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시험 감독을 하다 보면 긴장되는 순간이 종종 찾아 온다. 종 치기 1~2분 전에 '아'하는 탄성과 함께 손을 드는 아이를 발견하는 건 예사로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종 치기 5분 전, 본인의 OMR 카드와 시험지를 한참 이리저리 비교해 보던 학생 한 명이 손을 들었다. 혹시 몰라 새로운 OMR 카드 한 장을 들고 가까이 다가갔다.
"선생님."
그 학생은 시험지 첫 장에 '몇 문항 x 몇 점'이 적힌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조용히 말했다.
"여기 이거 합치면 24문항인데, 왜 19문제밖에 없어요?"
"응?"
순간 등 뒤에 쭈뼛 소름이 돋았다. 특히 올해 업무가 고사계인지라 혹시 내가 문항 번호를 잘못 세었나,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 생각들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마음이 급했다. 학생의 시험지를 앞뒤로 한 면씩 살피며 빠르게 넘겼다. 진짜 다섯 문제가 없다면 이건 고사계 괴담에 나올만한 이야기였다. 시험 시간에 학생이 손을 들고 말하는 거야... '선생님...? 문제가, 문제가 모자라요...'
1번, 2번, ... 18번, 19번... 서답형... 그런데, 아, 마지막으로 시험지를 뒤집으니 20번부터 24번 선택형 문항이 적힌 면이 나왔다. 나와 학생의 눈이 마주쳤다. 손 댄 흔적 없이 깨끗한 시험지를 보자마자 학생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렇게 시험 종료 약 4분을 남기고 급하게 문제를 풀기 시작하는 학생을 두고 다시 교탁으로 돌아갔다.
불행인 건지 다행인 건지... 내일 아침 아이들에게 말해줄 주의 사항이 하나 더 생겼구나... 시험지는 앞뒤로 잘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