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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초롱 Feb 05. 2023

봄을 노래하는 노랑턱멧새

2023.02.02


입춘 이틀 전, 봄을 노래하는 노랑턱멧새를 만났다. 태화산 기슭의 작은 골짜기에서 붉은오목눈이 무리와 함께 마른 덤불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노랑턱멧새는 박새와 참새, 오목눈이와 쑥새 무리와 함께 몰려다니며 겨울을 난다. 그러다 봄기운을 느끼면 여러 산새들 가운데 가장 먼저 목청을 풀기 시작한다.


숲 속의 뛰어난 명금류인 노랑턱멧새는 좋은 짝을 만나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발전시킨다. 한 곡의 테마송을 음절을 늘리거나 없애고 바꿔 부르는 식으로 다양하게 변주하기에 수컷 개체들 간의 노래는 겹치는 곡 하나 없이 제각각이다. 번식기에만 부르는 특별한 테마송은 한 개체가 1~6곡씩 갖고 있으며 경쟁자에게 불러줄 노래 또한 따로 만들어둔다. 청중이 없을 때 부르는 연습용 노래까지 포함해서 한 개체가 대략 30곡 정도의 노래를 보유하게 된다.


새는 자신을 뽐내기 위해 노래만 잘 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각적 과시 행동을 곁들인다. 평소에는 그늘져 눈에 덜 띄던 턱 아래 노란 빛깔은 노래할 때 부리를 들고 목을 부풀리는 행동으로 인해 밝게 두드러지며 빛난다. 수컷 개체의 이 화려한 색은 짝을 구할 때도 유용하지만 자신의 영역 관리와 방어에도 탁월하게 작용한다. 반면 노랑빛이 없는 노랑턱멧새 암컷은 나무와 흙, 덤불과 유사한 수수한 갈색의 몸빛으로 주변 풍경에 스며들어 둥지 관리를 안전하게 책임진다.


노랑턱멧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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