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썼던 글을 브런치에도 한 편씩 올려보기로 한다. 쉽지 않겠지만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고… 하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해봐야지. 이상하게도, 살다 보니 주변에서 자꾸 나에게 글을 쓰라고 한다. 정작 나는 스스로 글쓰기에 대해선 그저 어중간한 재능만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쨌거나 올려보자.
2024.04.16. 화
요즘 쉬는 시간에 종종 교실로 올라가서 아이들 잘 지내고 있나 괜히 기웃거리곤 한다. 그날도 그랬다. 그런데 그날따라 교탁 쪽이 왠지 시끄럽다. 가까이 가보니 키보드 자판 서랍이 와장창 떨어져 박살이 나 있고, 그 주변에 아이들이 와글와글 몰려있다. 선생님이다, 큰일 났다, 쌤이야, 쌤! 떠드는 아이들 사이에서 딱 두 명만이 어색한 표정을 짓고 서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얼어붙은 두 명. 민준이와 성원이. 아하, 저 녀석들이구나.
“이거 왜 이렇게 됐어?!”
황당함을 감출 수 없는 내 말에, 사고를 친 녀석들이 "그, 그게…" 하며 더듬거린다. 그때였다. 그 옆에 있던 준혁이가 끼어 들어서 제 일도 아닌데 열심히 변호를 시작한다.
“선생님, 선생님! 제가 봤는데요, 이게 원래 흔들렸잖아요. 제가 여기 이렇게 있었는데요, 성원이가 민준이를 밀어서 쟤가 진짜 엉덩이로 이렇게 톡 하고 이걸 건드렸는데, 진짜요 이렇게 톡, 그랬는데 그냥 갑자기 이게 이렇게-”
가볍게 톡, 하고 움직이는 엉덩이의 모양과 자판 서랍이 와르르 무너지는 걸 묘사하는 손동작이 아주 생생하다.
“진짜 톡, 톡, 이었거든요- 톡-”
말을 시작한 아이는 민준이가 세게 부딪히지 않았음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두 명의 변호를 하는 모습이 아주 열성적이다. 이 상황에 화를 내야 할 것 같은데 계속 엉덩이를 씰룩이며 재연을 하는 준혁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와 버린다. (톡- 톡- 이라니까요.) 준혁이는 화를 내야 할 상황에 웃음이 나게 만들어 버리는 재주가 있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도 왁자지껄 웃어 버린다.
선생님이 웃으니 긴장이 풀어진 민준이와 성원이도 변명을 시작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게요, 어떻게 된 거냐면요…”
“됐고, 일단 너희 둘, 쌤 따라와.”
준혁이의 엉덩이가 멈췄다. 여기서 계속 얘기했다가는 저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 휘말릴 것 같다. 교실을 나가는 민준이와 성원이 뒤로 준혁이가 손을 흔든다. 속으로 한숨과 함께 웃음을 삼키며 교실을 나갔다. 이 꾸러기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이어서 더 쓸 수는 있으나, 글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학교 일들을 기록하다보니, 점점 인터넷상에서 나와 아이들 사이의 일을 너무 자세히 그리는 것에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실수나 잘못을 지도한 일일 때 더욱 그렇다. 오래전이라 언제인지도 모를 일이라면 좀 더 괜찮게 느껴지는데, 올해, 그것도 바로 얼마 전에 있던 일을 (특히 학생을 지도한 일일 때) 나의 관점에서 너무 자세히 그려서 인터넷에 공유하는 것은, 아직까진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이 내 글에 등장할 때는, 어떤 일화라도 늘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