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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Party Jan 26. 2019

“현대미술의 상징이 된 변기”

엉망진창 현대미술이야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마르셀 뒤샹전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잠시 가족과 함께 다녀왔는데 마침 2011년 3월에 뒤샹의 샘에관하여 신문에 기고했던 글이 생각나서 올려 봅니다.


#마르셀뒤샹 #artparty #윤익 #아트파티



마르셀 뒤샹 - 샘


“현대미술의 상징이 된 변기”


윤 익 / 미술문화기획자, Art Party 대표 


미술사적인 입장에서 통상적으로 현대미술에 대하여 언급할 때에는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나 시간적인 선상의 기준을 말 할 때는 그 시점을 세계 제2차대전을 기준으로 정의 한다. 지나가 버린 20세기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가 모두 포함되는 시간적 공간으로서 수많은 작품과 예술가들이 현대미술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대두하며 모든 작품과 작가들은 그 나름의 이슈와 의의로서 현대미술을 대변하는 논리를 획득하고 있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많은 예술가와 작품들이 우리의 시대를 대표하며 예술의 지적인 가치를 말한다. 하지만 1917년에 발표된 하나의 작품이 20세기를 대표하는 현대미술의 상징이며 오늘날까지 이루어지는 모든 미술연구에서 가장 많은 관련 논문이 발표되었고 현재에도 그 연구가 끊임없이 지속된다면 모든 사람들이 매우 궁금해 할 것이다.


문제의 작품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1917년 4월 10일, 뉴욕 그랜드 센트럴 갤러리에서 앙데팡당전이 열렸을 때, 고유한 자신의 창작품이 아닌 하루에도 수천 개씩 생산되는 상품에 자신의 이름도 아닌 R. MUTT 란 이름으로 사인을 하고 “샘(Fountain)”이라는 명제로 당당히 출품한 남성화장실에 설치되는 소변기이다. 이는 당시의 언론과 미술계를 뒤엎을 만한 엽기적인 사건으로서 기존의 예술 전체를 부정 할만 한 가쉽거리로서 오늘날 까지도 마치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더욱 경이로운 점은 이 변기가 36억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파리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었다는 기록이다. 물런 얼마 전에 런던 소더비에서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이 무려 1200억원에 팔린 것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당시의 상황과 물가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앙데팡당전은 참가비 6달러만 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젊고 패기만만한 작가들의 전시였는데, 시대적 상황은 그의 작품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전시관계자의 심기마저 불편하게 했다고 한다. 이 작품을 걸 것인가, 바닥에 놓을 것인 가. 아니, 이런 작품을 전시해도 될 것인가. 변기는 결국 전시기간 내내 전시장 칸막이 뒤에 폐기되는 운명에 처했다고 한다. 결국 전시가 끝나자 뒤샹은 자신이 친구들과 함께 만든 잡지 “눈 먼 사람”을 통해 기다렸다는 듯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미국인 에게 보내는 공개장”이란 제목의 글을 통하여 6달러라는 참가비를 낸 모든 화가는 작품을 전시할 권리를 갖는데, 리 처드 머트씨의 작품“샘”을 거부한 것은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인가에 대하여 논의를 펼쳤다.


뒤샹에 의하면 “혹자는 그것이 부도덕하고 상스럽다고 말한다. 그러나 머트씨의 샘물은 부도덕하지 않다. 머트씨가 그것을 직접 자기 손으로 제작했는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그것을 선택했다. 그는 평범한 생활용품을 사용하여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관점 아래, 그것이 갖고 있던 실용적 의미가 사라지도록 배치했다. 그리하여 그는 이 소재의 새로운 개념을 창출해냈다.”결국 뒤샹의 논리는 눈에 보이는 사물이나 풍경을 그림으로 옮기는 미술에서의 재현 행위를 전면 부정하고 예술가가 예술이라고 말하는 어떤 것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반전통적인 사상으로서 후에 미술영역에 “레디메이드(ready-made)”란 용어와 개념을 정착시켰다.


“살아있는 동안 그림이나 조각 등을 만드는데 시간을 보내기보다 차라리 내 인생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창조하려고 노력한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 라는, 예술전체를 부정하며 모두를 우습게 보는 것 같은 그의 고백에는 삶보다 앞선 예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가 숨겨져 있다. 말년에는 작품 활동보다는 유유자적한 삶을 보냈던 마르셀 뒤샹의 샘은 2004 년 11월 29일 영국에서 열린 터너상 시상식에 참석한 미술 전문가 5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작품] 1위로 선정되었는데 이는 20세기와 21세기를 가장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상징하는 것이다.    


2011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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