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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E Mar 30. 2024

2년 전 이맘때, 이직하면서 쓴 일기를 읽었다.

2022년 3월 18일의 기록

꽉 채운 2년. 길고 짧음을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깊었다"고는 말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까. 회사의 스테이지가 변화하는 것을 느꼈고, 채용 관점에서 조직 진화(또는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배웠고, 아쉬웠고, 깨달았고, 어려웠던 시간. 입사 2년을 돌아보다가 우연히 2년 전 일기를 발견했다.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하고 한 달이 지난 시점의 일기였다.



빠른 속도, 반짝이는 불빛. 이를 통해 느껴보는 정신없음과 혼돈, 들뜬 상태.


놀라울 정도로 일하는 방식, 일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시간 내에 일을 끝내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회사에게 무언가를 기대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았던 나는,
계약된 급여와 약속된 노동을 상호 간에 제공하는 것으로 상호 간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해 왔던 나는,
한 달째 누군가 시키지도 않은 야근을 자처하는 내가 너무나 낯설다.

하루를 넘겨 퇴근하는 택시 안에서 일 생각으로 멈추지 않는 뇌를 보며,
이러다가 미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안 듣던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매일 밤 곧바로 잠드는 것에 실패하는 나를 보면서 약간의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변하게 하였을까?



저 두 문단을 보며 순식간에 나는 2년 전 그날로 되돌아갔다. 강남 공유오피스를 사용하던 시절, 매일 밤 24km를 20분에 주파하는 야근택시를 타며 음악을 들었다. 나는 원래 그렇게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하던 뇌를 잠자기 위한 뇌로 바꾸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이완 방법을 고안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음악이었다. 친구는 도대체 무엇에 씌어서 이렇게까지 일하냐는 이야기를 꽤 자주 했었고, 그럴 때마다 일이 이 회사를 성공시키는 것이 내겐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 답했던 기억이 난다.


입사 한 달도 안된 시점, 삼일절 휴일이었다. 점심을 먹고 집 앞 스타벅스로 가서 아메리카노 톨사이즈 한 잔을 주문하고 업무 정리하던 시간. 휴일에 일하는 게 행복하던 시절.



면접 때가 기억난다.
면접 전날, 당일, 그다음 날까지 이상하게 이 회사 면접이 있는 즈음에는 밤에 잠이 안 왔다. 특히 면접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날은, 가슴이 계속 뛰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제품에 대한 믿음, 성장에 대한 열망, 성공에 대한 확신.

세 번의 면접을 지나면서 나는 이 회사가 내 인생에 아주 큰 전환점이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가장 큰 변화는 환경의 변화에서 시작되니까.
기존의 환경에서 나를 아무리 바꿔보려 해도 한계가 분명히 있으니까.
변화를 꿈꾼다면, 이 정도로 완전히 다른 환경에 나를 내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은 약간의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가져왔다.


입사 온보딩 제품 체험미션을 어떻게 개편해야할지, 유지하는 것이 좋을지 없애는 것이 좋을지 등 고민하면서 혼자 끄적거렸던 판서.


사실 당시 이직을 할 때, 나는 이직의사가 강한 상태는 아니었다. 이전 직장에서 나름대로 인정받으며, 적당히 삶을 누리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갈증이 하나 있었는데, 나조차도 뚜렷하게 정의 내리지 못할 성장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것을 정의 내리지 못한 채 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제대로 작성해 둔 적 없는 나의 프로필 속에서 무언가 힌트를 얻었던 (이제는 동료가 된) 누군가의 연락으로, 난생처음 이직을 위한 이력서를 작성했다. 지원부터 최종 합류 결정까지 빠른 속도로 결정되어, 운명인가 싶을 정도로 물 흐르듯이 프로세스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첫 출근 1주일 전까지 "내가 이렇게 다른 환경,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잘할 수 있을까? 이게 잘한 선택일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마치 어쩌다 보니 준결승까지 진출한 태권도 선수가 결승전을 앞두고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 이와 같을까. 어쨌거나, 설렘과 불안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2022년 2월 7일에 새로운 시작을 했었다.



성장과 성취를 위해 이직했다. 그렇기에 내가 조금 달라질 거라는 기대도 했었다. 하지만 이건, 마치 작게 빚어둔 토기가 산산조각 나 깨어지고, 그 조각을 이어 붙여 새로운 그릇을 만드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매일 놀라는 중이다.



아, 물론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은 많이 변화했고 나는 지금 저때와 같이 일하고 있진 않다.

나라는 개인이, 이 회사에서 지속가능하게 일하는 방법,

내가 보내는 시간을 가장 의미 있게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가운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년 전 나에게 여전히 감사하는 마음이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 도처에 깔려있지만,

컴포트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도전을 했던 나에게 너무나 고맙다.

이 시간 내내 나를 자라게 해 준 소중한 내 경험들을 잘 기록하고 싶다.


처음의 설렘을 다시 느끼며 2년을 돌아보던 지금의 기분을 다시 느껴보면 좋을 것 같아 

1년 뒤 캘린더에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의 링크를 넣어두었다.

내년 이맘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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