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스타이그 《녹슨 못이 된 솔로몬》
우리는 모두 못이다.
녹슨 못이다.
녹슨 못이 될 것이다.
한 번쯤은 자신을 불태운.
#녹슨못이된솔로몬 #윌리엄스타이그 #그림책
그래서책방 워크룸에서 함께한
강이랑 작가님의 #그림책투게더 !!❤️
처음에 그림책 제목을 듣고서
"왜 녹슨 못일까?" 몹시 궁금했다.
그 책을 쓸 때 때마침 눈앞에 녹슨 못이 있었나?
그냥 못도 아니고, 녹슨 못은 정말로 의외였다.
돌멩이는 이쁘다고 주워가기라도 하지!
일하는 현장에서 못이 발견되면?
그냥 멀쩡하고 평범한 못은 주머니나 공구함으로 들어가거나 어딘가에 박혀 그 쓸모를 다한다. 그러나 녹슨 못이나 뭉개진 못은 가차없이 버려진다.
돌멩이만도 못한 하찮고 쓰잘데기없는 녹슨 못!
그러나 녹은 바로 단번에 슬지 않는다.
물이나 산소와 맞닿아서 산화되는데,
여기에 반드시 '시간'이 들어간다.
#변신
책이나 판타지 영화에서처럼 짜잔!하고 변신하는 이야기는 단박에 막 팍팍 잘되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모든 변신이 꼭 그렇지는 않다.
우리도 변신하고 전환하고 변화한다.
삶 속에서!
속도가 다를 뿐.
시간이 더디 오래 걸릴 뿐.
'평범'에서 시작해
'우연히 딴 생각'을 하다가 '무심코!'
발견되는 나만의 하찮은 못!
솔로몬은 다시 시도하고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하고 또 한다.
남들 눈에는 그 변신이 비록 쓸모없고 별것 아닌 듯 여겨지지만, 그 비밀을 발견한 솔로몬은 스스로 놀라고 감탄하며, 수많은 시도와 연습 끝에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게 되자 의기양양해진다.
그리고는 위기의 사건 앞에서 모든 일이 뜻대로 자유롭게 되지만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시간을 겪는다.
너무 겁먹거나 서두르거나 경솔해서 좀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한 순간들을 되돌아보며 후회도 배우고 삶의 지혜도 깨닫는다.
#슬다
'슬다'라는 동사를 사전에서 다시 찾아 보았다.
시들어 죽어 가다, 자국이 사라지다,
형체나 현상 따위가 차차 희미해지면서 없어지다, 스러지다, 쇠사衰死하다 등등
모두 느리게 시간이 걸리는 동사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그림책 표지를 보여주며 물었다.
"그냥 못도 아니고, 녹슨 못이라니 독특하지?"
못을 매일같이 자유자재로 다루는 남편이 말했다.
"녹은 불타는 거야, 서서히!"
그리고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꾸준히 불타야 돼. 단번에 확 다 타지 말고."
#서서히 #꾸준히
그 말을 듣고 보니 녹슨 못이 다시 보였다.
우리 눈에는 그저 쓸모없는 녹슨 못으로 보일 뿐이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자신을 불태워본 적이 있는 못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1907년에 태어나 61세에 본격적으로 그림책 작가가 되어 1985년에 쓰여진 이 작품은, 그의 나이 78세에 나온 것이다. '녹슨 못이 된' 솔로몬은 작가 자신이었다.
작가님이 읽어주시는 그림책을 들으며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 더욱 소중함을 깨닫고
더는 꺼내쓰지 않게 되던 그 초능력처럼
영화 <어바웃 타임>도 떠오르고,
마침 기차에서 읽었던 김사인의 시에서
'너무 빨리 읽고 지나쳐
시를 외롭게는 말아주세요, 모쪼록'이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그림책도 인생도 너무 빨리 읽고 지나쳐
외롭게 하지 말아야겠다, 모쪼록.
이렇게 어여쁜 공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지금 이 순간을 함께 느리게 깊게 읽고 나누며
못의 시간을 떠올려 바라봐 주자,
서서히 녹슬어 지금에 이른.
어떤 의미에서 우리도 변신 중이다,
서서히 꾸준히!
남의 눈에 그다지 의미있어 보이지는 않더라도.
우리도 우리만의 못을 처음 발견하던 그 순간의 감탄력을 간직했으면 좋겠다.
서서히 꾸준히 녹슬어 가자.
오늘도 자신을 불태우고 있을 우리들.
#당나귀실베스터와요술조약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