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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Feb 14. 2024

2. 여행을 떠나기 전에만 느낄 수 있는 것

 

결제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팝업창이 뜨자마자 마음이 흥분되기 시작했다.


며칠 고민만 하던 결제를 끝내자 숙제를 마친 것처럼 개운했다.


떠나기를 이틀 앞두고 비행기표를 끊어서인지 왠지 스릴감이 느껴졌다.








공항으로 가기 전날, 퇴근 후 집에 도착해서 미루고 미루던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정리했다.


가스레인지 주변도 광이 반짝반짝 나게 닦았다.


모든 것이 의미 없고 나 자신이 무력하게만 느껴졌는데 떠난다고 생각하니 없던 힘이 마구 솟구쳤다.


베란다에 쌓여있던 빨래를 돌리고 돌돌이로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도 말끔히 청소했다. 쓱싹쓱싹 밀대로 힘 있게 바닥을 밀어대자 내 마음도 덩달아 개운해졌다.


언젠부터인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깨끗하고 단정된 모습의 집에 도착하면 기분이 참 좋았었다.  이번에도 그런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보통 이 시간이면 무력하게 유튜브채널을 여기저기 탐색하고 있을 텐데 밤늦게까지 청소를 하는 나 자신을 보며 내 체력이 언제 이렇게 좋았지 싶었다.







새벽 5시 15분에 출발하는 인천공항행 버스를 타려면 늦어도 새벽 3시 반에는 일어나야 했다. 청소를 다 끝내고 12시쯤 침대에 누웠는데 도저히 잠이 안 왔다. 아니 커피도 안 마시는데 어떻게 잠이 안 올 수 있지?


마인드의 힘은 이토록 위대한 것인가!


얼마 전 읽은 유튜버 하와이대저택의 더마인드,라는 책이 떠올랐다. 책 내용을 몸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떠난다고 생각하니 설레서 잠이 안 오는 게 분명했다.


눈을 떴다 감았다, 잠에 들다 깨다가를 반복하다 결국 예상 기상시간보다 30분 더 일찍 일어났다.






누가 나보고 새벽 3시에 일하라고 하면 절대 못 일어났을 텐데. 두 눈과 정신이 너무 말똥말똥했다.



깜깜한 새벽, 가볍게 책가방만 메고 현관문을 열었다.


밤공기가 매섭게 두 볼을 감쌌다.


찬공기를 뚫고 씩씩하게 집을 나서는 내 모습이 오랜만에 마음에 들었다.





https://brunch.co.kr/@marimari/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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