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자의식 과잉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못났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도 똑같이 자의식 과잉이 있을 수 있다.
자기가 너무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지만, 자기가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내 안에 타인이 자리잡을 공간이 없다. 이유는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2.
자의식 과잉은 '난 잘났어' 가 아니다. 자의식 과잉은 '넌 날 봐야해' 다.
3.
'날 봐줘' 보다는 '넌 날봐야해'.
'날 봐줘'는 간곡한 요청이고 이런 요청은 외면하기 힘들다. 반면, '넌 날 봐야해'는 피하고 싶다.
자의식이 과잉한 사람은 어떤 대화를 해도 다 결국에는 '나는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이다'로 깔대기처럼 귀결된다. 그게 '난 이렇게 잘났다'는 내용이던, '난 이런 슬픔에 빠져있다'는 것이던, 다 상대방의 주의집중을 나에게로 갖고 오는 형태로 끝난다. 서로 대화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걸어들어갔지만 결국 상대방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고 나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요청보다는 강제다. 그래서 '넌 날 봐야해'다.
물론, 상대방의 힘든 얘기를 듣거나 잘난 얘기를 들어주는 것은 좋다. 상대방과 친해질 때 서로 거치게 되는 자연스러운 단계다. 헌데, 자의식이 과잉된 사람은 10번을 대화하면 10번 모두 항상 자기에 대한 이야기로만 간다. 이런 대화는 서로 긴밀해지기 보다는 한 사람이 지쳐버리는 형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