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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털게 Mar 01. 2024

결심없는 삶

1. 

슬럼프를 결심으로 탈출할 수 없다. 뭘 해도 안되는 상황에서의 결심은 이런 것과 같다:

엄마가 있는데, 애가 공부를 안한다. 혹시 고민이 있는지, 고립되어 있는지, 다른걸 하고싶은 건 아닌지 전혀 살피지 않은채, 속터진다는 말투로 이렇게 말한다. “야 공부좀 해라 공부좀”. 

 

이걸 스스로한테 하는게 결심이다. ‘압박하면 결국 하겠지’하고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것. 이렇게 하면 괴롭기만 하고 슬럼프에서 나오기는 힘들다. 

 

2. 

오히려 슬럼프는 포기로 탈출할 수 있다(?). 이런거다: 

엄마가 스스로 마음을 확 고쳐먹고, “야 괜찮어! 공부 못해도 잘사는 사람 많어!” 라고 진심으로 말하는 것. 이렇게 되면 아이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오히려 정신을 차리게 된다.

 

이걸 스스로한테 하는게 포기다. 자꾸 안될 땐, 아예 탁 놓아버리면 스스로 목조르던 꿈속에서 깨어날 수 있다.

 

3.

뭔가를 해야만 하면, 왜 해야 했었는지는 잊혀지게 되고,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뭔가를 안해도 되면, 왜 하려고 했었는지 생각하게 되고, 가야할 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번엔 진짜 살빼야 돼”

“이번엔 진짜 합격해야 돼”

“이번엔 진짜 OOO해야 돼”

 

스스로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폭력적으로 밀어붙여보겠다는 것이 결심이다.

그 상황에서, 목을 조르기 보다 살려보겠다는 것이 포기다.

 

4. 

밀어붙이는 태도의 끝까지 가면, 삶의 소소한 즐거움도 의미가 없고, 주변 사람도 의미가 없고, 내 삶의 작은 리츄얼도 의미가 없어진다. 즉, 자기 삶의 의미가 없어진다. 머리가 바닥에 가 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 거꾸로 된다.

 

내 삶을 바칠 정도로 숭고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 그냥 소시민적인 목표다. 뭘 그렇게까지 삶을 버리나? 그럴 필요 없다.

 

삶의 소소한 즐거움들을 당당히 즐기고, ‘꼭 저걸 해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5. 

그래도 가야겠다면, 결심을 하기 보다는, 남들이 비웃을만한 아주 작은 - 하지만 나한테 도움이 되는 - 습관을 매일매일 반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8시에 일어나는 것이건, 자기 전에 일기를 쓰는 것이건, 하루에 10분을 걷는 것이건.

 

작은 습관을 반복하다보면 리듬이 생기고, 삶이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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