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릴스에서 해외살이를 하며 바뀐 삶의 태도에 대한 것을 우연히 보게 됐다. 보면서 어? 내가 강릉에서 느낀 거랑 비슷한데 싶었다. 내가 강릉에 결국 집까지 사게 된 이유도 아마 그런 것 때문이겠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해방된 느낌. 그게 가장 컸다. 한동네에 오래 살았고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이래저래 아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아들 둘은 또 성향이 매우 극명하게 달라서 첫째가 물고 오는 피드백과 둘째가 물고 오는 피드백의 온도차도 상당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 아니라 그냥 한 가정의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두 아이는 달라서 나도 그에 맞게 살아야 했다. 근데 각기 다른 포지셔닝이 쉬운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여기, 또 어느 날은 저기. 게다가 나는 일도 하고 있으니 포지셔닝만으로도 피로도는 쌓여갔다.
그랬던 우리 가족에게 강릉은 완전히 해방의 공간이었다. 내 직업, 아이들의 특성이나 기질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내 포지션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고 그러니 나도 일부러 포즈를 취할 필요도,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도 없었다. 가끔 만나는 옆집 할아버지가 어디 가슈? 하면 바다 가요! 하는 것 말고는. 경비아저씨께 귤을 나눠 드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는 것 말고는 더 할 일이 없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강릉에 오면 또래관계는 아이들 둘 뿐이고 학원도 다 멈추니 집에서 하는 공부들만 충실히 하면 문제가 없다. 바다 산책을 하고 둘이 뛰고 놀고 싸우고. 모든 일이 예측 가능했고 더해질 염려도, 갑자기 발생할 예측불가능한 사건도 없었다. 강릉 이즈 평화. 그 자체였다.
해방. 나의 해방일지. 뭐 그런 것. 옷도 세네 벌이면 충분했고 화장품도 그랬다. 포기하지 못하는 건 다이슨 에어랩뿐. ㅋㅋㅋ 마치 살림 만렙인 양 강릉집을 채워놓고 나니 우리에겐 정말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었다.
보통 해외살이를 하면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달라지는 삶의 태도들도 있다. 내가 발리 한달살이를 하며 느낀 해방감이랑 비슷하겠지. 그런데 나에겐 아직까지는! 강릉이면 충분하다. 강릉이 주는 해방감. 편안함. 내가 뻑하면 지금 강릉이면 좋겠다고 상상하는 이유. 다 비슷한 맥락이다.
나의 해방도시. 강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