1급 살인죄로 기소하였다.


재판에서 크리스토퍼는 자신의 자백이 강요에 의한 허의 자백이었음을 밝히고, 분명하게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였다. 또한 변호인은 앤지의 몸에서 나온 DNA도 크리스토퍼의 것과 일치하지 않음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재판은 예상과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다. 검찰은 크리스토퍼가 신원미상의 공범과 함께 앤지를 강간하고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끝내 공범의 신원을 밝히지 않는 크리스토퍼에게 그 책임을 더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재판부는 크리스토퍼의 자백을 인정하고, 그에게 강간에 대해 10년형과 살인에 대해 2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하지만 재판장에 있던 피해자, 앤지의 엄마, 캐롤 닷지는 딸의 억울함이 완전히 풀렸다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딸의 몸과 옷에 남긴 DNA의 주인을 찾아야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었다. 크리스토퍼는 공범일지는 몰라도 그 DNA를 남긴 사내가 앤지를 강간하고 살해한 진짜 주범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크리스토퍼가 미웠지만, 교도소로 그를 꾸준히 면회가서는 딸을 죽인 공범을 알려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는 자신은 결백하다며 오히려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그렇게 캐롤은 십여년을 크리스토퍼를 찾아가 이제 그만 비밀을 자신에게 털어놓으라고 설득하였다. 2008년 캐롤은 탭의 심문과 자백 과정이 녹화된 테이프를 보다가 문득, 크리스토퍼가 그날 밤의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크리스토퍼가 결백하다는 것을 믿게 되었고, 이젠 그의 자백이 아니라 그의 결백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캐롤과 크리스토퍼의 노력 끝에 무고한 사법 피해자를 구제하는 단체인, “결백 프로젝트”에서 크리스토퍼의 사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5년, 검찰청에서는 크리스토퍼 탭의 사건을 재검토하였다. 하지만 크리스토퍼가 살인에 직접 참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크리스토퍼가 무죄임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고, 당시 수사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캐롤은 계속해서 법의학 DNA, 특히 범죄 수사에서 DNA가 어떻게 수집되고 조사되는지에 대해서도 공부하였다. 문득, 그녀는 검찰에서 주장한대로 주범이 앤지를 강간하는 동안, 크리스토퍼가 앤지의 양팔과 다리를 꽉 붙잡고 있었다면, 크리스토퍼의 DNA가 앤지의 스웨터나 바지에 반드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은 흘러, 2016년, 브래들리 박사가 M-VAC이라 불리는 DNA 추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효과적인 DNA 추출을 위해 섬유나 물체에 용액을 뿌린 후 진공으로 빨아들이는 것이다. 


캐롤은 이 방법이라면, 예전에 앤지의 스웨터나 바지에서 확인하지 못한 DNA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법원의 허가하에, 앤지의 물품을 넘겨받은 CSI팀은 M-VAC  방법을 통해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당연히 DNA 결과가 크리스토퍼와 일치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옷에서 나온 DNA와 정액 DNA가 일치했던 것이다. 경찰과 CSI는 확실한 결과를 위해, 당시 수거됐던 의류, 곰인형 등 모두에서도 DNA를 추출하여 재검사를 실시하였다. 결과는 동일했다. 모든 곳에서 DNA가 추출되었고, 모두 정액의 DNA와 일치하였다. 즉, 범인은 혼자였으며, 크리스토퍼는 현장에 없었고 범인이 아니었다. 결국, 크리스토퍼 탭은 수감된 지 20년 만인 2017년 재심을 통해 무죄로 풀려났다. 


잊어졌었던 앤지의 사건은 다시 온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경찰은 다시 DNA 결과를 가지고 진범을 찾기 시작했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에서 확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y1qv5kSg0s&t=913s

무려 20년동안 옥살이를 하게 된 사람.. 알고보니 진범은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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