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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달 Oct 30. 2022

뱀놀이

작가 유시민은 자신을 지식 소매상이라 했다. 나는 놀이 소매상이다.


나에게는 많은 거래처가 있다. 한국의 전래놀이가 궁금할라 치면 언제고 연락하는 분들, 숲밧줄 매듭법이 생각나지 않을 때마다 전화를 헤대는 분들, 세상의 각기 다른듯 하지만 비스무리한 놀이들을 찾아 챙기는데 도움 주는 다문화 이주여성들 분들. 등등. 


내가 걸었던 놀잇길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 그들은 놀이 도매상이다. 놀이 좌판을 깔고 다니는 내게 댓가를 마다 하면서까지, 덤까지도 담뿍 얹어 주는 고마운 이들이다. 그중에서도 기발하고 가성비가 끝내 주는 놀이 신상을 시시때때로 공급해 주는 거래처는 바로 아이들이다.


예산의 광시지역아동센터. 그곳은 놀이의 댓가를 금전으로 지급 받았던 최초의 거래처다. 그때만 해도 내다 팔만한 놀이들이 별스럽지 않았던 때. 몇 안되는 놀이들을 수시로 재판매 하던 시절. 그때 그 시절 가장 많이 했던 놀이가 달팽이 놀이다. 


나뒹구는 낙엽과 기분 좋은 잔 바람이 함께하던 어느 가을날. 작대기를 그어대면 적당히 선모양이 드러나는 맨땅의 운동장. 한 무리의 아이들 사이에서 달팽이를 그리는 온달.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아이.


"선생님. 그것 좀 줘봐요."

녀석은 내 손에 들려져 있는 작대를 달라한다.

"왜?"

"그냥요. 제가 한 번 그려 볼라구요."


내가 건넨 작대기를 움켜진 녀석. 맨땅에 작대기 끝을 지그시 눌런 댄 녀석은 달음질을 친다. 술 취한 녀석마냥 이리저리 비틀대면 가기를 한 동안. 그러다 멈춰선 녀석. 녀석의 뒤켠에는 꼬불꼬불한 금이 그어졌다. 작대기 끝을 한 걸음 맞은 편에 옮겨 댄 녀석. 다시금 내게로 달려온다. 꼬부랑 금을 마주한 또 하나의 꼬부랑 금을 이끌고 내게 다가온 녀석.


"이게 머냐?"

"뱀이요."


주머니 속에 초코파이를 꺼내 녀석에게 건네는 온달.

"뱀놀이 나 한테 팔아라."

받아든 초코파이를 이내 입안으로 몰아넣는 녀석.

"그러시던가."


매번 달팽이를 그리고 나면 어지럽다 너스레를 떠는 내 모습을 보다 뱁이 떠올랐다는 녀석. 세상놀이연구소 최초의 자작 놀이라는 홍보 문구를 달았던 뱁놀이는 사실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이도 아주 거짓부렁은 아닌 것이 놀이의 판권을 초코파이 주고 산 놀이다. 그렇게 첫 거래를 튼 이후 아이들은 나의 주요 거래처가 되었다.


달리기 솜씨가 넉넉하지 못한 아이라도 가위바위보를 이기면 더 멀리 갈 수 있는 놀이. 이길 듯 말 듯 승부를 좀처럼 점칠 수 없는 놀이. 그것이 이 놀이의 또 다른 매력이다. 아이들은 놀이의 최대 생산자다. 그리고 놀이의 파괴자다. 놀이의 규칙들을 넣고 빼고, 주무르고 비틀다 새로운 이름을 덧대기도 한다. 


놀이의 흔적을 지켜내는 것도, 새로운 흔적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놀이다.     


 ■ 놀이방법     

① 두 아이가 편하게 설 정도의 폭으로 꼬불꼬불 뱀 모양의 선을 그린다.

② 강당과 같은 실내의 경우 두 개의 긴 밧줄을 이용하여 길을 만든다.

③ 놀이하는 아이들을 두 편으로 나눈다.

④ 두 편으로 나뉜 아이들은 선의 양쪽 끝에 한줄로 선다.

⑤ 출발 신호와 함께 양편에서 1명씩 동시에 출발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⑥ 만나면 서로 가위바위보를 한다.

⑦ 진 아이는 두 팔을 높이 들어 “으악~”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빠져 나간다.

⑧ 진편의 다음 아이가 나가고 이긴 아이는 계속 뛰어간다.

⑨ 상대편 진지에 먼저 도착하는 편이 이긴다.

<뱀놀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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