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참 두렵다.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면서도
그렇게 하찮은 일일 수가 없어서.
한 명 한 명 떠나 보내는 것이
그 사람의 엄청난 모험과 고통과 사랑과 인내의 여정을 끝내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냥 상당히 하찮았다.
죽음은 그냥 화장실에 가서 변을 보는 것과도 같고
저녁상에 무엇을 낼지 고민하는 것과도 같고
무엇보다도, 90년대에 유행했던 알록달록하고 촌스러운 포인트벽지를 고르는 일과도 같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죽음은 웅장하고 비극적이며 감회가 엄청나고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장엄한 음악과도 같지만
사실 우리의 죽음은 길가다 파편에 튀어 죽고 자동차 추격신에서 과일 팔다 화면에 잡히지도 않은 채 죽은 상인의 죽음처럼 주변적이고 의미가 없는 법이다.
사람이 없어지는 것은 상당히 하찮다.
죽음에는 사실은 존엄성이 없다.
가장 밑바닥의 공포와, 이제는 귀찮은 마음과, 원초적인 욕구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이랄 것도 없이 갈팡질팡하다가 그렇게 간다.
사람의 죽음보다는 그날 저녁 설거지 거리가 중요하고,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짜증나는 놈과의 만남이 더 중요하다.
그 사람의 크기가 작아서, 나에게 영향이 없어서, 삶에 의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삶에는 의미가 있는데 죽으면서 그 의미를 잃어서 그렇다.
어릴 때는 모든 삶에 멋있는 피날레가 있으리라 믿었는데, 정작 수많은 죽음을 접한 지금에는 죽음이란 상당히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는 있었고, 이후에는 없으며, 그 사이에는 대소변이 가득하다.
왠지 모르게 슬픈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