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욕털게 Apr 18. 2021

자의식 과잉

1.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자의식 과잉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못났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도 똑같이 자의식 과잉이 있을 수 있다.


자기가 너무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지만, 자기가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내 안에 타인이 자리잡을 공간이 없다. 이유는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2.

자의식 과잉은 '난 잘났어' 가 아니다. 자의식 과잉은 '넌 날 봐야해' 다.


3.

'날 봐줘' 보다는 '넌 날봐야해'.

'날 봐줘'는 간곡한 요청이고 이런 요청은 외면하기 힘들다. 반면, '넌 날 봐야해'는 피하고 싶다.


자의식이 과잉한 사람은 어떤 대화를 해도 다 결국에는 '나는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이다'로 깔대기처럼 귀결된다. 그게 '난 이렇게 잘났다'는 내용이던, '난 이런 슬픔에 빠져있다'는 것이던, 다 상대방의 주의집중을 나에게로 갖고 오는 형태로 끝난다. 서로 대화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걸어들어갔지만 결국 상대방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고 나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요청보다는 강제다. 그래서 '넌 날 봐야해'다.


물론, 상대방의 힘든 얘기를 듣거나 잘난 얘기를 들어주는 것은 좋다. 상대방과 친해질 때 서로 거치게 되는 자연스러운 단계다. 헌데, 자의식이 과잉된 사람은 10번을 대화하면 10번 모두 항상 자기에 대한 이야기로만 간다. 이런 대화는 서로 긴밀해지기 보다는 한 사람이 지쳐버리는 형태가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