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이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공공연하게 쓰이게 된 것은 EBS 당신의 문해력 특집 프로그램 덕분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 방송으로부터 메일을 받기도 했다. 아무래도 내 교과목 특성이 있으니 내 교실을 방송의 일부 내지는 실험 대상으로 삼을 의사가 있는지 묻는 메일이었다. 아쉽게도 내 교실은 학기 단위로 구성원이 바뀌니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 방송은 꼭 챙겨보았다.
그 뒤론 독해력보다 문해력이라는 말이 더 익숙한 시대가 왔고 너나 할 것 없이 관련 도서나 콘텐츠를 쏟아냈다. 거기다가 EBS에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있었다. 중고등 문해력 테스트뿐만 아니라 성인 테스트지도 나왔고 어휘나 언어감수성에 대한 테스트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온라인 생존 문해력 테스트>이라는 게 있었다. 오! 미디어 리터러시의 응용 버전이랄까. 이름 참 신박해. 무분별하게 혹은 의도를 갖고 쏟아지는 정보들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묻는 테스트인 것이다.
수업 때 참고할 요량으로 나도 풀어보았는데 함정이 어딘지 알겠고 고민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 역시 이 정도는 고민을 해야 정보를 바르게 취하겠구나 싶은 게 참 마음에 드는 문제들이었다.
나는 직업적으로나 기질적으로나 이런 것에 민감한 편이다. 그러다 아이들 때문에 들여다보는 커뮤니티들을 보면 이 시대 문해력은 애들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문제라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어른들이 이렇게 잘 휩쓸리고 이렇게 짧게 생각하고 이렇게 아무 말이나 뱉는 사회에서 절대로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없다.
애 영재고 보내는 방법 물어보면서 맞춤법 와장창 틀린 글을 읽고 있노라면 미안하지만 참담한 느낌까지 든다. 게다가 일단 그런 방법을 맘카페에 묻는 것부터가.. 자발적인 정보취득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는 단정마저 든다. 애들을 키우며 10년 넘게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며 느낀 어떤 환멸 비슷한 것이다. 오늘은 무슨 전염병에 대한 글을 끌어와서 순식간에 조회수 1000을 찍고는 엉뚱한 이야기를 히는 글에 또 환멸... 아아. 제발요. 잘 찾아지지 않지만 찾다보면 그 글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는 있다. 그리고 잘 모르겠으면 일단 퍼트리지는 말아야 한다. 요즘 말로 중립기어를 박아야 한다. 인터넷의 속도감을 우리가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럼 이용자가 할 일은? 기다리는 것이다. 이틀만 기다려도 올바른 정보가 나올 것이다. 자기가 정보를 찾을 수 없다면 기다리기라도 해야 한다. 애들이 가십거리 옮기고 소문낸다고 질타할 게 아니라 어른들부터 제대로 멈추고 생각해야 한다.
참담하다. 참담한 마음을 끌어안고 그저 내 것이나 잘 살피자 생각한다. 그러다가 화딱지가 나서 결국 이런 글을 쓰고야 만다. 어른들아. 너나 잘하세요. 요즘 애들 타령하며 문제 삼기 전에 요즘 애들이 어떤 땅에 서 자라고 있는지, 그 땅을 누가 만든 건지 한 번쯤 생각해 봅시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로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