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를 바라보는 모든 할머니의 마음은 같지 않을까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나를 향해 90세의 할머니가 구부정한 자세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는 조용히 내 옆에 앉아 빤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1년에 설날과 추석, 딱 2번 만나는 손녀가 곧 떠나야 한다는 것이 몹시나 아쉬웠는지 눈에 담고 또 담았다. 나는 차마 고개를 돌려 할머니와 눈을 맞출 수 없었다. 내가 할머니를 바라보면 할머니는 분명 다른 곳을 보는 척 시선을 돌리고 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내 얼굴을 보는 걸 멈출 거다.
할머니는 늘 그랬다. 내가 예닐곱살 꼬마였을 때도, 막 초등학교를 졸업해 중학생이 되었을 때도, 다 자라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그리고 지금 그런 손녀가 30대 후반이 되었을 때도 내 시선을 피해 몰래 나를 물끄러미 훔쳐본다. 아무리 봐도 아쉬운지 또 보고 또 본다.
어쩌다 한번 할머니께 전화를 걸면 할머니는 간단하게 안부를 물어보고는 손녀가 부담스러울까 봐 보고 싶다는 말도 속 시원하게 하지 못한 채 울먹이며 전화를 끊고 침대에 누워 눈물을 훔친다. 수화기 너머로 감정을 꾹꾹 억누른 채 ‘잘 지내라’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마음이 무거울 수가 없다.
버스 시간이 되어 온 가족이 짐을 챙겨 대문으로 걸어갔다. 할머니는 황급히 마스크를 쓰고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따라 나온다. 4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가야 하는 손녀가 힘들까 봐 안타까워하시면서도 헤어진다는 아쉬움에 울음을 꾹 참으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또 보자. 잘 가.’라며 손을 힘겹게 흔든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