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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Jul 14. 2024

제철 빗 집

페트리코(petrichor)

건조한 흙 위에 비가 내릴 때 발생하는 흙 내


이 흙 내, 페트리코(비냄새)라고 한다.


세상엔 셀 수도 없이 많은 향기들이 넘쳐나지만

비 냄새는 인간의 가장 밑바닥 감정을 자극하고 어릴 억들을 깨워주며

잠깐이나마 아주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냄새다.


비 냄새를 페트리코(Petrichor)라고 칭하는 말은 과학자들로부터 나왔다.

이사벨 조이 베어라는 호주 사람과 로데릭 토마스라는 영국 사람이

그 유명한 '네이처'에 논문을 내면서 알려졌다.


비가 안 올 때는 식물들이 기름을 발산하고, 이 기름이 흙 속에 흡수되어 있다가

비가 내리면서 식물 기름과 지오스민(토양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이 비가 땅에 닿을 때

같이 방출되면서 냄새가 나게 된다.


이 냄새가 흙을 막 갈았을 때나 비가 오기 전에 나는 흙냄새나 곰팡내 나는 냄새다.

구대륙 와인에서 나는 쿰쿰한 이끼냄새도 이 냄새를 부케로 부른다.





비 냄새는 시간을 돌린다.

어린 시절 여름의 젖은 도로,

양철지붕, 스레트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마당의 빨간 대야에 모아 떨어지는 빗소리,

웅덩이에서 놀고, 빗속에서 춤추고,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결코 잊히지 않는 친구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사랑했던 연인과 함께 우산을 썼던 기억까지.



빗방울의 용량은 적어도 10Mb



비가 내리면 크게 심호흡을 하고 향기를 가슴으로 들이마셔보자.
종교가 있던 없던 마음과 영혼이 깨끗하게 씻어질 거다.

페트리코는 냄새가 아니다.

기억, 느낌이고 생존 상태를 확인하는 자연의 향수다.





페트리코는 1년 중 여름이 가장 냄새 맛이 좋은 제철이다.




https://bit.ly/3IZCx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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