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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북 May 11. 2024

그래도 아직은 봄입니다.

완연한 봄을 느껴봅니다.

아침부터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근 주에 하루 정도는 엄마와 함께 공원에 꼭 다녀오는 게 작은 루틴이 되었다. 작은 카메라는 항상 목에 걸고 가지만 오늘도 사진을 찍는 일은 뒤로 하고 나는 주로 앉아있는 걸 택했다. 그늘진 벤치에 앉아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내 기분을 맡겼다. 멀리서부터 날아와 스치는 꽃 향기도, 문득 올려다본 푸른 하늘도 그저 좋았다. 자연 속에서는 이제까지의 힘듦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피어난 작약 사진을 열심히 찍는 엄마를 뒤로하고 공원 이곳저곳을 구경 다니다가 꽃향기의 원인을 찾았다. 아까시꽃과 찔레꽃이었다. 특히 찔레꽃은 이제 막 피어난 꽃송이들로 가득했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윙윙대며 크게 들렸다. 멀리서는 보이지 않던 수많은 벌들이 작은 찔레꽃들 사이를 정신없이 비행하는 중이었다. 내 근처에서 꽃가루가 몸에 잔뜩 묻은 채 열심히 작업 중인 호박벌을 발견하고 사진으로 남겼다. 카메라 속에서도 씰룩이는 것 같은 호박벌의 엉덩이가 귀여워 미소 지었다.


공원 근처 카페를 향해 걷는 길, 시원하게 부는 바람과는 달리 햇볕은 꽤 따가웠다. 나풀나풀한 모자를 꾹 눌러쓰고 좁은 시야로 걸으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보았다. 앞서가던 어떤 일행은 카페 이름을 엉뚱하게 말해준 친구 때문에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었고, 소풍을 나온 학생들은 3인 자전거를 4명이 함께 들어가 90년대 유행가를 열심히 부르며 페달을 밟았다. 모두의 웃음에 봄의 기운이 닿았다. 분명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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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속해서 컨디션이 안 좋았다. 무기력으로 움직이기 힘들었고 심지어 운동을 억지로 나가서도 멍하니 졸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나를 위로하며 춘곤증일 거라 했다. 봄 때문일 거라고. 그러니 다시 곧 괜찮아질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내가 나가서 바라본 봄은 무기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말로 활기가 넘치고 따스했다. 내려오는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나를 쓰다듬고, 바깥에 나와있는 많은 사람들은 웃고 운동하고 오두막에서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생동감이 넘치는 광경이 보기 좋았다. 그렇게 나는 오늘 봄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위로받고 치유받는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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