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스스로의 중심잡기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나는 나니까 당연하게 나를 잘 알고 있는 줄 알았다. 살아지는 대로 사는 동안은 큰 생각이 없었다. 그때의 난 오토파일럿 기능처럼, 나를 자동으로 작동하게 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가 어떤 깨달음을 만난 순간들이 있었다. 그것은 자다가 찬물을 뒤집어썼을 때와 같은 강한 충격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너무 단순해서 허무한 것이기도 했다. 행복은 선택이다. 현재를 살아라. 쉽게 들리던 문장들이 절실하게 몸으로 와닿은 것은 삶의 예기치 못한 변화 앞에 휩쓸리며 내 나름의 방황기와 시행착오를 겪은 뒤였다.
인생의 비밀은 언제나 내 안에 있던 나를 만나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게 해 주는 것에 있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여러 책과 영화는 형태만 다를 뿐 전부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제각각의 방식으로 ‘나’를 만나는 삶의 여정을 경험한 이들은 제각각의 목소리로 그 모험기를 기록 해나 누고 있었다. 수많은 이야기들 틈에서 공통점과 연결 고리를 발견할 때면 나만의 작은 희열을 느꼈다.
과거라는 영원과 미래라는 영원이 교차하는 현재라는 시점에 우리는 존재하고 있다. 그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얼마나 여러 겹의 우연이 겹쳐 야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과거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에 우주적인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는 변화했다. 내가 내 인생의 작가가 되어, 나를 어떤 인생의 엑스트라나 찬조 출연자가 아니라 감독이자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스스로에게 꿈꾸는 시간을 선물할 권한을 주었다.
오토파일럿 모드를 해제하고 세상의 아름다움에 촉수를 곤두세웠다. 내 안에서 힘없이 흔들리던 작은 불꽃을 키웠다. 나에 대한 믿음을 점점 더 강한 확신으로 만들었다. 내속에 살아있는 그 목소리에 힘을 부여하자 같은 것을 봐도 더 많은 것이 보였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주체적으로 만들어나가면서, 가진 것은 변함없어도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
돌이켜보면, 내가 나를 만난 그 모든 시간에 조용히 내 곁을 감싸고 있는 것이 있었다. 배낭 하나메고 혼자여 행을 떠났을 때도. 관중 속에서 춤추고 놀며 눈물 찔끔할 만큼의 희열을 느꼈을 때도. 슬프고 외로웠을 때도. 평화롭고 행복했을 때도.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언제나 나와 함께했던 건 바로 음악이었다.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는 과정에서 서서히 깨달았다. 그냥 너무 좋아해서 내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던 음악이나 자신을 알아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 을. 음악이 곧 나를 위한 의식이자 내 마음을 점검하는 리추얼이었다는 것을.
리추얼은 그냥 흘러갈 수 있는 어떤 것을 붙잡아 의미를 부여하고 축하하는 일이다.『리추얼』책을 쓴 메이슨커리는 리추얼이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이라고 얘기한다. 내게 리추얼이란, 반복적으로 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의식하고 도입할 수도 있지만, 좋아해서 이미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마음을 차분하게 하기 위해 따뜻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 일주일에 한 번 나를 위한 꽃을 사 오는 것. 나를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두고, 상황에 맞는 음악을 듣는 것.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것.
정신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리추얼은 나만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리추얼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장치이자 삶의 작은 에너지 원이다. 어떤 리추얼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내 일상의 모양이 만들어진다. 나를 위한 리추얼을 만드는 것은 내 삶에 이벤트를 불러오는 일이자, 사소한 즐거움을 늘려가는 일이다.
자아 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meet me)’와 만나고서 매일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것이 나의 리추얼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밑미는 내면을 들여다보는데 도움을 주고, 진짜 나를 만나게 해주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나는 2020년 10월부터 음악을 듣고 기록을 하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온라인 리추얼 메이커로 활동하 고있다. 밑미 덕분에 내 리추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경험을 하고 있다. 나의 리추얼 멤버들은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 만들기’ 리추얼을 나의 별명인 ‘융’과 합쳐 ‘융플리’라고 부른다.
매달 약 스무 명의 융플리 멤버들과 온라인 공간에 모여 평일이면 매일 음악 하나를 집중해서 듣고 글을 쓴다. 각자 들은 음악과 글을 온라인 게시판에 공유하고, 서로를 듬뿍 응원한다.
이 인연을 계기로 리추얼에 관한 책을 쓰는 기회까지 얻었다. 밑미 리추얼을 진행하면서 부쩍 실감한 것이 있다 면,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 내 정체성이 자 능력이 되었다는 재밌고도 신기한 사실이다.
국경도 영토도 없는, 음악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열심히 즐겼다. 가요의 세계, 록의 세계, 전자음악의 세계, 기타의 세계, 페스티벌의 세계....... 난생처음 무언가를 경험할 때도, 나를 둘러싸고 있던 알을 깨고 나올 때도 음악은 나와 함께 했다. 음악은 나의 내면은 물론이고, 타인의 세계로 들어갈 때에도 마음속 비밀스러운 통로를 따뜻하고 자연스럽게 열어주는 열쇠가 되었다.
음악을 통해 ‘나’를 만난 순간들과, 그 너머의 세계로 뻗어나가기까지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총 4장으로 구성했다.
1장(재생) - 현시점에서 쓰는 리추얼에 관한 생각과 이야기.
2장(되감기) - 내게 음악 취향을 남겨준 과거의 순간들 에 관한 이야기. 삶을 관통한 다양한 음악의 순간들은 내게 취향의 씨앗으로 남았다.
3장(멈춤) - 음악 덕분에 나를 만난 이야기. 음악은 내 가나를 알아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4장(셔플) - 리추얼을 나누며 생긴 이야기. 타인과 연결되며 나의 세계는 우리의 소우주로 확장되었다.
음악과 함께하며 나를 만나고,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 던 여정에 당신을 초대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쉬운 여행 속으로. 하루 24시간 중 음악이 흐르는 짧은 순간만이라도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리추얼은 좋아하는 음악의 재생 버튼을 누르는 것만큼 단순할 수 있다. 자, 그럼 이제 재생 버튼을 누르러 가 볼까?
12월 1일(수) 출간 예정인 <오늘도 리추얼: 음악, 나에게 선물하는 시간>의 프롤로그를 선공개합니다 :)
주 5일 출근하는 삶에서 독립하고 여러 가지 일을 어떻게 동시에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요, 그때마다 저의 대답은 리추얼로 귀결됩니다. 음악과 리추얼에 관한 저의 생각과 여러 이야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담았습니다. 책도 정말 예쁘게 나왔어요. 기대해주세요!
책 자세히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