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작은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뿐이다. 그런데 가끔 사사로운 일들에 휘청일 때면 나의 이런 마음은 다 허황된 포장일까. 진짜 내 마음은 다른 데 있지 않나 생각한다.
싫어하는 일을 줄이고 좋아하는 것 위에서 구르고 구르자. 마음껏 뒹굴다 보면 어느새 너희 마음이 눈뭉치처럼 크게 크게 자랄 거야.
작년 두 방학을 강릉에서 보내며 했던 생각들이다. 일상을 멈추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지냈다. 이것만은 아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들을 정리하고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벌써 혹은 영영 지독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어. 우리만의 대안을 찾고 우리만의 시간을 찾자. 늘 나의 화두였다.
그러다 문득 이중적인 나를 마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느 바운더리 안에서 어느 정도 위치는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삶이라는 게 모 아니면 도가 아닌 걸 알면서도 아이가 도가 되지는 않을지 훅 불안해지는 마음들 말이다.
우리가 우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애쓰는데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되지 않겠냐 하는 또 다른 쓸데없는 기대들도 마찬가지다. 이 땅에서 우리의 방향을 주장하며 살기에는 많은 다짐이 필요하다. 명백한 다른 노선이 아닌데도 이 정도니, 매번 크게 다른 결정을 하고 사는 가족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닐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좋은 의미로.
곡선의 시간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여전히 그 마음은 옳다. 그런데 정말 진실일까? 내가 원하는 것은 정말 그게 맞을까? 나중에 아이가 더 자라서 아주 좁은 샛길을 파고들어 그 안에서 살고 있대도 내 선택이 옳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아이가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 이 얼마나 잔인한 요구인가.
인간은 언제나 행복할 수 없다. 생각해 보면 그냥 작디작은 행복으로 나머지 시간들을 견뎌내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행복 위에 데굴데굴 구르다 행복한 마음을 안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는 엄마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내 마음이 거짓이 되지 않도록, 훅훅 끼쳐오는 불안을 끌어안고 우리 올여름도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