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보통 인연은 아닌갑다.'
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둥이가 뜬금없이 "요즘 냥냥이는 아예 안 와?"라고 물었다. "걔는 이제 내 인생에서 튕겨져 나갔어. 적당히 했어야지. 너네 등교할 때 온 이후로 단 한 번도 안 왔어!!"
정말이다. 삼삼히 생각나던 녀석이었는데, 안 본 지 이주일이 넘어가니 그냥 자연스레 잊히기 시작했다. 정이 깊게 들었던 게 아니니, 쉽게 잊히는구나 싶었다.
저녁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동네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사실 오늘 처음 나간 것이다. 워낙 집순이라 누가 부르지 않으면 늘 집에 있는 성격인데, 오늘따라 갑자기 걷고 싶었다.
놀랍게도 집 근처에는 공원이 두 개나 있었다. 작은 공원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옹기종기 모여 농구하는 아이들, 큰 공원에서는 축구하는 아이들과 큰 개랑 공 던지기를 하고 있는 여성. 그냥 보고만 있어도 자유로웠다.
하늘도 너무 예뻤고, 푸른 잔디 위에 개랑 누워있는 여성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느낌이 들며 모두들 살아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갈 때는 큰길로 가고 싶지 않아 구글맵을 켜고 공원 내 사잇길로 걸었다. 그런데 그 길에 작은 숲 혹은 습지 같은 보호지역이 있는 것이다. 앞으로 매일 걸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 보호지역을 따라 작은 길을 걸어서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어머나.. 이게 무슨 인연인지, 풀숲에서 냥냥이 발견 ㅎㅎ
너무 반가워서 크게 불렀더니 그 녀석도 놀랐는지 쪼르륵 오는 게 아닌가!! "냥냥이 너 왜 우리 집에 안 왔어? 보고 싶었어! 좀 놀러 와!!!" 했더니 고롱고롱 애교를 좀 부리는가 싶더니 바로 다시 풀숲으로 들어가서 뭔가를 찾기 시작. 무슨 사냥을 하고 있었나 보다.
풀숲 사이를 여기저기 보다가 뭔가를 놓쳤는지 다시 나한테 와서 약간의 애교를 부린 후 근처 집으로 쏙~ 들어갔음. 오메.. 나는 얘랑 진짜 보통 인연이 아닌가벼. 길 가다가 냥냥이를 마주칠 줄이야 ㅎㅎ
집에 오자마자 "둥이야! 나 집에 오는 길에 냥냥이 만났어" 하고 사진을 보여줬더니 "와 냥냥이가 호랑이네! 어찌 오늘 딱 만났지?"라고 했다.
내가 너를 보려고 걸었나 보다. 냥냥아 나를 좀 꼬셔다오. 너한테 유혹당하고 싶다. 우리 자주 보자. 제발 우리 집으로 쫌 놀러 와~