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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예지 Mar 15. 2024

운동을 잘하면 좋을까, 공부를 잘하면 좋을까


호제가 내게 물었다.


“엄마는

내가 운동을 잘했으면 좋겠어?

내가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어?“


나는 답했다.


“나는 운동이 공부고, 공부가 운동이라고 생각해.


호제가 말하는 공부는 지필공부잖아.


(연필을 쥔 손모양으로 종이에 글을 적는 흉내를 내며 말했다.)


운동을 잘하려면 나의 부족한 점이나 상대의 부족한 점을 알고,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지필공부가 필요해. 생각을 하는 과정도 꼭 필요하고.


지필공부도 마찬가지야. 내가 잘하고 못하는 것을 파악하는 생각, 어려운 문제를 푸는 생각도 해야 하고. 이 과정을 잘하려면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이 필요한 거고.


운동이건 지필공부건 생각하고 개선해 나가는 방식은 같잖아.“






내가 얘기하는 동안 뒷베란다 중문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펜싱 동작을 연습했다.


내 말이 끝나자 호제는 다시 물었다.


“아니, 엄마! 한 가지를 딱 고르라고.

내가 운동을 잘했으면 좋겠어?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어?”


호제가 원하는 답을 알고 있었다. 답은 운동. 아직 공부 정체성은 형성되지 않았고, 운동 자신감은 높아진 상황이니 ‘운동‘을 원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운동을 좋아한다.


하지만 난 또다시 학부모 모드가 켜졌다. 아주 조심스레 입을 뗐다. 입시와 지필고사, 시험성적 따위에 대범한 엄마가, 쿨한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 나는… 나는…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어. 공부를 잘하면 운동도 더 잘하게 될테니까.“


호제가 원하는 답을 짐작하고 있기에 공부를 잘하면 운동도 더 잘하게 될 거라고 덧붙였지만, 호제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힝- 나는 운동을 잘했으면 좋겠는데!”


부랴부랴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좋지! 뭐든 잘하면 좋지! 그것보다 공부건 운동이건 무엇이든 잘하려고 노력하는 게 더 좋지. 그 과정은 남으니까.“






운동이냐, 공부냐.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 둘은 이어져 있고, 둘은 살아가는데 필수다.


우리가 주로 말하는 ’공부‘는 입시공부, 지필공부를 주로 말한다. 매우 협소한 의미로 공부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공부능력치는 시험 성적으로 평가받고 있고. 그러다 보니 성적이 곧잘 나오지 않으면, 공부는 내 길이 아닌가 보다라며 배움을 일찍이 포기한다.


나는 내가, 호제가,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광의로 생각하기를 바란다. 넓은 뜻에서 공부를 탐구하고 행해보고, 다시 다듬고 행한다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공부는 모든 영역에서 필요하다. 생존을 위해서도, 명랑함을 위해서도, 고통을 견뎌내기 위해서도, 나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서도, 함께 살아나가기 위해서도.


그래서 요즘 나는 더더욱 운동이건 그 어떤 예체능이건, 사업이건, 사람이건 공부하는 자세로 무언가를 해본다면, 그 어떤 분야를 만나더라도 밀도 높은 경험치를 쌓고, 궁극적으로는 자유롭고 명랑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결국 광의의 공부는 사람에게 생기를 줄 것이다.




-

호제야, 공부하는 자세로 펜싱하는 너의 모습이 매우 기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 본인이 했던 동작을 복기하며 잘한 것은 스스로 칭찬도 하고. 상대한테 왜 졌는지 재잘재잘 얘기도 하고. 그래도 진 얘기는, 개선이 필요한 자세를 얘기하는 건 불편해할 때가 더 많긴 해.


잘하는 것만 보는 것보다는 부족한 점도 보고 연습해 보자. 용기 내서, 혹은 용기 따위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계속 시도해 보는 거야. 잘하고, 부족한 것 모두 해봐야 내게 편한 기술을 찾기 쉬울 거거든.


이런 과정이 몸과 머리에 남아 살아가면서 그 무엇을 하건 적용되길 바라는 마음이야.


가깝게는 지금 호제가 학교에서 주로 배우는 국어, 영어, 수학 배움에 적용되길 바라. 결국 국영수 얘기로 끝맺는 나는 K 학부모구나.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는,

공부하는 자세를 펜싱하며 꾸준히 연습해 보자는 거야.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언젠가 커서 힘들 때면,

이 모습을 기억하며 또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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