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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실 Mar 03. 2022

마음, 보이지 않아도 알아차리기

엄마를 위한 그림책 '마음을 보았니?'

마음이 날아가는 것을 보았니?
파란 하늘을 나는 새들을 따라 훨훨

마음이 푹 가라앉는 것을 보았니?
바다 별과 함께 꼬르륵꼬르륵

우리는 다양한 마음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운 날도 있고, 마음이 흔들리고 푹 가라앉는 날도 있습니다. 이 책은 마음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여러 가지 마음 상태를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엄마는 악당이야!”

 또 악당 역할이다. 나는 악당이 되어서 정의로운 로봇과 싸워야 한다. 아이는 감독과 주연을, 나는 조연을 맡는다. 기분이 좋고 체력이 받쳐주는 날에는 최선을 다해 연기한다. 꽤 흥미진진한 날도 있다. 그런데 역할 놀이는 왜 한 번만 하고 끝나는 법이 없을까? 열심히 놀아주고 나서 쉬려고 하면, 아이는 같은 놀이를 또 하자고 한다. 힘 빠진 목소리로 연기하면 금방 알아채고는 ‘엄마, 아까처럼 해주면 안 돼요?’라고 묻는다. 아이는 같은 놀이를 반복하면서, 엄마에게 처음과 같은 열정과 재미를 기대한다. 아이의 마음이 이해는 되지만, 가끔 쩨쩨하고 유치한 마음이 뾰족 올라온다. ‘아까 너무 열심히 놀아주는 게 아니었어!’


 아침에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같이 놀자고 했다. 어제 레고로 로봇과 무기를 만들어서 놀았던 게 재미있었나 보다. 어제는 나도 신이 났다. 혼자만의 외출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곧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여유로웠다. 나는 실감 나는 악당 연기를 선보였고, 아이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했다. 하지만 오늘은 몸도 마음도 무거운 날이다. 다른 날 같으면 엄마가 설거지를 얼른 마치고 갈 테니 기다리라고 하거나,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와 잠깐이라도 놀아주었을 것이다. 오늘은 기다리라는 말도, 지금 가겠다는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설거지를 방패 삼아 부엌에 혼자 있고 싶었다.



 엄마는 지금 설거지를 해야 하고, 설거지가 끝나면 쉬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와 달리 얼굴빛이 어두운 엄마가 이상했는지, 아이는 ‘네, 엄마 좀 쉬세요.’라고 답했다. 말로는 엄마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여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속상하고 서운한 아이의 마음이 보였다.


 설거지를 마치고, 거실 바닥에 굴러다니던 작은 자동차 장난감 서너 개를 정리했다. 거실로 나온 아이가 자동차가 어디 있냐고 물어서 엄마가 치웠다고 했다. 아이는 ‘그거 내가 아끼는 건데.’라고 말하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는 이런 일로 잘 울지 않는다. 그 자동차 장난감이 바로 근처 주차 타워에 있을 거라는 걸 아이는 잘 알고 있다. 애써 참고 있던 속상한 마음이 작은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다. 엄마랑 놀고 싶었는데 거절당해서 속상한 마음, 내가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그 마음이 눈물이 되어 맺혔다.



 속상한 마음은 꼭 부풀어 오른 풍선 같다. 애써 참아보기 위해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으로 불룩 튀어나온다. 너무 세게 누르면 빵 터져서 조각조각 찢어질 수도 있다. 아이의 진짜 속마음을 알기에, 장난감 자동차 치운 거 가지고 우냐고 나무랄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아이의 마음을 알아줘야 했다.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를 가만히 안아주며 속삭였다. “엄마가 너한테 물어보지 않고 치워서 미안해. 우리 같이 악당 로봇 놀이할까?”



 우리는 누구나 다양한 마음을 느끼며 살아간다. 마음은 수없이 변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어떤 마음인지 왜 그런 마음을 느꼈는지 모르고 지나갈 때도 있다. 부정적인 마음은 알면서 모른 척하기도 한다. 내가 외면한 부정적인 마음들은 어딘가 떠다니다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불쑥 튀어나와 나를 힘들게 한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내 마음 돌볼 여유도 없는데, 아이 마음까지 살펴야 하는 게 버거울 때도 있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다. 마음은 알아차릴수록 평화로워진다. 나 자신과 아이에게 묻고 싶다.

 “마음을 보았니?”



의자는 내주지 말라

마음은 우주의 중심인
하나의 점과 같고,
마음의 다양한 상태는 이 점에서 찾아와
잠시, 혹은 길게 머무는 방문객과 같다.

이 방문객들을 잘 알아야 한다.
그들은 그대가 자신들을 따르도록 유혹하기 위해
그들이 그린 생생한 그림을 보여 주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그것들에 익숙해지되,
그대의 의자는 내주지 말라.
의자는 그것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대가 의자를 계속 지키고 앉아
각각의 방문객이 올 때마다 반갑게 맞이하고
알아차림 속에 흔들림이 없으면,
만약 그대의 마음이 깨어 있는 자, 아는 자로 만들면
방문객들은 결국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대가 그 방문객들에게 진정으로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들이 몇 번이나 그대를 유혹할 수 있겠는가.

그들과 대화를 해 보라, 그러면
그들 하나하나를 잘 알게 될 것이니
마침내 그대의 마음은 평화로워 질 것이다.

-아잔 차, '고요한 숲속 연못' 중에서
-'마음 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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