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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요커 May 29. 2019

'미국에 산다'는 것

2편 - 미국에 사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들

우선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미국에 사는 것에 대한 첫 번째 글의 반응이 매우 좋았고, 무려 2만 명이 넘는 분들께서 부족한 나의 글을 읽어주심에 대해서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욱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읽고 제 계정을 '구독' 해주신 분들께 특별히 더 큰 감사를 드리고 성실히 좋은 글로 보답드리겠습니다).


‘미국에 산다’는 것의 첫 번째 글은 내 경험에 기반하여 봤을 때 미국에 살면서 포기했어야만 했던 것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소 부정적인 느낌과 지극히 현실적인 고충에 대한 것을 다뤘다고 생각한다. 글을 구상하면서 후속 편으로는 반대로 미국에 살면서 포기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정리 중이었고, 마침 구독자 한 분께서 댓글로 관련한 의견을 주셔서


이번 편에서는 미국에 살면서 얻게 되는 미국의 삶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글이기 때문에 겪어본 환경과 주변 상황들에 따라서 느끼는 바는 다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이번 편에 주로 올릴 사진들은 직접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며, 주로 뉴욕 근교나 그나마 최근 여행한 시애틀, 포틀랜드 위주의 사진들이다.


자유

날씨만 좋으면 아무렇게나 찍어도 훌륭한 건축물들이 많다


흔히 미국을 ‘자유의 나라’라고 칭한다. 오래전 종교적 압박과 신분적 차별 등을 피해 자유를 찾아 떠나온 이들이 세운 나라이기 때문에, 그리고 여러 혁명과 법규 개정 등을 통한 자유의 중요성을 국가의 근간으로 뒀기 때문에 상징이 되었다. 아직까지도 가끔 적응 안 되는 너무 광범위한 자유분방함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는 토종 한국 사람이지만 이 자유로움은 내가 미국을 포기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이다. 내가 하는 어떠한 생각, 행동, 결정들이 법적으로 문제만 되지 않는다면 내겐 그 누구도 손가락질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많은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오랜 종교적, 문화적 분위기 때문에 타인의 눈치나 배려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그러한 문화가 부정적이거나 후진적이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성격상 유교적 문화에 더욱 어울리는 사람이며, 직장 생활도 전형적인 모범형 충실 직장인이었다.  다만, 이곳에 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에 기반한 자유의 달콤함이 크다는 것을 느끼며 조금씩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것에 대한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자연환경


미국을 포기할 수 없는 또 다른 큰 이유는 바로 ‘자연환경’ 때문이다. 미국에도 대도시가 많고 흉측한 건물 등 인류가 파괴하는 자연은 여기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다만, 최대한 그리고 가능한 한 자연을 손상시키지 않고 보존하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에 조금은 덜하달까? 예를 들자면 수많은 빌딩 숲이 존재하는 뉴욕의 맨해튼에도 엄청나게 큰 센트럴파크가 존재하듯 발전과 함께 자연을 곁에 두고자 하는 이들만의 특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루프탑에서 직접 찍은 센트럴파크 + 시티뷰


그리고 워낙 땅이 넓다 보니 자연의 광활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9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최대한 많은 여행을 해보고자 돌아다녔지만 아직 가봐야 할 곳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내가 버킷리스트로 꿈꾸고 있는 미국의 모든 국립공원 방문도 아직 20%도 달성하지 못하였다.



뉴욕시티 근교 1~2시간 이내의 거리에도 이처럼 광활하고 멋진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미국


최근에 특히 한국에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곳의 맑은 공기는 또 다른 이곳 생활의 포기할 수 없는 메리트가 되었다 (다만, 뉴욕도 공기가 매일 맑은 것은 아니며 대기가 정체되면 Air Quality Alert라고 해서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시에서 공식적으로 내려지기도 한다). 최근 한국은 중국 공장들의 동부 집중화와 편서풍의 영향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각해졌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이곳은 디젤 승용차량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다. 수많은 SUV들도, 디젤 승용차량으로 유명한 유럽의 승용차들도 이곳에서는 오직 가솔린 휘발유 차량만 보인다. 이 차이가 얼마나 크게 적용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음과 공해면에서는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도 든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 그랜드캐년, 자연속 승마, 레이니어 국립공원, 포틀랜드 멀트노마폭포, 비행기에서 본 레이니어 국립공원 / 길에서 사슴이나 야생 칠면조 등 동물들을 보기도 한다


수평적 문화와 배려


평등과 수평적인 회사 문화 또한 미국 생활의 매력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에서도 보스가 존재하고 그 명령을 수행하고 보고하는 등의 기본적인 업무 서열은 명확히 존재한다. 다만, ‘인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직급과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보스는 내게 ‘업무적’인 명령은 할 수 있지만 업무를 벗어난 그 어떤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내릴 수 없으며, 그런 것에 대하여 No를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이곳의 문화이다. 물론 여우 같은 보스는 지시가 아닌 부탁 내지는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서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도 한다 (미안하지만 ~ 해줄 수 있어?).


내가 미국을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큰 중요한 이유는 ‘배려’의 문화이다.


한국도 배려와 예의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곳에서의 배려는 ‘정의감’에 더욱 가깝다고 생각한다. 흔히 잘 알려져 있듯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과도하리만큼 대단하다. 어린아이들은 무조건 우선순위이다. 가령 대중교통에서 노인들을 위한 자리 양보보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자리 양보는 필수적이며, 바로 앞에 어린아이가 서있는데도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또한, 법적으로 스쿨버스가 정차하여 아이들을 탑승 혹은 하차시킬 때 추월하는 것을 강하게 처벌한다. 이는 예측할 수 없는 아이들의 행동과 반경에서 비롯된 사고를 법적인 장치와 교육을 통해서 규제해둔 것이다. 스쿨버스에 Stop이라는 사인이 펼쳐지면 왕복 2차선 도로의 경우 무조건 양방향 정지가 기본이다.


교통법규를 위반 시 룸미러로 당신을 쫓는 이렇게 포스 넘치는 경찰차를 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Lady First 문화 또한 잘 갖춰져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여성을 ‘약자’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직업이나 힘쓰는 일에 대해서도 여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돕거나 ‘남자의 일’로 치부하지 않는다. 이는 여성도 남성과 동일한 존재이며, 양성 평등이라는 또 다른 배려의 문화이다. 다만, 도움을 요청 시에는 당연히 도움의 손길을 준다. 급박한 위기나 사고의 상황이라면 여성은 아이, 노약자, 장애우 다음으로 배려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노인에 대한 배려는 사회 시스템적으로 잘 보장이 되어 있으며, 배려보다는 존중에 가깝다. 그들이 가진 연륜과 그 연세까지 사회에 기여한 부분들에 대한 리스펙트의 선으로 바라보면 이해가 조금 쉬울 것 같다. 미국은 사회적 시스템으로 노년 생활이 아주 잘 보장되어 있다. 401K라고 불리는 연금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서 젊어서 직장 생활 시 연금을 잘 붓고, 회사가 개인이 부은 연금에 준하는 일정 비율을 ‘매칭’ 해주는 회사라면 은퇴 후에도 상당한 금액의 돈을 매달 수령할 수 있는데 이 시스템 또한 노후의 삶을 위한 존중이라고 보인다. 또한 시니어케어라고 불리는 각 종 서비스도 잘 갖춰져 있으며, 이는 의료, 주거, 식음료 서비스 등 광활한 분야에 걸쳐서 구축되어 있다.


장애우에 대한 배려도 잘 갖춰져 있다. 가령 대부분의 버스는 휠체어의 탑승이 용이하도록 저상 혹은 높이 조절이 가능한 버스이며, 기사들은 휠체어를 탄 사람이 탑승 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일반 의자를 접고 여러 고정장치를 직접 장착해준 후 출발한다. 사람들은 절대로 이 과정에서 소요시간에 대해서 불평을 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배려 또한 문화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데, 최근 대도시는 이기적 문화의 확산으로 조금 야박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좋은 수준을 유지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다음 사람을 위해서 문을 열고 닫히지 않게 손으로 잡아주고 있거나 나오는 사람을 위해서 문을 당겨서 열어주고 기다리는 문화이다. 또 다른 예로, 차량 운전자들의 경우 보행자가 길을 건너기를 기다리면 차를 세워 양보를 해준다 (다만, 뉴욕 시내에서는 절대로 기대하지 않기를 바란다 / 그리고 상향 등을 깜빡인다고 해서 이것을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이것은 양보에 대한 사인인 경우가 훨씬 많다).


마지막으로 First Responder로 불리는 소방관, 응급 구조인력, 경찰, 그리고 군인 대한 배려와 존중이다. 운전 중 사이렌이 울리고 시야에 경광등이 켜진 긴급차량을 발견하면 차량들은 의무적으로 길을 양보해줘야 한다. 최근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며 한국에서도 긴급차량에 대한 양보가 많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여기서는 그냥 흔한 일상 중의 하나인 것이 많이 다르다. 처음에는 나도 익숙지 않게 양쪽 차선의 차들이 길 가장자리로 갈라져서 길 한가운데가 뻥 뚫리게 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고, 나도 거기에 일조를 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소름 끼칠 정도로 멋진 문화였다.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런 환경을 보면서 '아, 나도 언젠가 아프거나 나이가 들어서 응급실을 가게 될 상황이 많아지게 되면 그래도 빠르게 병원에 다다를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감마저 들게 되었다.


군인과 소방관, 그리고 경찰 등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서비스하는 인원들에 대한 각 종 할인 및 취업 시 특혜 부여, 모기지나 대출 등에서의 우대금리 등은 국가나 기업이 보여줄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최고의 예우이자 감사함이다. 아직도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 상위 부분들을 모두 싹쓸이하고 있으니 이들에 대한 존중은 단순한 공권력의 강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미국에 사는 국민들 개인의 마음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 경찰관, 군인들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이들의 노고를 존경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문화가 더욱더 빠르게 확산되었으면 한다 (물론 비리를 저지르거나 공권력을 개인의 '권력'으로 대단한 착각을 하고 남용을 하는 악질적인 사람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맛집과 커피숍, 유행 트렌드, 세계적인 미술품과 건축물, 한정적인 팝업 스토어 등 무수히 많은 미국만의 여행 포인트 또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미국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번글을 쓰면서 최근 1년 이내의 사진만 찾아봐도 사진들이 무수히 많아서 추후에는 지역별로 나눠서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것은 오늘 글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아주 많은 포기할 수 없는 매력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반면, 지난번 글과 같이 이곳에 사는 대신 포기해야 하는 것들과도 정면으로 배치되기도 한다. 이 둘의 관계와 비중을 측정할 수는 없고 저마다 생각하는 우선의 가치에 따라서 이곳에서의 삶이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결론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수 백번의 생각이 교차하지만 아직은 이번 편의 글에서 언급된 포기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매력과 가치가 조금은 더 크게 느껴져서 이곳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언젠가는 지금보다도 더 행복할 수 있음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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