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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Feb 26. 2023

빠리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다 10-5

파리에서의 첫주

저 멀리 보이는 에펠탑을 지나 택시가 라데팡스에 있는 기숙사로 도착했다. 라데팡스는 프랑스의 업무지구로서 파리의 도심은 높은 건물이 없고 옛날 전통 건물들이 있었지만 라데팡스는 높은 빌딩들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나는 라데팡스 역 바로 앞에 있는 곳에 임시 기숙사를 잡았다. 프랑스에 급하게 오는 바람에 저렴하고 좋은 기숙사를 얻지 못해서 비싸지만 이 곳에 잠시 머무를 예정이었다.


내 방은 18층이었는데 방에서 파리 전역이 보였다. 밤이면 파리의 멋진 야경도 보였다. 갇힌 곳에 있으면 답답함을 느꼈던 나였기에 다행이었다.


며칠 후 파리정치대학의 첫 오리엔테이션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라데팡스에서 전철을 타고 파리정치대학으로 출발하였다. 지내다가 안 사실은 파리는 서울보다 규모가 작아서 파리 어디를 가든 생각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파리정치대학 근처의 생쉴피스라는 역에 도착하였는데 아직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한시간 정도가 남아서 학교 근처를 돌아다녔다.


파리가 영국과 다른 나라와 다른점은 역시나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이 엄청 많다는 것이다. 특히 파리정치대학은 파리의 중심부에 있있고 조금만 걸으면 샌느강이 나오고 다리를 건너면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이 나왔다. 루브르 박물관 근처는 넓은 공원이 있었는데 나는 종종 점심때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다가 루브르 담벼락에 앉아서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햄버거를 먹는게 낙이었다.


샌느강 주변에는 노천카페와 그림과 책을 파는 노점들이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역과 길거리에는 항상 거리의 악사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파리의 낭만을 더하고 있었다.


'역시 듣던대로 낭만의 파리이구나..'


나는 음악과 그림을 좋아한다. 특히 인상파 그림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모네를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 학교에 다니면서 나는 주변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서 그림들을 많이 보곤 했다. 특히 전철을 타러 역에 들어가면 이름모를 연주가들이 연주하는 바이올린과 하프소리 그리고 노래소리가 좋았고 때로는 지친 나를 위로해주었다. 어디를 가든 음악과 그림이 있었고 예술이 있었다.


나는 100년 전 파리가 예술의 절정의 시기를 맞았을 때인 '벨 에포크(belle epoque) 즉 아름다운 시대로 돌아가서 클로드 모네, 폴 고갱, 파블로 피카소를 느꼈다. 지금도 그 이후로 그림에 더 관심이 많아져서 한국에서 돈이 모이면 청년 화가의 작품들을 하나씩 사모았다. 청년 화가들의 작품을 모으는 것은 일단 나도 비싼 작품을 살 수가 없었고 청년 화가들의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느낌이 좋은 작품이 있다면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아도 최대한 구입하였다. 프랑스에 다녀 온 후 나는 우리나라도 파리처럼 순수 예술이 융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파리에서 나는 예술로 많은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청년 예술가들의 작품을 하나씩이라도 사주어서 그래서 그들이 붓을 내려놓지 않게 만든다면 우리나도 언젠간 순수미술 분야에서는 파리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샌느 강변을 걷다가 노천 카페로 들어가 샌느강이 바로 앞에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파리의 대부분의 카페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팔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것도 모르고 영어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용기있게 외쳐 챙피만 당했다. 다행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아메리카 브랜드인 스타벅스에 가면 있었다. 다만 프랑스 현지인은 거의 없고 대부분 유학생들이었다.


그래서 파리 로컬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려면 뜨거운 커피를 마셔야했고 불어도 공부해야 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하루종일 주문하는 법을 외웠다. 한잔 마시는데 너무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노천 카페에 들어가자 중년의 아주머니 점원이 나에게 다가왔다.


"봉주르"


"봉주르, 마담. 엉 카페 알롱제 시브플레" (커피 한잔 주세요)


이렇게 시키면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의 중간의 걸쭉한 커피를 가져다 주었는데 향이 깊고 좋았다.


이렇게 파주에 사는 촌놈이 안어울리는 파리지앵 흉내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파리의 한 카페에서
학교 근처 센느강에서
카페
기숙사 창밖
센느강변


센느강변의 노점상
파리의 어딘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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