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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통을 잇는 키치너-워털루 옥토버페스트

by 이종상

키치너-워털루 옥토버페스트의 시작


1810년 10월 12일, 바이에른(Bavaria) 왕국의 황태자 루트비흐와 아리따운 공주 테레제가 결혼식을 올린다. 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왕실 근위대는 결혼 다섯째 날인 10월 17일, 경마 경기를 개최하게 된다. 이후 이 전통이 계승되며 매년 경마 경기가 열리게 되었고, 농업박람회와 결합하면서 축제의 규모가 커졌다. 독일 뮌헨의 대표적인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는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이런 바바리안의 전통을 기억하는 캐나다 키치너 워털루(Kitchener-Waterloo)의 독일 이민자들은, 1969년 빙거맨 공원(Bingerman Park)에서 이 축제를 축하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키치너-워털루 옥토버페스트는 꾸준히 성장해 캐나다에서 가장 큰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그리고 북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바바리안 축제로 발전했다. 한 개의 페스트할른(Festhallen)에서 시작된 시민축제가 무려 70만 이상이 참여하는 9일간의 축제로 성장하게 된 셈이다.


바이에른 전통 복장인 트라흐트( Tracht)를 입은 축제 마스코트 한스 아저씨(Onkel Hans) & 프리다 아줌마(Tante Frieda)


Oktoberfest ist Wunderbar!


금요일 아침, 키치너(Kichener) 시청 앞, 무대에 오른 진행자가 큰 소리로 “옥토버페스트 이스트(Oktoberfest ist)” 선창하면,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운더바(Wunderbar)!" 라고 외친다. 나도 얼떨결에 뜻도 모르면서 따라 했다. 무슨 뜻일까? 옆 사람에게 물어봤다. ‘운더바’는 영어로 ‘원더풀(Wonderful)’을 뜻한다. 직역하자면 ‘옥토버페스트 좋아요!’ 정도가 적당할 듯하다. 이 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운더바'는 기억해야겠다.

전통 채찍춤(Whip dance)을 선보이고 있는 독일 공연팀
(좌) 아코디언 연주, (우) 캐그 태핑(Keg tapping) 분위기를 책임지는 '맥주잔 들고 버티기(Stein-holding)' 경기


그래미 수상자인 윌터 오스타넥(Walter Ostanek)이 참여한 아코디언 연주회, 독일에서 건너온 민속 공연단의 채찍 춤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맥주 통에 주둥이를 다는 케그 태핑(Keg tapping)은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케그 태핑이 끝나면 9일간의 본격적인 키치너-워털루 옥토버페스트가 시작된다.


(좌) 전통 트라흐트(Tracht)인 던들(Dirndl)을 입은 자원봉사자, 캐롤 랭(Carol Lang), (우) 머리핀

옥토버페스트를 제대로 즐기려면 드레스코드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 명절에 한복을 입듯 바이에른 전통의상을 입어보자. 남자는 셔츠에 멜빵을 단 가죽바지, 레이더호젠(Lederhosen), 여자는 실루엣이 드러나는 블라우스와 가슴에서부터 허리 부분까지 끈으로 꽉 조인 보디스(Bodice)가 특징인 던들(Dirndl)을 입는다. 레이더호젠은 가격대가 꽤 비싸니, 부담된다면 모자를 하나 구입해 쓰는 것도 방법이다. 1969년부터 해마다 다르게 만든다는 옥토버페스트 기념 버튼이나 핀을 하나씩 사서 모자에 달면 나름 폼이 난다.

(좌) 옥토버페스트 공식 매장( Official Retail Store)과 72피트 높이의 메이폴(Maypole), (우) 셀피를 찍는 관광객들


옥토버페스트를 추억하기에는 기념품보다 좋은 것이 없다. 전통의상인 트라흐트(Tracht), 축제 연회장 티켓인 페스트할른(Festhallen) 티켓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공식 매장은 키치너 시청에서 도보로 7분 거리에 위치한다. 건물 밖에는 커다란 메이폴(Maypole)이 세워져 있는데, 키치너-워털루 옥토버페스트를 오랫동안 후원한 프레드 버팅거(Fred Buttinger)를 기념하기 위해 1988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옥토버페스트 공식 스토어(Official Store) 내부

이제 본격적으로 옥토버페스트를 즐길 차례다. 독일 음식과 맥주가 가득한 페스트할른(Festhallen)으로 향해보자. 연회장만 10여 곳으로 적게는 250명에서 많게는 4,5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군침 꿀떡 삼키게 만드는 맛있는 음식과 알코올 음료가 가득하다. 밴드나 바바리안 댄서의 전통 공연도 펼쳐진다. 바바리안 트라흐트(Tracht)를 입지 않아도 깔끔한 캐주얼 복장이면 누구나 환영한다.


빙거맨즈(Bingemans)의 펀웍스(Funworx)
빙거맨즈( Bingermans) 엠버씨 룸( Embassy Room)에서의 저녁 식사

나는 친구 부부와 빙거맨즈(Bingemans)의 엠버씨룸(Embassy Room)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다. 빙거맨즈(Bingemans)는 80년도 더 된 유원지다. 초기에는 캠프장으로 시작해 지금은 워터파크, 펀웍스(Funworx)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빙거맨즈에는 축제를 위해 대형 천막 두 채가 간이로 세워졌고, 내부는 바바리안 식으로 꾸며졌다.

(좌) 과일 슈튜르델(Fruit Strudel), (우) 독일식 프레첼(Pretzel)
돼지 혹(Hock), 슈니첼, 캐비지 롤 등이 담긴 요리 한 접시

맛깔스러운 프레첼(Pretzel)이 테이블마다 걸렸고, 독일 대표 음식인 슈니첼, 돼지 꼬리 요리, 소시지, 감자전, 케비지롤 등 갖가지 음식들이 쏟아졌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손이 2개, 먹을 수 있는 입이 1개인 것이 참 아쉽게 느껴졌다. oktoberfest.ca


빙거맨즈(Bingermans)

주소: 425 Bingemans Centre Dr, Kitchener

홈페이지: bingemans.com

가을의 산물로 장식된 조형물

메노나이트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 엘마이라(Elmira)


옥토버페스트 축제 기간 동안 워털루 지역(Waterloo Region)을 둘러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세인트 제이콥스(St.Jacobs)는 이미 자주 여행했으니, 메노나이트들의 삶을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엘마이라(Elmira)와 온타리오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웨스트 몽트로즈(West Montrose)의 지붕이 있는 다리(Coverd bridge)를 가보기로 결정했다.

버기를 타고 장을 보러 나온 메노나이트

엘마이라 초입부터 메노나이트 마차를 우연히 만났다. 버기 전용 주차장에 주차를 한 것으로 보아 장을 보러 온 모양이다. 이 모습이 익숙한 듯 무심코 오가는 사람 속, 나만 별난 세상을 만났다. 셔터를 빠르게 눌렀다. ‘찰칵’

키친 커팅스(Kitchen Kuttings)

읍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엘마이라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은 키친 커팅스(Kitchen Kuttings)다. 메노나이트 주부라면 한 주에 몇 번은 찾는 곳이란다. 제빵에 관련한 갖가지 재료들, 수제 잼, 꿀, 피클, 메이플 시럽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달달한 터키시 딜라이트도 판매한다. 직원들은 모두 머리에 보닛을 쓰고 앞치마를 허리에 두르고 있다. 이곳의 인기제품인 수제 서머 소시지는 세인트 제이콥스의 파머스 마켓에서도 맛볼 수 있다.

(좌) 제빵 재료들, (우) 터키시 딜라이트(Turkish Delight)


다음 둘러볼 곳은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MCC)에서 운영하는 중고품 할인 판매점이다. 무려 4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 전통을 증명하듯 사람들이 제법 많다. 주방용품, 책, 아기용품까지 다루는 품목이 다양하다.


나는 장미 한 송이를 꽂으면 충분할 크기의 아담한 화병을 선택했다. 소소한 행복을 3달러에 구입했다. 입가에 미소 가득 안고 중고매장을 나왔다. 길을 건너 2분 정도 걸었을까, 엘마이라 메노나이트 교회가 나타났다. 평일이라 교회 주차장이 텅 비어있었지만, 예배가 있는 주말이면 메노나이트들이 타고 온 버기들로 가득 찬다고 한다.

MCC 중고품 할인점

키친 커팅(Kitchen Cuttings)

주소: 2 Arthur St.South, Elmira

홈페이지: kitchenkuttings.com


MCC 중고품 할인점(MCC Thrift & Gift)

주소: 59 Church St.West, Elmira

홈페이지: elmirathrift.ca


메노나이트 요리의 진수


바쁘게 여행한 탓에 허기가 올라왔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소탈한 외관의 식당으로 향했다. 금방이라도 다시 일터로 복귀할 것만 같은 옷차림의 남자들과 외지에서 온 듯한 사람들이 테이블마다 앉아 있었다. 마치 기사식당 같은 분위기랄까. 자그마치 30년 전통의 ‘Sip&Bite’의 인기 메뉴는 루벤 샌드위치, 클럽 하우스, 돼지고기 슈니첼, 치킨 수블라키다. 이곳의 오너인 나이다(Naide)가 직접 추천한 메뉴이니 믿을 만한 정보다.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프와 커피를 주문했다. 햄치즈 샌드위치도 빼놓을 수 없었다. 아주 가볍게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군침 당기는 '소고기 야채수프'와 '햄치즈 샌드위치' (Sip & Bite)

큰아들은 아직 배가 고픈가 보다. “고기와 밥만 있다면 어느 식당이던지 괜찮아요, 아빠” 큰아들과 함께 엘마이라에서 가장 유명한 크로스로드 레스토랑(Crossroad Restaurant)으로 향했다. 이곳은 전통 메노나이트식 요리법으로 만든 요리, 버거와 랩(Wrap)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는 뷔페식당이다. 자두 소스를 곁들인 함박 스테이크는 일품이다. 여기에 양배추를 발효시켜 만든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를 곁들이면 최고다.

메노나이트 요리의 진수, 크로스로드 식당(Crossroads Family Restaurant)
메노나이트 전통 의상을 입고 일을 하고 있는 종업원


안톤 햄플(Anton Heimpel)과 그의 가족은 24년째 크로스로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흥미로운 몇 가지 사실은 술을 팔지 않는다는 것과 월요일이 공식 휴무지만 그 날이 공휴일이면 문을 연다는 것이다.


크로스로드 레스토랑(Crossroads Family Restaurant)

주소: 384 Arthur St South, Elmira

오픈: 8:00~11:00, 11:30~20:00(화~일요일), 매주 월요일 휴무

홈페이지: crossroadsrestaurant.ca


'키스하는 다리(Kissing Bridge)'라는 닉네임의 웨스트 몬트로즈(West Montrose) 지붕이 있는 다리


사랑을 나누는 곳, 키싱 브리지(Kissing Bridge)


엘마이라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웨스트 몬트로즈(West Montrose), 이곳에는 온타리오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지붕이 있는 다리(Covered Bridge)’가 있다.


그랜드리버(Grand River)를 가로지르는 60m의 다리는 1881년에 만들어졌다. 강 건너 마주 보는 두 지역을 연결하고 있어 ‘키스하는 다리(Kissing Bridge)'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리 위의 지붕은 나무로 된 바닥과 틀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

'지붕이 있는 다리' 아래 그랜드리버(Grand River)에서 카약을 즐기고 있는 메노나이트 십 대들

저 멀리, 한 커플이 입을 맞추고 있다. 과연 ’ 키스하는 다리‘라고 불릴만한 로맨틱한 장소다. 최근 밸런타인데이에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이 이곳을 찾아 스무치(Smooch, 가볍게 껴안고 키스)하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빛이 들지 않는 다리 안쪽에는 등이 띄엄띄엄 비춘다. 현재까지 차량들과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어린 메노나이트들은 다리 아래에서 카약(Kayak)을 몰며 물놀이를 즐긴다. 그 모습이 그저 우아하고 해맑아 보인다. 그랜드리버 물길을 따라 상류로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가족 캠프장이 위치해있다. 그곳을 시작으로 카약을 타고, 이 다리 아래를 지나는 상상을 하니, 내년 여행의 목적지가 벌써 정해진 듯하다.


WWFC(Waterloo Wellington Flight Centre) Scenic Flight


단발 프로펠러 세스나 172S(single-engine Cessna 172S model)를 타고 워털루 지역, 토론토 스카이라인, 나이아가라 폭포, 토버머리, 무스코카, 필리 아일랜드(Pelee Island) 등을 하늘에서 보는 투어를 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이라면 한 명 가격으로 세 명까지 탈 수 있다는 것이다.

WWFC는 전문 민간 조종사를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좌) Cessna 172S, (우) 카페테리아에서 비행 전후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워털루-웰링턴 비행 센터

주소: 3-4881 Fountain Street North, Breslau, ON

홈페이지 : wwfc.ca


수요일엔 캠브릿지 밀(Cambridge Mill)에서 Chef Inspired Burger


19 세기 Dickson Mill이 아름답게 식당으로 복원되었다. 고풍스럽고 편안한 실내, 탁 트인 전망, 그리고 사계절 파티오는 맛에 기품을 더한다. 엘로라 밀과 캠브릿지 밀은 오너가 같은 자매 레스토랑이다. 혈압을 낮춘다는 비트( roasted & pickled beets), squash purée, toasted walnuts, goat cheese 가 들어간 Roasted Beet Salad는 그 맛이 일품이다.

그랜드리버(Grand River)가 끼고 도는 Cambridge Mill
훈훈한 내부 공기 만큼 훈훈한 종업원들
Cambridge Mill - Craft Cut Burger
Cambridge Mill - Farm Beet Salade

Cambidge Mill

주소: 100 Water Steet North, Cambridge, ON

홈페이지 : cambridgemill.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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