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인문학
요즘 tag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를 만큼 #는 유명해졌다. 해시태그(hashtag)라는 녀석인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악보에서 쓰였던 이름인 "샵"이라고도 불렸고, ARS 안내받을 때는 "우물정"이라고도 불린다 (알아들으면 됐지 뭐!). 사실 미묘한 차이지만 해시태그와 샵 우물 정 모두 형태의 차이는 어마어마어마어마어마하게 크다. 해시태크는 세로선 기울어져 있으며, 샤프(샵)는 가로선이 수평이 아니며, 우물정은 왼쪽 수직선만 흘려져 있다. 아무튼 전화용 숫자패드에 붙어 있는 녀석은 해시태그가 맞다.
해시태그(#)의 해시(hash)는 감자로 만든 요리 이름에 쓰이는데 잘게 부수어 나누어 버린다는 뜻으로 "해시 브라운(hash라고도 쓰고 hashed라고도 쓰는 것 같다.)"이라는 요리가 대표적이다. 감자를 잘게 부수어(혹은 채를 썰기도 해서) 뭉쳐 굽거나 튀긴 요리인데 한동안 M버거 체인의 세트 메뉴에 포함되어 있어서 광고에 종종 이름이 불리긴 했었다.
이런 것들을 통칭 태그(tag)라고 한다. 단어나 문자 앞에 붙여서 구분하여 표시하고, 나중에 확인해 보고 찾기 쉽게 하려고 할 때 표시해 두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학교와 같이 비슷한 형태의 물건(가방이나 교복 같은)이 함께 모여 있는 경우 자신의 물건을 쉽게 찾으려고 열쇠고리나 참(Charm)을 다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일종의 태그이며 이런 행위가 태깅(tagging)이다.
이 태그를 쉽게 이해하고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의류 매장인데, 옷의 소매나 단추 혹은 레이블 등에 플라스틱 침으로 달려 있는 가격표가 바로 그것이다. 주로 안쪽에 잘 보이지 않는 곳이 붙이는 레이블(많이들 라벨이라고 하는)은 그 옷의 변하지 않는 섬유의 조성과 생산된 곳 혹은 제작한 회사들이 적혀 있고, 잘 보이도록 밖으로 늘여 놓은 태그는 주로 그것을 판매하는 곳에서 붙이는대 가격 등을 주로 붙여서 사용한다. 판매하는 곳이 변하면 태그는 떼어 버리고 다른 태그를 붙일 수 있는 것이다.
태그는 그런 것이다.
본질에는 변화를 주지 않고 구분하고 표시하는 편리함을 취하고 잘 보이기 위한 것.
태그는 과거부터 꽤 오랫동안 쓰여왔는데 당시의 운송수단인 마차나 배로 오가야 했던 상인들이 상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짐을 실어서 이송하려면 분실이나 손상의 위험을 피하려고 쌓아 놓은 물건을 무언가로 덮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무엇이 실렸는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이름 없는 상단이라면 큰 도성 하나 지날 때마다 무엇이 들었나 물어볼 테고 그럴 때마다 확인을 해야 하는데, 태그처럼 하나씩 써 놓으면 얼마나 간단했겠나.
요즘에야 바코드 인쇄된 스티커 붙여 놓으면 될 일이지만, 과거엔 나무로 된 표찰과 같은 형태를 달아 두었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부터 상거래는 이루어졌던 것이니, 당연하게도 종이보다는 나무로 된 태깅이 더 먼저 쓰였으며 종이가 발명되었음에도 근대의 운송수단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전까지 나무로 된 태깅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지금처럼 스티커가 있으면 좋았겠지만 과거엔 종이에 글로 써서 붙이려면 하나하나 풀과 같은 것으로 칠하여 붙여야 했고, 오랜 기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나 배를 타고 바다라도 건너게 된다면 비나 물에 젖어 알아 볼 수 없게 되어 종이는 사용되지 않았다. 게다가 한번 쓴 글씨를 칼과 같은 것으로 긁어서 지워버린 후 다시 사용할 수도 있었으니 최소 두세 번 정도는 다시 사용할 수 있어 종이로 바꿀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