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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Party Mar 22. 2019

빌 비올라의 “교차”

엉망진창 현대미술이야기

#빌비올라 #billviola #artparty #윤익 #아트파티


빌 비올라의 “교차”


비디오를 통한 물과 불의 생성과 소멸의 미학


윤 익 / 미술문화기획자, Art Party 대표 


우리는 어려서부터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꿈을 꾼다. 예술가를 꿈꾸던 한사람이 오늘날 전 세계의 비디오 작가 중 가장 많은 것을 이뤄낸 예술가가 되었다. 예술 없는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한 번도 예술 작업에서 떠나본 적이 없던 그는 아주 꼬맹이였을 때부터 계속해서 예술 작업을 해 왔고, 그게 교실이건 미술관이건 늘 전시되었으며 결국 국제적인 작가가 되었다. 뭔가 허세 부리는 것 같거나 불편해 보여 넥타이를 싫어한다는 그는 언제나 동네에서 마주치는 옆집아저씨 같은 편한 옷차림에 왼손에는 일본의 스님에게 선물을 받았다는 작은 염주를 팔찌처럼 하고 다닌다. 그는 현대미술계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누리는 빌 비올라(Bill Viola)이다. 1951년 미국 뉴욕의 퀸즈 태생으로 웨스트베리에서 자랐으며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뉴미디어와 인지심리학, 음악 등을 공부하였다. 1970년대 초반 슈퍼-8 필름과 흑백 비디오로 작품을 시작해 지금까지 수많은 영상작품과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을 해오고 있는 그의 예술 근원은 인간과 자연, 우주에 대한 경의와 깊은 성찰이다. 


                작품켑션 : Bill Viola, "The Crossing"(detail), 1996, video / sound installation


1997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그의 작품 “교차”(The Crossing)를 보면 그의 이러한 예술성이 매우 잘 드러나 있다. 현실감 있게 울려 퍼지는 음향과 어두운 공간에 설치된 두개의 대형스크린에 비추어지는 이미지는 관람자들에게 작품에 대한 집중력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이 작품은 물과 불에 관한 내용이다. 동양에서도, 서양에서도 우리의 세상을 이뤄내는 기본요소에 속하는 이들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모든 것을 생성하고 소멸시키는 존재하는 모든 것과 관계하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기도 하다. 작품을 보면 멀리서 어떤 남자가 우리에게 걸어온다. 한참을 걸어오는데 그리 지루하지는 않다. 마침내 그가 우리 앞에 도착하여 우리를 바라 볼 때 그의 머리위로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며 톡 하는 음향이 공간에 울려 퍼진다. 


점차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의 빈도수가 높아지며 나중에는 엄청난 폭포가 되고 음향은 진동하며 절정에 이른다. 물방울이 느린 화면을 통해 사방으로 부서지며 분해되는 모습이 일종의 기와 에너지를 상징하는 느낌으로 다가오며 시각적으로도 훌륭한 느낌을 준다. 결국 화면에 존재하던 남성은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줄기에 그 모습을 감추고 점차로 물의 양이 줄어들며 남성의 모습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마지막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던 물마저 사라지면 화면에는 고요한 정적이 맴돈다. 반대편의 화면의 이미지인 불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게 남성이 우리에게 다가오며, 멈춰서고, 그의 발밑에서 불이 피워지더니 온몸을 휩싸는 화염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후에 화재가 발생한 현장에서 경험하는 어떤 대상이 불에 전소되는 특정한 음향과 함께 화면이 전개되다가 결국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공간의 적막감은 커다란 음향과 선명하며 느린 이미지로 전개되는 영상과 조화를 이루며 관람자들에게 일종의 참여적 동질성의 경험으로 다가오는 체험적인 숭고미가 느껴지게 한다. 빌 비올라의 작품은 한편의 인생드라마를 본 듯한 처절하며 절대적인 놀라운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한다.



하루 중 땅거미가 질 황혼 무렵을 가장 좋아한다는 이유처럼 해가 지면서 점차 어두워지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기도 하고, 태양이 져도 여명이 남아 있는 어떤 일정 선을 기준으로 멈춰진 상황이 아니라 실제로 뒤섞여 이행되는 공존의 순간이 지니는 불안정성의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작품에 표현하고 싶다고 한다. 이는 ‘예 아니면 아니요’, ‘1 아니면 0’이라는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현대의 컴퓨터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감성과 이성을 경고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우리의 삶은 꽃을 피우고 낙엽 지며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생명체처럼 언제나 생성하는 질서에 의한 과정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그는 현대문명의 가장 첨예한 매체인 뉴미디어를 이용하는 서양의 작가이지만 전 세계인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가장 원론적인 것에 대한 고찰로서 인간의 삶과 죽음을 그 만의 어법으로 전달하여 동서양의 문화성을 뛰어넘는 작가로 인정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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