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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생 정원이의 청소

by 나비

지각을 하면 그날은 남아서 청소를 하는 것. 우리 반의 규칙 중 하나다. 목요일은 원래 반 청소를 하지 않는 날이라, 지각을 한 정원이만 혼자 남게 되었다.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지각을 한 정원이. 15살의 정원이는 솔직하고, 가끔은 엉뚱하며, 한편으론 기대 이상으로 열정적인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스승의 날에 내게 편지를 툭 내밀면서 "담임 선생님이라 그냥 써야 하는 건 줄 알고 썼어요."따위의 '감동 파괴 멘트'를 날리는, 그래서 "정원아, 이럴 땐 그런 얘긴 굳이 안 해도 돼. 그냥 선생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하면서 드리는 거라고." 하며 '사회생활 멘트'를 가르쳐야 하는 녀석이지만, 막상 편지를 읽어보면 정성이 가득 담겨 있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수업 시간엔 종종 나의 질문에 나서서 대답해주며 수업 진행을 돕는데, 나중에 슬쩍 고맙다고 말하면 쑥스러운 듯 별 반응이 없다. 뭘 해오라고 하면 꼭 잊어버리기 일쑤지만, 복도에서 마주치면 꾸벅꾸벅 인사도 잘하고 늦게라도 결국 해오는, 그런 녀석인 것이다.


종례가 끝나니 약 3시 57분. 그날따라 방과 후에 교무실로 불러 지도할, 다시 말하자면 혼낼 아이들이 있어서 정원이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4시 5분에 올게. 그때까지 청소하고 있어!"


나는 대답하는 정원이를 뒤로하고 바쁘게 교무실로 향했다. 잘못된 언행을 봐도 못 본 척하고 그냥 계속 덮어두면 사실 참 편할 텐데. 그렇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된 동료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한참 그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니, 아차, 4시 10분이다. 정원이에게 약속했던 시간이 지났다. 기다리고 있을 정원이를 위해 교실로 달려갔다. 정전기 청소포가 끼워진 밀대로 교실 바닥을 열심히 밀고 있는 정원이가 보인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선생님은 왜 안 오시냐며 속으로 꿍얼대고 있진 않았을까? 내심 미안한 마음으로 말했다.


"정원아! 기다렸지? 청소는 다 했니? 가자!"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들렸다.


"아아, 거의 다 끝났는데!"


집에 가자는 말에 밀대를 던지고 좋아할 줄 알았건만, 진심 어린 탄식을 하더니 밀대질을 멈추긴커녕 속도를 더욱 높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15분까지만 더 할게요. 반이 진짜 너무 더러워요."


"푸하하하하하"


웃음이 터졌다. 정원이가 혼자서 이곳저곳에 열심히 모아둔 먼지와 쓰레기들이 보였다. 정원이는 앞문에 서 있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정말 반이 더러워서 못 살겠다는 듯, 진지한 얼굴로 박박 바닥을 밀며 청소에만 더욱 열중하고 있다. 그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나는 정원이의 진가를 알고 있지."


"네?"


"나는 네 진가를 안다고."


정원이는 대답 대신 작게 웃었다. 알아듣고 웃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15분까지만 하고, 알아서 문단속 잘하고 가라. 너무 오래 하면 안 된다."


"네, 저도 오래 할 생각은 없어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아요."



나는 정원이에게 뒤를 맡기고 다시 교무실로 향했다. 멋진 녀석. 정원이의 진가를 나만 알면 안 되는데. 정원이 같은 아이가 학교에서 행복하게 생활하고, 사회에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내 머릿속의 정원이는 여전히 "반이 왜 이렇게 더러워!" 하며 밀대로 바닥을 힘주어 밀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다시 웃음이 났다.


복잡했던 머리가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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