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을 글을 곁에 두고 살았다. 이 대학에, 이 전공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나는 전업작가가 되기 위해 더 애를 썼을까. 안정적인 학부 전공과 또 그리 안정적이지 않은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면서 내 삶의 방향을 얼추 정해졌다.
책을 낼라 치면 연구서적을 내는 게 더 빠른 직업군이 되었으나 연구와는 날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고. 나는 여전히 글을 쓰는 게 좋고.
지난여름 발리에 가기 전에 1인 출판업 등록과 사업자 등록까지 모두 마쳤었다. 그냥 올해는 내 이름으로 책을 내야지 하는, 계획형 인간다운 막연한 계획의 신호탄 같은 것.
어느새 12월이 왔고 생각했던 방향의 책을 위해 지난 글들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글 사이의 연결이 엉성해서 한 권의 책으로 묶기가 애매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에세이 형식의 글은 낱글로만 써왔기 때문에 그 낱글들이 목차 안에서 매끄럽지는 않아서, 그 긴밀함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문득
근데 이거 지금 왜 내는 건데? 하는 필연적인 질문에 부딪쳤다. 그러니까 결국 이건 자기만족 아니겠나. 종이책으로 만들고 ISBN 등록을 해도 이건 소장용 아니겠나. 끽해야 관련된 곳에 비치할 요량으로 배포하지 않을까. 판매. 판매. 누가 사볼까. 어떤 뚜렷한 목적성이 있지 않을 텐데. 음.
그러다 독립출판 관련한 어느 글에서 본 표현에 사로잡혔다. 이 과정들이 결국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미의 연장선이라는 표현. 취미의 연장선이라. 너무 맞는말이네.
그러니 다시 고민이 드는데 고민은 고민일뿐 일단 나는내고자 노력할 것 같다. 생각한 일을 생각에 멈추지 않고 하고 싶어하는 내 성격. 그리고 일단 해놔야 그 다음이 있든 없든 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는 생각.
취미의 연장선으로 내 돈 들여 책 내기.
이게 맞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