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불짜리 동전 150만개 도난 사건
캐나다에는 1달러와 2달러 동전이 있는데 각각 루니와 투니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1달러 동전 뒷면에는 기러기과의 아미새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이 새의 영어 이름인 Loon, 룬을 따서 1달러 동전을 루니라고 부른다. 2달러 동전에는 곰이 그려져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2개의 루니라는 의미로 투니로 부르기 시작했고, 지금은 캐나다인 모두 이 동전을 투니로 부르고 있다. 참고로, 투니는 우리의 500원 동전보다는 조금 크지만, 무게는 조금 가볍고 현재 가치는 약 1,950원 정도 된다.
원래 2달러는 동전대신 지폐를 사용해 왔는데, 1달러 동전의 인기와 생산비용 절감등의 이유로, 캐나다 재무부는 서둘러 투니를 발행하기로 결정한다. 1995년, 조페국은 철도와 컨테이너를 통해 전국적으로 투니를 유통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1996년 7월 20일,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철도 야적장에서 캐나다 조폐국에서 은행으로 운송중인 새로운 2달러 동전, 일명 투니가 실린 컨테이너 차량이 통째로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7월 19일, 캐나다 철도국의 몬트리올 터코트 야적장에 투니 동전 백 오십만 개가 도착했다. 기차에서 하역한 3백만 캐나다 달러의 동전은 컨테이너 차량에 옮겨졌고, 은행으로의 배송을 기다리며 야적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다음 날, 7월 20일 일요일 정오, 평일과 달리 야적장 안은 조금 한산한 편이었다. 주말 근로자들은 일을 멈추고 곧 시작할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 때, 누군가 컨테이너 차량들이 세워져 있는 야적장에 조용히 걸어 들어온다. 그는 수많은 차량 중에서 한 컨테이너 차량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차량을 몰아 정문이 아닌 비상 출구를 통해 야적장을 빠져 나간다. 그 차량에는 바로 문제의 새 동전 투니 백 오십만 개가 실려 있었다.
철도국은 도난당한 컨테이너에 조폐국의 동전이 실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알린다. 화폐 도난으로 인해 철도국과 조폐국 및 경찰 모두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지역 소속의 모든 경찰들은 도난당한 컨테이너 차량을 찾기 시작한다. 경찰은 수색을 시작한 지 약 3시간 만에 철도 야적장에서 12km 정도 떨어진 몬트리올의 외곽 라신시의 코카콜라 공장 앞에서 도난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은 도둑이 조폐국의 수송 차량을 목표로 삼았는지, 즉 동전이 컨테이너 차량에 실려 있다는 정보가 유출된 내부 소행자의 범죄인지를 우선 조사하기 시작한다. 야적장의 설치된 CCTV를 확인해 보았지만, 차량을 훔쳐 달아난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또한 야적장에 일하는 근로자와 컨테이너 차량 운전자 및 조폐국 직원에 대한 조사를 이어갔지만 의심할 만한 대상을 찾는데 실폐한다. 그러자, 경찰 내부에서는 백오십만 개의 동전은 아무리 가치가 있어도 유통시키기 어렵다는 점과 도둑들이 지게차를 미리 준비한 이유는 컨테이너에 실린 물건은 어떤 것이라도 빨리 옮겨실어 도망가야 하기 때문에 화폐가 아니라도 당연히 필요했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즉, 도둑이 동전을 실은 차량인지 모르고 훔쳤을거라는 의견이 나오고, 결국 내부 소행에 대한 수사는 성과없이 종료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 어떤 용의자나 단서도 확보하지 못한채 수사는 난항에 빠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KnqVOrZw2Vk&t=70s
시민들은 도둑들이 백오십만 개나 되는 투니 동전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도 매우 큰 흥미거리였다. 도둑들이 동전을 범죄조직들의 뒷거래에 사용한다면 어떨지? 마약 대금으로 가방에 백달러 지폐 대신, 여행용 대형 트렁크 몇 개에 투니 동전 가득 넣어 사용할 수 있을까? 과연 도둑들이 동전을 차량이나 주택 구매 등에 사용할 수 없다면 그들은 어떻게 이 동전을 사용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이것 하나일지도 모른다. 도둑은 백오십만 개의 투니를 지하에 쌓아놓고 조금씩 조금씩 티 안 나게 사용하는 것이다. 가족들이 매일 각자 수십 개의 동전을 가지고 나가서, 아침의 커피, 점심, 차비, 담뱃값 모두를 투니로 사용한다. 때로는 장도 보고. 한 달에 300만 원씩의 동전을 사용하면 한 80년 정도면 다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가족이 모두 투니 동전만 사용한다면 주변 사람들이 바로 눈치챌 수도 있으니 늘 조심해서 써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도둑이 여자친구와 고급 식당에 가서, 수십만 원어치의 저녁을 먹은 후에, 계산대에서 투니 동전 수백 개를 꺼내 계산한다면, 이때 여자친구나 식당 직원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사건이 발생했던 90년대 말이나 현재도 그 동전에 대한 관심은 도둑이 아니라, 그 동전을 어떻게 사용했을까이다.
일부 사람들은 도둑들이 동전을 시중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혹시 동전을 녹여서 구리와 니켈을 추출해 팔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시만 해도 구리값이 지금과 같이 천정 부지로 올라간 때가 아닌, 현 시세의 20% 수준이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한다. 특히 주물공장도 몇 안 됐었기 때문에 이를 시도하는 순간 범인들은 경찰에 노출되었을 거라며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10원짜리 동전을 녹여서 구리를 추출해 팔아 몇억씩 이익을 남겼던 사건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건 동전이 가지고 있는 금속 가치가 동전의 가격보다 훨씬 높을 때였다. 그런데 투니는 10원짜리 동전의 195배나 가치가 높고, 그 당시의 구리 가격은 지금의 1/5 수준이었으니 투니를 녹였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가정이다.
그럼, 그 많은 동전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말이 백오십만 개지… 이 동전의 지름이 28mm이니 투니를 쭉 늘어놓으면 길이만도 4.2km나 되는 엄청난 양이다. 범인들은 지난 26년간 훔친 투니를 모두 사용했을까? 아니면 범인들은 지금도 매일 매일 티 안 나게 투니를 사용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