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출근하자마자 공사 감독을 나간다. 오늘 공정은 갈라진 틈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보수하거나 이런 물이 흐르다가 생기는 백태를 제거하는 것이다. 콘크리트와 철이 맞닿는 그라인딩 소리와 비산하는 먼지를 얼굴로 맞다보니 어느새 세시다. 시간이 참 빠르다. 이상하게 일이 익숙해질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
현장 자재를 정리하고 작업자와 인사를 한 후 사무실로 복귀하니 세시 반이다. 이제 퇴근할 때까지 눈치보면서 월급 루팡을 하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만 일은 끝이 없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일은 더 많아진다. 직장생활 미스테리 중 하나다.
모니터 앞에서 용접 공정 추가로 인한 안전서류를 작성하다보니 눈이 뻑뻑하다. 이런 느낌이 드는 걸 보면 퇴근시간이 다됐나보다. 회사 짬이 쌓이다보니 퇴근 시간을 시계를 보고 아는 게 아니라 생체 시계를 통해 안다. 다음 동료에게 지금까지 한 일과와 해야할 일을 인수인계하고 퇴근한다.
퇴근했건만 다시 고민 시작이다. 인간의 고민은 끝이 없다. 마음 속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차오른다. "오늘 꼭 헬스장을 가야할까?" 꼭이란 말이 붙은 걸 보니 가기 싫은가보다.
어젯밤 적게 잤다면 잠이 중요하다는 핑계삼아 곧장 집으로 갔을 것이다. 근데 아홉시간이나 넘게 잔 터라 변명 할 여지가 없다. 결국 헬스장으로 간다.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는데 벌써 지친다. "잘못된 선택이었나"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왔으니 폼롤러와 몸을 이용해 스트레칭을 하고 본 운동에 들어간다. 오늘은 상체운동을 하는 날이다.
기구를 이용해 당기고 있는데 하기 싫은 마음이 더더욱 커진다. 마치 한 번 당길 때 마다 하기 싫은 마음이 두 배씩 증폭되는 빠칭코를 당기는 기분이다. 오늘 집에 갈 걸 그랬다 후회하는 찰나에 어제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 내용이 문득 떠오른다.
<더 시스템>이라는 책이었는데 작가가 스콧 애덤스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인 <딜버트>의 만화가라고 했다. 내가 모르는 만화 책이 세상에 가장 유명하다고 하니 "이거 서양 중심적 사고 방식아니냐! 원피스가 더 유명하지!"라고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지만 넘어가자. 본질이 중요하다.
책 내용을 보면 운동을 할 때 너무 고통스럽고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단다. 그 이유는 이렇게 의지력을 발휘해서 하다보면 꾸준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지력도 소모품이다. 어느 책에서 본 실험 내용 중 피곤할 때는 참을성과 같은 인내력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포도당을 섭취해주면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이건 당을 올릴 수도 있으니 개인 상황 껏 신중하게 선택해야할 것 같다.
이런 실험을 차치하고서라도 개인적인로도 공부든 운동이든 오늘 하루 불태우고 일주일은 쉰 경험이 많았다.그래서 운동을 하다가 힘들면 굳이 더하지 않았다. 예전이었으면 억지로 라도 숫자를 채우려고 했을 것이다.이렇게 설렁설렁하니 끝까지 해냈다. 더 중요한 점은 다음 날도 부담없이 운동갈 수 있었다. 작가는 이런 마인드를 시스템적 사고 방식이라고 말한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목적성 사고방식 같은 경우에는 내가 운동을 목표치까지 만큼 하지 못했으니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적 사고 방식에서는 목표가 중요하지 않다. 매일 헬스장을 갈 수 있게 환경을 설정하는 게 더욱더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장기적으로는 하기 전보다 근육이 성장해있다. 이렇게 시스템적으로 장기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시스템적 사고 방식이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같다.
사람마다 맞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내게는 이런 시스템적 사고방식이 좀 더 내게 맞는 방식인듯 하다. 목표를 엄격하게 세웠다가 실패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실패를 누적해서 경험하게 되면 내 경우 무기력해져서 새로운 뭔가를 하지 않게 됐다. 김영하 작가님도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본인의 역량을 100%쓰지 말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말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 목표를 세우지 말고 시스템을 만들자. 우리가 이루고 싶어하는 것들은 대부분 꾸준함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하기 위해선 의지력보다는 그것을 꾸준히 하게끔 만들어주는 환경설정이 좀 더 필요하다. 그러니 하다가 힘들 땐 옛날 개그콘서트에서 장동민이 유행어처럼 "그까이꺼 대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